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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영덕 수암마을 '아비규환'…"집·과수·농기계 다 타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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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르포]영덕 수암마을 '아비규환'…"집·과수·농기계 다 타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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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불에 탄 자신의 집을 보고 있는 이동진씨. 김대기 기자산불에 탄 자신의 집을 보고 있는 이동진씨. 김대기 기자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번진 영덕군은 진화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군 전체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서북부 지역 야산과 마을은 큰 피해를 입었고, 멀쩡한 곳을 찾기 힘든 모습이다.

    강풍에 불꽃이 날아다니면서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가 진화되기를 반복하고 있어 일촉즉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25일 밤 화마가 덮친 영덕군 지품면 수암리 수암마을은 50여 가구 가운데 14여 가구만 불길을 피했다. 나머지 집들은 '폭삭' 내려앉았다.
     
    집에 탄 거실에 있던 안마의자를 보고 있는 이동진씨. 김대기 기자집에 탄 거실에 있던 안마의자를 보고 있는 이동진씨. 김대기 기자
    마을 한켠에 전소된 집 앞에서 이동진(64)씨는 연신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이씨에게 이곳은 35년 동안 영천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며 모은 돈으로 마련한 은퇴후 보금자리였다.
     
    이씨는 "올 연말 은퇴하면 이곳에서 남은 생을 보내려 했다. 리모델링에 가전제품까지 2억원이 들었다"면서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불과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집 안 거실자리 한 켠에 불에 타 뼈대만 남은 안마의자를 보면서 가슴을 두드렸다. 그는 "아이들이 사준 안마의자를 써 보지도 못해 미안하다"면서 "내가 잘못해 불이 났다면 억울하지나 않지"라며 하소연했다.
     
    수암마을. 김대기 기자수암마을. 김대기 기자
    수암마을은 불에 타 내려앉은 집들에서 피오르는 연기가 내뿜는 매케한 냄새로 가득했다.
     
    마을 주민들은 "피해를 입지 않은 집들은 하늘이 도왔다는 말로만 설명할 수 밖에 없다"며 처참했던 지난 밤의 아비규환에 치를 떨었다.
     
    주민 유기일(66)씨는 "어제 오후 늦게 불길이 마을로 넘어오기 시작했는데 TV에서는 의성, 청송에서 타고있는 불 이야기만 나왔다"면서 "영덕군에서 대피 방송이 나오고 대피하는데 불똥이 여기저기서 날아 다녔다"고 말했다.
     
    불에 탄 영덕 수암마을 집들. 김대기 기자불에 탄 영덕 수암마을 집들. 김대기 기자
    또, 이순희(70)씨는 "몸만 나왔다. 마을 차를 얻어 타고 대피하다가 뭐라도 챙겨야겠다 싶어서 마을로 돌아오려 했는데 마을 전체가 불에 타는 것처럼 보여서 엄두가 안났다"고 몸서리를 쳤다.
     
    이어 "다행히 마을 회관이 타지 않아서 이슬은 피하겠지만, 전기도 안들어오고 전화도 안되니 뭘 하려해도 못하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수암 마을 주민들은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 수익원인 과실나무가 불에 탔고, 농기계들도 전소되면서 빚만 남았기 때문이다.
     
    수암마을 앞을 지나는 오십천. 김대기 기자수암마을 앞을 지나는 오십천. 김대기 기자
    지학자(73)씨는 "복숭아, 사과 할것 없이 봄에 잎이 나올려고 물이 올랐는데 불에 탔다"면서 "올해 과수 농사는 끝났고, 몇 년 뒤에 쯤 과일이 열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농협에 빚내서 농사 짓고 갚으면서 사는데 몇 년 농사를 망쳤는데, 이자가 붙은 빚은 늘어만 갈 것 아니냐"며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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