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XSW 기간 중 오스틴 리비안 파크에서 밴드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시 제공부산시가 지난해 처음으로 지역 내 축제와 행사를 연계한 '페스티벌 시월'을 출범한 가운데 세계 최대 융복합 전시·축제인 미국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SXSW)'를 통해 '페스티벌 시월'의 과제와 가능성을 짚어 봤다.
지난 1987년 음악축제에서 출발해 전시와 콘퍼런스, 영화에 이르기까지 분야의 경계를 허물며 융복합 축제의 교과서로 자리매김한 SXSW. SXSW의 성공 배경에는 창의성과 함께 눈앞의 성과에 급급해하지 않는 인내, 그리고 참가자의 시선으로 축제 시스템을 구축한 점 등이 꼽힌다.
참가자의 입장에서 SXSW의 최대 강점은 접근성이다. 축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오스틴컨벤션센터 반경 2km 내에서 대부분의 행사가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도보를 이용해 분야의 경계를 넘나들며 축제를 즐길 수 있다.
6개 분야 17개 개별 행사를 연계한 페스티벌 시월의 경우 부산국제영화제 등 주요 행사가 해운대 일원에 집중돼 있지만, 부산국제록페스티벌과 국제공연마켓을 비롯한 5개 행사는 사상구와 수영구 등지로 흩어져 있다.
물리적인 접근성과 더불어 각 행사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유기적인 융합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참가 배지 하나를 구매하면 거의 모든 개별 프로그램과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SXSW와 달리 페스티벌 시월은 완전한 통합 입장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상태다.
참가자의 편의성을 높여야 하는 숙제도 있다. SXSW는 'SXSW GO'라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수천개에 달하는 행사와 프로그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접목해 참가자 개개인의 관심사를 반영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지난해 페스티벌 시월에서는 앱을 통해 통합권을 구매할 수 없는 등 편의성과 디자인 측면에서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축제가 열리는 지역 주민들의 호응과 참여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SXSW 개최 기간 오스틴 시내 호텔과 영화관은 물론 식당과 가게까지 축제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점은 페스티벌 시월이 되새겨 볼 대목이다.
이 같은 지역 사회 호응의 바탕에는 SXSW를 통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하고 도시 이미지가 개선되는 등 축제의 성과를 직·간접적으로 모두가 함께 나누는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축제의 창의성과 자유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점진적으로나마 관의 개입을 줄이고 실제 축제를 만드는 이들에게 무대를 내줄 수 있어야 한다. 또, 단기간의 성과에 급급해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축제를 키워나가는 인내가 필요하다.
부산국제록페스티벌 공연 모습. 부산시 제공
SXSW의 성공 요인에 대한 질문에 총괄 기획가인 휴 포레스트는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답변은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벤트가 끝날 때마다 철저하게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못했는지에 대한 평가를 하며 개선하려는 시도가 오늘의 축제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SXSW에는 없는 페스티벌 시월만의 강점과 가능성도 분명하다.
중·소규모 행사의 융합을 통해 오늘에 이른 SXSW와 달리 페스티벌 시월에는 이미 국제적 행사로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록페스티벌과 같은 굵직한 소재들이 포진해 있다.
또, 해수욕장과 해상교량 등 지역의 관광 자원들도 페스티벌 시월의 무대를 보다 넓힐 수 있는 가능성으로 꼽힌다.
부산시 성희엽 정책수석보좌관은 "해상교량을 이용한 자전거 대회 등의 새로운 구상을 하고 있다"며 "부산이 가진 자원과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페스티벌 시월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