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과 창원, 진해, 함안을 둘러싼 경남지역의 통합 논의가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마산시와 창원시는 행정구역통합 관련 연석회의에서 통합신청에 합의했다. 이 자리에서 진해시가 창원시와의 1:1 우선통합을 주장했지만, 마산과 창원의 통합을 먼저한 뒤 진해시와의 통합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진해시와의 우선 통합에 찬성했던 창원시도 입장을 바꾼 결과였다.
그러나 14일 창원시는 시민공청회를 통해 또다시 ''창원과 진해의 우선 통합''을 들고 나왔다.
공청회 주제 발표에서 창원대학교 정재욱 교수는 "마·창·진 지역통합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비슷한 규모의 도시 통합에 따른 주도권 다툼이나 통합시 명칭이나 청사 위치 등을 둘러싼 논란, 심한 경제적 격차와 해소에 따른 논란 등 상당한 수준의 갈등이 예상됨에 따라 현실적인 방안으로 단계론적 접근도 가능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 교수는 "창원의 입장에서는 마산과의 갈등을 줄이면서도 지역통합에 따른 규모 경제의 효과제고와 지역 경쟁력의 강화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진해시와의 통합을 먼저 추진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창원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에서 제기된 이같은 주장은 ''마창진''을 통합을 원칙으로 한다는 연석간담회 공동 합의문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라, 또다른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다, 박완수 창원시장도 공청회 자리에서, "지난 10일 마산시에서 열린 3개시 연석회의에 나온 합의는 그야말로 원칙적 합의일 뿐이다"며 연석간담회의 한계를 못박았다.
박 시장은 "행정구역 자율통합은 단체장, 국회의원, 의회만이 합의를 했다고 해서 통합되는 것은 절대 아니며, 통합은 시민들의 뜻에 따라야 하고 단체장, 정치인들은 시민들에게 여러가지 가능한 대안, 정보, 지식등을 제공해 자율적 통합이 될 수 있게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진해시는 지난 10일 연석회의 결과와는 무관하게 창원과의 통합을 목표로 본격적인 통합 추진에 들어갔다.
시는 17일 임시반상회와 18일 3개 권역 주민설명회를 열고 통합에 대한 진해시의 입장을 설명하고, 오는 21일 시민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진해시 행정구역 통합 전담팀 관계자는 "창원과 진해의 통합을 기본 방향으로 해서 시민들에게 설명회와 공청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사실상 통합 대상에서 빠지게 된 함안군은 자율통합 신청에 함안도 포함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고 나섰다.
행정구역 통합추진 함안군준비위원회는 15일 오전 마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창.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통합 논의에 심각한 우려와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이는 통합을 주창해 온 함안군민의 염원을 짓밟는 일이자, 행정구역 통합의 대의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함안군을 배제한 채 어떻게 3개시가 자율통합이 아닌 행정체제 개편 특별법에 의해 함안을 통합 대상으로 검토하겠다고 합의할 수 있는 지 개탄스럽다"라고 말했다.
함안군 준비위원회는 지난 12일부터 19세 이상 주민투표권자를 대상으로 통합 의사를 묻는 서명운동을 함안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3만명 목표로 벌이고 있으며, 이달말쯤 서명이 완료되면 행정안전부와 청와대에 보내 마.창.진.함 통합의지를 분명히 밝히기로 했다.
이같은 혼선은 마.창.진.함을 둘러싼 통합 추진이 정부 주도의 통합 일정에 무리하게 따라 가려다 보니 생기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러 가지 통합안에 대해 시간을 두고 충분히 논의가 돼야 하지만, 자치단체장들만 나서서 급하게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통합 추진계획에 맞추려고 하다 보니 혼선을 빚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조유묵 사무처장은 "주민 생활은 물론 자치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사인 통합 추진을 내년 지방선거 전에 밀어붙이려는 하는 것은 철저히 하향식 통합방식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통합추진 과정에 대한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도 연일 계속되고 있다.
진보신당 경남도당은 15일 행정구역통합과 관련한 논평을 내고 "행정구역 개편은 차분하고 꼼꼼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며 "당연히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결정과 본격적 논의는 2010년 지자체 선거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밝혔다.
진보신당은 또 "행정구역 개편을 둘러싼 각 지자체간 입장 차이는 시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이 없다"면서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시민들의 광범위한 참여 속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민주노동당 경남도당도 기자회견을 통해 "주민의 의견수렴이라는 1차적 절차없이 무리하게 행정구역 통합을 밀어붙이려고 하고 있다"며 주장했다.
경남도당은 쟁점사항에 대한 충분한 검토 자료가 먼저 제공된 후 지역주민의 이해와 동의가 충분히 수렴.반영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추진돼야 하며, 공개적이고 투명한 행정절차에 따라 민주적인 주민투표가 실시돼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