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석방 뒤 다시 '친윤'쪽으로 무게추를 옮기는 모습이다.
탄핵에 찬성하는 의사를 밝혔던 후보들도 헌법재판소 심판 과정을 문제삼으며 자연스레 윤 대통령과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윤 대통령의 행보에 여당 대선 주자까지 휘말리는 양상이다.
대선이 임박할수록 강성 지지층과 선을 긋고 중도 성향 후보가 경선 판세를 끌고 갈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당내에서는 다시 윤심(尹心) 후보를 가리는 상황이다.
찬탄·반탄 오락가락? "법의 심판 받아야"→"尹 뵙고 싶다"
윤 대통령 석방 뒤 가장 달라진 것은 중도 보수 후보로 분류됐던 후보들의 '입'이다. 탄핵안에 찬성했던 기존 입장을 상쇄하기 위한 '립서비스'가 이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오세훈 서울시장은 11일 국회를 찾은 자리에서 헌법재판소 평의의 절차적 흠결을 언급했다. 오 시장은 "지혜롭게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완벽한 결론을 내기 위한 보완을 진행해 실체적, 절차적 흠결을 치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도 "(헌재가) 실체적·절차적 흠결을 보완하기 위해 변론을 재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오 시장은 윤 대통령의 '관저 정치' 비판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라면서 "더불어민주당이 그런 만남조차도 경원시하는 논평을 냈던데 너무 무리한 주장"이라고 두둔하고 나섰다.
오 시장은 당초 탄핵에 반대했다가("탄핵만이 능사가 아니다" 24.12.6) 다시금 입장을 선회했다(탄핵 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24.12.12).
그러다 다시금 윤 대통령 석방 후에는 옹호 입장으로 돌아선 셈이다.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후보들처럼 탄핵 기각을 드러내놓고 주장하지는 않고 있지만 탄핵 필요성을 언급했던 지난해와 비교해 입장이 확연히 달라졌다.
오 시장의 경우 당초 대선 본선을 염두에 두고 중도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스탠스를 취했던 것이지만, 윤 대통령의 석방으로 강성 지지층이 다시 세 결집에 나서자 다시금 입장 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경선 규칙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강성 지지층의 외면을 받은 후보는 본선 진출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아서다.
오 시장뿐 아니라 다른 찬탄파 후보들도 친윤계 입맛에 맞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자신의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발간 기념 북콘서트를 갖고 발언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탄핵안 가결을 막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실상 당대표 직에서 축출됐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대통령 뵐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러브콜을 보내다시피 했다. 윤 대통령 구속을 취소한 법원의 결정에 대해서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발언은 강성 지지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김 장관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께서 석방되셔서 기쁘게 생각한다", "졸속 재판은 사법제도의 공정성을 해치는 일방적이고 잘못된 재판"이라고 말했다.
장외집회는 저지했지만…경선에도 尹心 작용할 수밖에
당 지도부 역시 윤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 지도부로서 발언과 움직임이 당의 공식 입장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윤 대통령과 직접 만남은 자제해왔던 것과 달리, 윤 대통령 석방 직후 면담을 공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 대해 "'국민과 나라만 생각하겠다'고 하면서 아주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셨다"면서 "우리는 책임 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이재명 세력의 내전 유도, 사회 혼란 유발에 맞서 차분하고 질서 있게 혼란을 수습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가 야권에 맞서 맞불 장외집회를 하자는 일부 맹윤(맹렬한 친윤)계 의원들의 주장은 저지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윤 대통령과 의원들 사이 통로가 되어주는 모습이다.
원내 관계자는 "이제부터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을 내전 세력으로 규정지으려고 한다"며 "탄핵 엄포부터 단식, 삭발, 행진 모두 혼란을 유발하는 데 대해 대응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여당 지도부가 야당에 대해 내전 세력으로 규정한 것은 야권의 줄탄핵 시도에 대해 "국가 위기 상황"이라고 규정한 윤 대통령의 상황 인식과 맞닿아있다. 당의 기조에 다시금 '윤심'이 반영되고 있다는 기류로 읽힌다.
당내에서는 윤 대통령의 석방으로 친윤계 논리에 다시 힘이 붙으면서 그 영향력이 대선은 물론 그 이후에도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 뒤 치를 전당대회에서 친윤계 후보가 약진할 가능성도 크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대선 직후 전당대회를 치른다면 친윤계가 그대로 당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며 "자연스레 2026년 6월 지방선거까지도 당내 지형은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