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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맥상 드러난 전투기 오폭…사후조치도 허점 연발

총체적 난맥상 드러난 전투기 오폭…사후조치도 허점 연발

최소 3차례 표적 확인 기회 있었지만 '무신경' 조종사…공군 '잘못된 관행'
7자리 좌표 잘못 입력해놓고 확인도 없이 출격, 육안 확인 없이 투하
오폭 인지하고도 폭격훈련 그대로…경찰‧소방과 공조도 미흡
공군총장 "500파운드 폭탄 투하하면서도 가벼운 책임감…통렬히 반성"

6일 오전 경기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5년 전반기 한미연합 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에서 KF-16이 공대지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포천=사진공동취재단6일 오전 경기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5년 전반기 한미연합 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에서 KF-16이 공대지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포천=사진공동취재단
지난 6일 발생한 KF-16 전투기 오폭 사고는 표적 좌표를 사전 확인하는 최소한의 절차만 지켰더라도 피할 수 있는 참사라는 점에서 해이한 군 기강의 실태를 드러냈다.
 
군은 사고 직후 후속 폭격훈련을 중단하거나 상황을 전파하기는커녕, 경찰‧소방 등과의 공조를 통한 상황 파악도 지연되는 등 사후 대처에서도 총체적 난맥상을 보였다.
 

최소 3차례 표적 확인 기회 있었지만 '무신경' 조종사…공군 '잘못된 관행'

 
공군은 10일 이번 사고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 1번기 조종사가 전 임무 과정에 걸쳐 적어도 3차례 이상 표적을 재확인해야 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은 게 결정적 원인인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공군에 따르면, KF-16 2대로 이뤄진 해당 편조는 6일 오전 9시19분 군산기지를 이륙해 9시45분 강원도 홍천 북쪽 대기지점(Holding Point)에 진입했고 10시4분 1,2번기가 동시에 각 4발의 MK-82 일반폭탄을 투하했다. 당시 고도는 약 1.2km, 속도는 시속 810km였다.
 
폭탄은 사격장 내 표적으로부터 남쪽으로 약 10km 떨어진 지역에 떨어져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 공군은 당초 낙탄 지점을 표적지 인근 8km라고 했다가 이날 수정했다.
 
사고는 해당 조종사들이 전날(5일) 비행준비를 할 때부터 이미 예정됐다. 1번기 조종사가 표적‧경로 좌표를 불러주고 2번기 조종사가 '비행임무계획장비'(JMPS) 컴퓨터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한 것이다.
 
8자리 숫자로 이뤄진 경도는 정상 입력됐지만 위도는 7자리 가운데 소수점 앞 '05'분을 '00'분으로 잘못 입력했다. 불러준 쪽의 실수인지 입력한 쪽의 실수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는 좌표 입력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는 최소한의 기본 절차조차 건너뛴 점이다. 1,2번기 조종사가 역할을 바꿔 교차검증하거나 상호대조하는 간단한 과정만 거쳤어도 안타까운 인명‧재산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가공할 살상력을 지닌 무기를 다루는 자세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행태였다.
 
사고 당일인 6일에도 2차례 이상의 확인 기회가 있었지만 이 역시 무신경하게 넘어갔다. 이륙 전에 JMPS의 데이터를 테블릿PC와 비슷한 형태의 '비행기록전송장치'(DTC)에 담아 전투기 조종석에 장착하는 과정이 2번째 기회였다.
 
2번기 조종사의 경우는 DTC 장비 오류에다 프린터 기능까지 말썽을 부리자 조종석에서 수동으로 좌표를 재입력했다. 이렇다보니 1번기에는 틀린 좌표가, 2번기에는 올바른 좌표가 입력됐다. 1번기 조종사는 전날 입력한 좌표가 잘못된 것이란 점을 까맣게 모르고 전투기 시동을 걸었다.
 
1번기 조종사도 표적과 근접한 표적 진입지점(Initial Point) 진입 이후에는 비행경로 등이 조금 이상함을 감지하긴 했다. 하지만 맑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계비행보다는 계기비행을 고수했고, 결국 표적을 육안으로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음에도 '표적 확인'(Target in Sight)라 통보하고 폭탄을 떨궜다.
 
여기에는 잘못 설정된 경로를 비행하느라 늘어난 비행거리와 탄착시간(TOT, Time on Target)을 맞추느라 조급해진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2번기 조종사의 경우는 좌표는 제대로 입력했지만 1번기와의 동시 투하를 위한 밀집대형 유지에 집중한 나머지 좌표를 벗어난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오폭 인지하고도 폭격훈련 그대로…경찰‧소방과 공조도 미흡

 
포천 민가에 공군 폭탄이 떨어져 폭발하는 모습. MBN 제공포천 민가에 공군 폭탄이 떨어져 폭발하는 모습. MBN 제공
공군은 사고의 1차적 책임은 조종사에게 있지만 부대 지휘관들의 잘못도 무겁다고 지적했다. 전대장(대령)은 실무장 사격 계획서 등에 대한 검토를 누락했고, 안전 관련 사항을 대대장에게 위임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대장(중령)은 육지 실무장 사격(연합‧합동 화력훈련)이 1년에 1번 정도 있는 중요한 훈련인 만큼 세밀한 지휘감독을 했어야 했지만 미흡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1번기 조종사는 실무장 사격 경험이 통산 6회, 2번기 조종사는 3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500파운드 짜리 폭탄 4발을 투하하는 조종사들이 얼마만큼의 책임감으로 임무를 수행했는지, 지휘관리‧감독자들이 얼마만큼 책임 있게 통제했는지, 사고 발생 후 어떤 사후조치를 취했는지 책임의 가벼움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전례 없이 초유의 양상임을 감안하더라도 사후 대처 역시 미숙함을 드러냈다.
 
공군작전사령부는 조종사들의 오폭 후 3분만인 오전 10시7분 비정상 상황을 인지했지만 합참 인지는 10시24분, 합참의장 보고는 10시40분에야 이뤄졌다.
 
공군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고 보고‧조치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언론공지는 1시간 30여분이나 지연됐다. "전쟁 난 줄 알았다"는 지역민을 포함해 다수 국민들은 그동안 불안에 떨어야 했다. 긴급한 사안의 성격상 군‧경‧소방‧지자체 간 통합적이고 유기적 대응이 아쉬운 대목이다.
 
공군은 "오입력된 좌표가 사격장 남쪽 민간지역임을 고려해 낙탄 예상지역 부대, 경찰, 소방 등을 통한 확인이 필요했으나 미조치"됐다고 미흡함을 시인했다.
 
무엇보다 이날 5개 비행편조 중 3번째 편조의 '비정상 투하'를 확인한 즉시 4,5번 편조의 폭격을 즉각 중지하지 않은 것도 허점으로 지적된다.
 
이영수 총장은 이날 사고조사 결과를 직접 발표하며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였고, 다시 일어나서도 안 될 사고"라며 "뼈를 깎는 각오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거취를 묻는 질문에 "모든 책임을 제가 지겠다고 했다"며 "자리에 연연할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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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VER멧돼지포수2025-03-10 18:39:11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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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이상하지 않나?
    쿠테타 직후에 무안공항 사고..
    윤석렬 석방때 군비행기 오폭..
    혹세무민이란 말이 생각나네..
    성동격서? ㅋㅋㅋ

  • NAVER함흥차사2025-03-10 16:12:45신고

    추천2비추천1

    전투기 오폭은 아무것도 아냐. 심우정 오폭이 엄중한 오폭이지 이건 파시즘 저리가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