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구조물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 안성 서운면 산평리 인근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안성=박종민 기자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의 교량 상판 구조물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현장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고속도로 붕괴 사고 수사전담팀은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 하도급사인 장헌산업, 강산개발 등 관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사고 구간은 현대엔지니어링(50%), 호반산업(30%), 범양건영(20%) 컨소시엄이 공사를 진행 중이며, 현대엔지니어링이 주관사이다.
하도급사인 장헌산업은 교량 상판 구조물인 '거더'(다리 상판 밑에 까는 보의 일종)를 설치하는 작업을, 강산개발은 거더 위에 슬라브(상판)를 얹는 작업을 각각 맡았다.
경찰은 이들 회사 관계자로부터 공사에 사용한 'DR거더 런칭 가설' 공법(거더 등을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 절차에 맞게 이뤄졌는지, 안전 수칙을 준수했는지, 작업자 교육이 적절했는지 등을 다각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지난 25일 구조물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 안성 서운면 산평리 인근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습한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안성=박종민 기자
경찰은 거더가 한쪽으로 밀리면서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담긴 현장의 CCTV를 확보해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 CCTV 영상을 보면, 2개씩 일렬로 선 교각 위에 콘크리트 재질의 거더 6개가 1세트로 걸쳐져 있고, 그 위로 '런처'(거더 인양 및 설치 장비)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영상 시작 2초 만에 CCTV에서 가장 가까운 쪽의 거더 6개가 우측으로 서서히 움직이더니 불과 5초 만에 거더가 V자 모양으로 아래로 붕괴하고, 그 뒤로 다른 거더 3세트가 거의 동시에 무너졌다.
경찰은 붕괴한 거더가 별다른 고정 장치 없이 교각 위에 올려져 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자세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또 관계 기관인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이르면 이번 주중에 합동 현장 감식에 나설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소환된 이들의 직책이나 담당업무, 전체 소환 규모 등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해줄 수 없다"며 "현재까지 입건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5일 오전 9시 49분쯤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9공구 천용천교 건설 현장에서 교량 상판 구조물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당시 일하던 근로자 10명이 추락·매몰돼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