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기업/산업

    상법 개정 추진에 재계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상법 개정안 오는 27일 본회의 통과할듯
    재계 "기업 지배구조 과하게 옥죄…투자자 큰 피해"
    이사 향한 주주들 줄소송 우려…배임죄 맞물려
    해외 투기자본 먹튀 우려도…2019년 엘리엇 사태
    상법 개정 찬성 목소리도 "전면적 개선 필요해"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의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열린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범계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상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의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열린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범계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 문턱을 넘었다. 법안 처리가 급물살을 타자 경제계는 해당 법안에 강하게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개정안을 빌미로 주주들의 소송이 남발할 수 있고, 해외 투기자본이 국내 기업을 노리는 '먹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전면적인 법 개정이 아닌 개별 사안에 따라 주주들을 보호하는 '핀셋' 대책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野, 27일 국회 처리 방침…재계 "줄소송, 외국 자본 먹튀 우려"


    26일 재계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이 24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친 뒤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해당 개정안은 상법에서 규정하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전자주주총회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초 논의됐던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 등은 빠졌다.

    상법 개정안 국회 처리가 임박하자 재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8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고 "상법 개정안은 기업 지배구조를 과도하게 옥죄는 것은 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고, 산업 기반을 훼손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기업 경쟁력을 하락시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켜 결국 선량한 국내 소액 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가 우려하는 부작용은 크게 △소송 남발에 따른 경영 마비 △해외 투기자본의 '먹튀' 우려 두가지다.

    개정안 내용에 따르면, 향후 이사들은 모든 경영 결정을 내릴 때 주주의 이익과 손실을 의무적으로 따져야 한다. 재계는 일반 주주의 범위가 너무 넓고 '이익'과 '손실'의 의미가 모호해 현실적으로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요 결정을 내릴 때마다 기관 투자자를 비롯한 행동주의 펀드, 단기 투자자 등 다양한 주주의 이익을 충족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사를 향한 주주들의 소송이 남발해 경영이 마비될 수 있다는 게 재계 입장이다.

    여기에 현행법상 배임죄 기준도 모호한 상황에서 이사의 책임을 지나치게 가중할 경우, 과감한 결단과 투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연간 업무상 배임죄 신고 건수는 2022년 2177건 등 해마다 2000건 내외로 발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 투기자본을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상법 개정안이 해외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권 공격을 통해 주가를 단기간 부양한 뒤 차익을 실현하는 과정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권을 노린 사례가 있다. 당시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고배당을 요구하며 경영권을 위협한 바 있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본인들이 선정한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8조3000억원의 배당 등을 요구했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하며 일단락됐지만, 당시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됐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해외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은 2019년 8건에서 2023년에는 77건으로 증가 추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연합뉴스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연합뉴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이 아닌 주주를 보호할 '핀셋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소액 주주를 보호하고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전면적인 상법 개정은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시장법과 상법을 같이 놓고 어떤 것이 일반 주주 보호 측면과 법을 개정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나은지를 깊이 있게 논의하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 유정주 기업제도팀장은 통화에서 "기업의 인적분할, 물적분할 등 구체적인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주들의 피해를 방지하고 해결하는 게 정도"라며 "상법 개정은 기업 운영 원칙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것이고 그럴 경우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개정 필요 목소리도…"尹이 이사 책임 확대 주장해" 반론도


    반면 선언적인 상법 개정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주주들을 붙잡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본시장법 등은 개별 사례에 대한 사후적 조치일 뿐이기 때문에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전면적인 상법 개정을 통해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의 가치를 키우고 자본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성대학교 김상봉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현재 소액 주주들이 기업의 분할 상장 등을 통해 많은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전면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상법 개정안이 필요하다. 소송이 이어지더라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라며 "다만 외국의 투기 자본을 방어하기 위한 방지책은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지난해 오히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상법 개정안을 주장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앞서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금융위원회·법무부 등이 참석한 민생토론회에서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을 논의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이사 책임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후 야권에서 이 내용을 바탕으로 상법 개정 방향을 구체화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작년 정부와 여당이 주장했던 내용을 왜 이제 와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조기 대선 국면을 앞두고 과도한 프레임으로 민주당에 공세를 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