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로 향하면서 중도층을 공략해야 한다는 여당내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연일 강성 지지층과 중도층 사이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는 국민의힘 지도부도 아직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하는 행보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계엄에 대한 사과를 하는 등 중도 지지층을 향한 러브콜도 함께 보내는 상황이다.
다만 야권에서 명태균 특검법에 속도를 올리면서 중도층을 향한 전략을 찾는 데 다소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 입장에서는 보수 진영 전체를 겨냥한 법인 만큼 찬성하기에는 부담이 커서다.
특히 일부 여권 잠룡들을 겨냥하고 있어 당의 단일대오를 무너뜨릴까 우려하고 있다.
탄핵 후 강성 지지층도 중원으로 회군?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윤 대통령의 최종 변론기일 메시지에 대해 "포괄적으로 국민에 대한 사과 말씀도 들어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계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번에는 윤 대통령 메시지에 국민을 향한 사과가 들어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대표연설보다도 한 발 더 나아간 입장으로 풀이된다.
당 안팎에서는 보수세 결집에 따른 지지율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당 지도부도 중도층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응답률 14.1%) 결과, 중도층 사이 정당별 지지율은 국민의힘 22%, 더불어민주당 42%, 무당층 28%였다. 직전 조사와 비교해 국민의힘은 중도층에서 10%p 빠졌고, 민주당은 5%p 늘었다.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한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중도층 응답자 중 45.6%는 민주당을, 35.3%는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중도층 사이 지지율 차이는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중도층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는 이유로 당 지도부가 곧바로 중도층으로 돌아서기도 어렵다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윤 대통령에 대한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가 다가오는 주말에 예정돼 있는 등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여전해서다.
반면 헌재가 파면 결정을 내린다면 '계엄 2막'이 시작할 것이고, 주인공은 윤 대통령에서 대선 주자들로 바뀌게 되면서 자연스레 중원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상당하다.
윤 대통령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약해질 수밖에 없고 강성 지지층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상대로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후보에게 지지를 보낼 것이라는 논리다.
원내 관계자는 "경선 과정이 중도층을 되찾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강성 지지층이야말로 선거 결과에 누구보다 관심이 큰 만큼 선거 승패의 키를 쥔 중도층에 이끌려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후보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사이에는 강성 일변도에 치우치지 않았다는 인식 역시 크다. 민생 정책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고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표면적으로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리를 편파적으로 진행하고 구성도 편향돼 있다며 헌재를 비판하고 있지만, 마냥 강성 지지층의 눈치만 살피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권 원내대표는 최근 원외 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도 당장은 사전투표 폐지를 논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역시 중도층을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명태균 특검법은 새로운 부담…대선주자들 선택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등을 심의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범계 위원장(오른쪽)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다만 중도층을 되찾으려는 과정에서 야권이 속도를 붙이고 있는 명태균 특검법이 새로운 암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등 야권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서 명태균 특검법을 처리했다. 27일 예정된 본회의 상정만 남겨놓고 있다.
야권은 최상목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최 대행의 경우 특검법에 대해 끝까지 고심하다 거부권 행사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은 본회의 통과 후 15일 이내 판단을 내려야 한다. 야당은 헌재의 결정 이후가 되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탄핵 이후 재표결에서는 구심점이 사라진 만큼 지도부의 이탈표 단속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여당도 본격적으로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드는 만큼 일부 주자들이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 다소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야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명태균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한동훈 전 대표와 안철수 의원 등의 이탈표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 지도부에 민주당과 특검법 협상에 나설 것을 요청하면서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어서다.
특히 한동훈 전 대표의 경우 당대표 시절 일명 명태균 방지법과 관련 당무감사를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한 전 대표 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친한계 측에서는 "한 대표를 쫓아내려고 한 것도 우리가 여론조사TF 등 명태균 리스크를 문제삼겠다고 하니까 그랬던 것 아니냐"면서도 "민주당이 낸 특검법은 우리 당을 저격하고 낸 건데 대놓고 찬성할 수는 없다. 명태균 방지법과 완전 다르다"이라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명태균 방지법은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여론조사 기관을 영구 퇴출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공천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는 특검법과는 전혀 다른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