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용진 전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비명횡사'의 대표적 인물인 박용진 전 의원과 회동했다. 비명계와의 접점을 늘리며 당내 결속을 다지려는 취지다. 당 안팎에서는 이같은 내부 규합을 넘어 중도보수연대로까지 외연을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재명 대표는 21일 박용진 전 의원과 회동했다. 박 전 의원은 지난해 4·10 총선 과정에서 비명계가 무더기 탈락한 이른바 '비명횡사' 공천 논란의 상징적 인물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총선 이후 처음이다. 이 대표가 박 전 의원에게 먼저 연락해 회동이 성사됐다고 한다.
이날 만남은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이 대표는 박 전 의원과 만나 "힘든 상황인데도 함께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박 전 의원은 "이렇게 웃는 얼굴로 맞이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이 대표와 악수했다.
회동에 앞선 공개 발언에서 이 대표와 박 전 의원 모두 엄중한 시기임을 강조하며 서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은 지금의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하는 게 아닐까 싶다"며 "그 속에서 박 전 의원의 역할이 있을 것이고, 그 역할을 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도 "당이 힘을 합치고 통합해 나가야 국민 통합으로 나갈 수 있다"며 "대의명분 앞에 모든 걸 다 털고 힘을 합쳐서 민주당의 승리를 만들어내자"고 답했다.
오찬을 겸한 이날 회동은 비공개 독대 형식으로 약 100분 동안 진행됐다. 회동에서 박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공과 과·자산과 부채의 승계 △당내 통합에 이은 국민 통합 △내로남불 비판을 극복하는 혁신과 세대교체 등 3가지를 제안했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용진 전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의원의 3가지 제안에 이 대표도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말을 건넸다"며 "선거과정에서 박 전 의원이 고통받은 데에 안타깝고 미안하다는 말도 전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의원도 오찬장을 나오면서 "국민들이 민주당을 보면서 불안해하는 게 있을 것이고, 이 대표를 보면서도 달라졌으면 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이 대표에게 (스스로를) 넘어서고 발전했으면 한다는 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내 이견이 있는 그룹, 비주류·비명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의견을 최대한 듣고 통합해 나가달라는 의견도 드렸다"며 "(오늘 만남이) 민주당을 바라보는 지지자들과 국민들에게 작은 안심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비명계 끌어안기'는 최근 들어 그 행보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3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만난 데 이어 오는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의 회동도 약속된 상태다. 이어 같은달 27일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이튿날인 28일에는 김동연 경기지사와도 만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내부 규합을 넘어 개혁신당은 물론 국민의힘 일부와도 연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이른바 '중도보수연대'다.
이같은 구상을 먼저 언급한 건 민주당 내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이다. 정 의원은 전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합리적인 보수 또는 중도보수 이런 분들까지 저희들과 같이해야만 국민을 통합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연대 대상으로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포함한 여당 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파와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을 거론했다. 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을 위해 DJP연합도 하고 굉장히 보수적인 분들과도 함께하지 않았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꿨던 대연정을 실현하면 좋겠다는 게 제 개인적 생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