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니페르 에르모소와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 연합뉴스스페인 여자 축구 대표팀 헤니페르 에르모소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한 루이스 루비알레스 전 스페인축구협회장이 1심에서 벌금형을 받았다.
스페인 마드리드 형사법원은 21일(한국시간) 루비알레스 전 회장의 성추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1만800유로(약 1천6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검찰은 루비알레스 전 회장에게 키스 혐의 1년, 강압 혐의 1년 6개월로 총 2년 6개월의 징역형을 요청했으나, 법원은 '경미한 수준의 추행'으로 판단하고 징역형은 선고하지 않았다.
다만 법원은 루비알레스 전 회장에게 1년 동안 에르모소의 반경 200m 이내로 접근하지 말고, 직접 연락도 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루비알레스 전 회장은 지난 2023년 8월 호주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우승한 직후 시상대 위에서 에르모소에게 강제로 키스를 해 큰 논란이 됐다.
당시 루비알레스 전 회장은 "당시 입맞춤은 강제된 게 아닌 합의였다고 말하라"며 에르모소를 협박했던 혐의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강요 혐의는 입증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무죄로 판결했다.
해당 사건 이후 스페인 전역에서는 루비알레스 전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스페인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을 보이콧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루비알레스 전 회장은 결국 3주 만에 회장직을 사임했다. FIFA 역시 그에게 자격 정지 3년의 징계를 내렸다.
에르모소는 이달 초 증언에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인 월드컵 우승 날, 인생 최악의 아픔을 갖게 됐다"고 호소했다. 반면 루비알레스 전 회장은 "기관장이 시상대 위에서 해야 할 행동으로 적합하지는 않았지만, 범죄가 아니라는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영국 매체 BBC는 "루비알레스 전 회장은 항소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