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내 오픈마켓에서 해외 영양제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가품(假品)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커머스 업체들이 연신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개인 판매자가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 특성상 이커머스 업체가 품질을 보증할 수 없는 구조라 대책 마련이 더욱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말 큰 배신감"…SNS상에선 '가품 판별법' 공유
유통업계에 따르면, 50대 소비자 A씨는 최근 쿠팡 오픈마켓을 통해 미국 브랜드 '쏜 리서치'의 비타민B 보충제를 구매해 섭취한 뒤 건강 이상을 호소했다. A씨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정품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구매했지만, 섭취 후 간 수치 상승 등의 이상 증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보도가 나오자 많은 소비자들이 인터넷과 SNS상으로 쏜 리서치, 스포츠리서치, 나우푸드 등 인기 브랜드의 정품과 가품을 비교해가며 '가품 판별법'을 공유하는 등 자체 검증에 나서고 있다.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실망감도 상당하다. 또 다른 50대 남성 B씨는 "자식들이 적극 추천해줘서 쿠팡에서 구매해 해당 제품을 열심히 먹었는데, 정말 큰 배신감을 느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오픈마켓 시장 전체 문제…"개별 검증이 어렵다"

그런데 이번 영양제 가품 논란을 현재 오픈마켓 시장 전체 문제로 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과 같은 국내 이커머스 업체가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은 크게 '직매입'과 '오픈마켓' 방식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직매입은 이커머스 업체가 직접 상품을 매입한 뒤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상품이 어느 정도 검증됐다는 장점이 있다.
오픈마켓은 개인 판매자가 쿠팡, 네이버 등 특정 이커머스 업체 사이트에 물건을 올려 판매하는 방식이다. 플랫폼만 빌려 장사를 하기 때문에 개인 판매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상대적으로 많다. 판매자가 동일한 상품을 쿠팡, 네이버 등 여러 업체에 등록해 판매할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오픈마켓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가품이 나오는 사례가 많이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품 영양제 구매 피해 사례의 대부분이 검증되지 않은 개인 판매자의 상품에서 발생한다"며 "특히 중국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판매자의 경우 신뢰도를 더욱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 특허청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최근 3년간 온라인 플랫폼별 위조 상품 적발 현황'을 보면, 지난해 8월 기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에서 유통한 위조 상품만 5531건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모두 직매입 구조가 아닌 오픈마켓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고 오픈마켓 시장을 아예 닫아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픈마켓을 통한 해외 직구는 이미 전 세계 대세 쇼핑 방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리고 기존 유통업체에서 매입할 수 없는 전 세계 다양한 물건들을 소비자들에게 소개해준다는 순기능이 있다.
판매자 국적, 주소, 도메인 등 세세히 살펴야
이커머스 기업들은 오픈마켓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 말고는 당장에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한다. 쿠팡 역시 이번 가품 영양제 사태 직후 유사한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문제의 판매자에 대해 영구적인 판매 중지 조치를 내렸다.
동시에 오픈마켓에서 가품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신중한 접근도 병행돼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해외 영양제를 구매할 때 판매자 정보, 주소 명시 여부, 판매 내역 및 리뷰 등을 세심히 살필 것을 권고한다.
특히 제품 라벨의 원산지가 미국임에도 판매자의 국적이나 주소가 불분명한 경우, 혹은 판매 페이지의 디자인이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와 유사하지만 도메인이 다를 경우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또 지나치게 높은 할인율을 내세운 상품도 가품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