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연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부과 예고가 쏟아지는 가운데 우리 측 정부 고위급 인사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를 만나기 위해 처음으로 방미 길에 나섰습니다.
이번 방미 성과 어떻게 전망하는지 조태임 기자와 얘기나눠봅니다.
[앵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도 미 고위급과 접촉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급 인사가 미국 워싱턴 D.C.로 출발했네요?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정부 측 고위 당국자가 미국을 방문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각국이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 하기 위해 각국 정상들이 일찌감치 발로 뛰는 것과 달리 한국은 정상 외교에 나설 대통령 부재로 시기 면에서도, 또 회담의 수준 면에서도 조금 아쉬운 점이 있는데요.
그래도 아직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통상당국 차원에서 나섰습니다. 출국 길에 오른 박종원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우리 기업의 이익 보호를 위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 차관보는 이번 방미에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연방의회 주요 인사 등을 면담한다는 계획입니다.
앞서 지난 주말(현지시간 15일) 독일 뮌헨에서 한미 외교 장관 간 회담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주로 북한 문제 등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면서 관세 얘기는 뒷전에 밀릴 수밖에 없었는데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담당 부처에 한국의 우려를 잘 전달하겠다"는 수준의 답을 듣는데 그쳤는데 통상차관보 방미로, 미국 측의 구체적 입장을 듣고 올 수 있을 지 관심입니다.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연합뉴스[앵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철강, 자동차에 대해 관세 부과를 예고했는데요. 어떤 얘기가 오갈까요?
[기자]
박 차관보는 공식적으로는 "4월 1일까지 검토가 예정돼 있는 상호관세, 3월 12일부터 부과 예정인 철강·알루미늄 등을 포함한 통상 현안과 한·미 간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습니다.
어떤 대안이 있는 지에 대해서는 협상 전략이기 때문에 정부는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입니다.
가장 눈앞에 닥친 위기는 철강 관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월 12일까지 예외 없이 모든 국가에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는데요.
한국 철강의 경우 미국의 4대 철강수입국 중 하나로 미국 전체 수입의 13% 정도를 차지합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전체 철강 수출의 21%가 미국으로 향할 만큼 큰 시장인데요.
한국 철강에 있어 미국 시장은 밀려오는 중국산 저가 공세에 그나마 수출시장에서의 버팀목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25% 관세를 맞게 되면 가격경쟁력 면에서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트럼프 1기 때는 협상을 통해 '쿼터제' 적용을 받았습니다.
[앵커]
주말 사이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쯤 자동차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잖아요. 자동차의 경우 대미 수출 1위 상품이다 보니 더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싶은데요?
[기자]
요즘 '눈만 뜨면 트럼프'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쉴 새 없이 트럼프 발 관세 뉴스가 쏟아지는데, 한국시간으로 토요일(현지시간 14일)에는 4월 2일쯤, 구체적 시기를 언급하며 자동차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고요.
한국시간으로 어제(현지시간 15일)는 SNS를 통해 상호관세 적용 대상으로 부가가치세를 매기는 국가를 지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우선 자동차 관세를 짚어보면 모든 자동차 수입품에 일률적 관세를 부과할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할지는 불분명하지만, 한국도 주요 타깃 대상으로 거론됩니다.
한국에 있어 미국은 아주 큰 자동차 수출 시장인데요.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수출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KB증권은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면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앵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를 강조하면서 다른 나라의 부가가치세까지 검토하겠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연합뉴스[기자]
자동차, 철강은 '품목'에 대한 관세를 언급한 것이라면 상호 관세란 해당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관세입니다.
각국이 미국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율인 만큼 미국도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건데 여기에는 관세율뿐 아니라 부가가치세도 비관세 장벽으로 보고 거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겁니다.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대표적으로 유럽을 포함해, 우리나라도 있듯이 전 세계 170개국 이상이 부가가치세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은 6.6%의 '판매세'만 있는데요. 미국의 판매세는 최종 제품 구매 시점에 한 번만 징수하는데, 부가세는 제품이 생산과 여러 차례 제조 과정을 거치면서 부가가치가 추가될 때마다 징수되는 겁니다.
부가세는 유럽의 경우 평균 22%, 한국은 10%로 미국은 부가가치세가 미국산 제품 가격을 올리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앵커]
설명을 듣다 보니 첩첩산중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우리가 펼 수 있는 전략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자]
정부는 미국의 무역흑자국인 호주에 대해서는 철강 관세를 면제하겠다고 밝힌 점, 상호 관세 시점을 4월 1일로 한 달 넘게 시간을 줬다는 걸 고려할 때 미국과 협상 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에 지금 필요한 건, 미국이 한국에 원하는 게 뭔지 파악하는 겁니다
조성대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남은 기간 동안 우리 입장 설명하고, 좀 더 구체적으로 트럼프 2기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관세 장벽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파악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당선과 동시에 조선업에 대해서 한국에 조선업 협력 강화에 대해 SOS를 쳤던 만큼 조선업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 갖고 있는 에너지 수입 등을 늘리는 방안 등을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대책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산업연구원은 오늘(17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 입장에서 한국의 경우 다른 적자 대상국들과 달리
'불공정 무역행위' 수준이 낮은 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잘 설득하고 협상할 여지가 있다고 보이는데, 한 가지 걸리는 건 국내 리더십의 공백 상태로 구체적인 진전이 있기에는 한계가 있어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주축으로 20여개 기업 대표 등 민간 경제사절단도 백악관 고위 당국자와 의회 주요 의원들을 만나기 위해 출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