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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무속 쿠데타' 감싸는 집회 속 성경책과 성조기

칼럼

    [칼럼]'무속 쿠데타' 감싸는 집회 속 성경책과 성조기

    보수성향 목사들 "계엄은 하나님의 선물", "계엄은 합법"
    성경에 손 얹은 전한길 "계엄 아닌 계몽령, 대통령 통치권"
    비상계엄 뒷배엔 '아기 보살' 점집의 노상원 前 사령관
    무속인 꾀로 일으킨 계엄, 하나님 이름으로 포장되는 셈
    탄핵반대 집회 속 성조기, "김정은 친분" 트럼프 지지하나
    논리적 정합성 결여된 자기모순의 말로는 폭력일 뿐

    태극기와 성조기 흔드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 연합뉴스태극기와 성조기 흔드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 연합뉴스
    이것은 정의와 진실에 관한 글이 아니다. 한국에서 사회 통합은 요원한 숙제가 돼버렸고, 육중한 사일로 안에 갇힌 이들이 공통으로 받아들일 정의와 진실은 당장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자기모순에 빠진 기괴한 코미디 상황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개탄의 글이다. 조금 더 바라자면, 다양한 주의 주장 속에서 최소한의 정합성이라도 챙겨보자는 바람의 글이다.

    "계엄은 하나님의 선물", "계엄령 아니라 계몽령"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연합뉴스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연합뉴스
    최근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의 두 축은 서울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와 부산 세계로교회의 손현보 목사다.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발언으로 유명한 전광훈 목사는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 설교에서 "대통령이 큰 사고(계엄령)를 일으켰는데 이는 하나님이 한국교회에 준 선물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이왕 (계엄령을) 선포했으면 끝까지 밀고 가야지 왜 해제를 해버리냐"고 덧붙였다. 손현보 목사는 지난 8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기도회에서 "탄핵은 무효다, 계엄은 합법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윤석열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여기에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탄핵 반대 진영의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 15일 5·18 민주화운동 역사의 현장인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국가비상기도회 연단에 섰다. "성경책에 손을 놓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겠다"고 운을 뗀 전씨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을 "계몽령"으로 표현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해지했다"면서 "민주당의 패악질에 어쩔 수 없이 대통령으로서 통치권을 행사했다는 게 국민 대다수의 여론"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연합뉴스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연합뉴스
    목사가 예배와 집회에서 하나님을 언급하며, 그리고 유명 학원강사가 성경에 손을 얹고 탄핵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것도 모자라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고 있는데, 이것이 마치 개신교 전체의 입장으로 비춰질까 염려된다. 여기에서 이어지는 또다른 걱정은 기독교 신앙이 이 정도로 뿌리가 얕게 여겨질까 하는 점이다. 극우 성향의 개신교인들이 감싸는 비상계엄의 뒷배엔 무속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속인 꾀로 일으킨 계엄, 하나님 이름으로 포장되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그가 역술인으로 활동했다고 알려진 점집의 모습. 연합뉴스·네이버 로드뷰 캡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그가 역술인으로 활동했다고 알려진 점집의 모습. 연합뉴스·네이버 로드뷰 캡처 
    12·3 내란사태의 '비선 핵심'으로 꼽히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그 장본인이다. 2018년 성추행 사건으로 불명예 전역한 뒤 안산시 '아기 보살' 점집에서 역술인들과 동업하며 '남자 보살'로 불렸다. 2023년부터는 또다른 무속인 '비단 아씨'를 자주 찾아 나랏일을 상의하고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앞날을 물었다 한다. 지난해 9월부터는 김 전 장관과 밀접히 소통하며 내란을 획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비상계엄을 앞두고는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을 통해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을 사실상 지휘했다. 구삼회 2기갑여단장, 방정환 국방부 혁신기획관도 만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를 맡을 제2수사단 구성까지 논의했다. 확보된 노상원의 수첩에는 야당 대표를 비롯한 정치인과 법조인 등 500여명의 체포 계획이 메모로 담겨 있었다. 또 "폭발물 사용", "확인 사살" 등 살해 계획으로 추정되는 문구까지 발견됐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입각한 선관위 장악, 대대적 야권 인사 체포 등 그의 머릿속에 있던 계획들이 실제 시도된 것이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지난 14일 "한국의 실패한 쿠데타에 연루된 무속인들" 제목의 기사를 실은 건 이런 까닭이다. 신문은 "한국의 샤머니즘인 무속은 불교와 유교, 도교 이전부터 존재한 고대 신앙"이라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그 부인이 무속인들에게 조언 구하기를 좋아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계엄령 선포 과정에 무속인들이 개입한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부부 주변의 '건진 법사'와 '천공' 등의 역할도 덧붙였다. 무속인의 조력을 받는 정권이 무속인의 꾀로 계엄령을 선포했는데, 일부 기독교인들이 이를 하나님의 이름으로 포장하는 광경이다.

    탄핵반대 집회 속 뜬금없는 성조기…정합성 없는 자기모순

    도저히 정합성을 찾아볼 수 없는 건 탄핵 반대 집회마다 펄럭이는 성조기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을 상징할 텐데, 전임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의 비상계엄 상황에 대해 우려하며 계엄 상황을 빠르게 해소한 한국 국회의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 북한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해온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의 경우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도 "나는 그(김정은)와 잘 지냈다, 그는 종교적 광신자가 아니고 똑똑한 남자"라며 치켜세웠다. 극우 또는 보수 성향의 집회 참가자들이 대체 미국의 어떤 면을 지지하며 성조기를 흔드는지 알 길이 없다.

    진보도 좋고, 보수도 좋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얼마든지 환영이다. 그러나 정합성이 결여된 주장까지 확산케 해서는 곤란하다. 논리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이들이 쥘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는 폭력뿐이기 때문이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이 그러했고, 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그러했다. 자기모순에 빠진 탄핵 반대 집회 세력 안에 또다른 폭력성이 스멀스멀 자라날까 걱정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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