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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하던 '필리핀 가사관리사' 끝내 전국 확대 무산되나

경제 일반

    강행하던 '필리핀 가사관리사' 끝내 전국 확대 무산되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1년 연장했지만 전국 단위 본사업 소식은 오리무중
    정치권서 현행 법도 모른 채 '月 100만 원이면 충분' 주장하며 도입하더니
    내국인 못지 않은 가격에 서울 강남 고소득층에 수요 집중
    정작 가사관리사들은 서울 한복판서 최저임금만 받고 과중한 노동 떠맡아

    연합뉴스연합뉴스
    논란 속에 강행됐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정부가 일단 연장하기로 했지만, 본사업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서울 강남 전용 가사관리사'라는 논란부터 시작해 열악한 노동 조건 문제 등도 여전한 가운데 외국인 가사관리사 해법이 저출생 문제 해법으로 거듭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통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1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8월 입국해 4주 직무교육을 받았던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같은 해 9월부터 돌봄서비스를 시작해 이달 말로 기한이 종료될 예정어서, 다음 달에도 업무를 이어가도록 기한을 늘린 것이다.

    정부는 이들 가사관리사들과 같은 E-9(비전문취업 비자)로 입국한 다른 직종의 노동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취업활동기간을 기존에 근무한 7개월을 포함, 총 36개월로 확정했다. 또 가사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의 만족도가 높은데 돌봄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미리 시범사업 기한을 연장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구상했던 본사업은 이날 위원회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본사업 관련 내용은 다시 위원회를 열어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언제쯤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애초 정부는 다음 달부터 1200명으로 가사관리사 도입 규모를 확대해 전국 단위로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제도 도입 당시 홍보됐던 것과 달리 이용 가정의 요금 부담이 커지면서 서울 밖으로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을 확대하기 어렵게 됐다.

    고용노동부가 중간 집계한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서 서울과 부산, 세종 등 3개 지역만 신청한데다, 그 규모도 서울만 약 900명이 신청했을 뿐 다른 2개 지역 20명을 채 넘지 못했다고 한다.

    '월 100만 원이면 충분하다'며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을 적극 홍보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여당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주장이 무색한 상황이다. 애초 현행법을 무시한 발언인데다, 자칫 외국인 노동자 차별로 외교적 분쟁까지 빚을 수 있는 사안이어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주장이었다.

    그 결과 당장 이용가정이 지불할 서비스 가격이 현행 시간당 1만 3940원에서 20.5%(2860원) 오른 1만 6800원으로 인상된다. 내국인 가사관리사 이용요금이 시간당 1만 5천 원~2만 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내국인 가사관리사보다도 더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서울시 제공서울시 제공
    특히 노동부의 이용가정의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이용가정의 거주지역이 △강남구 19.64% △서초구 13.39% △성동구 11.61% △송파구 8.04% 등으로 이른바 강남 3구가 40%를 넘는다. 또 이용가정의 부부 합산 가구 소득이 900만 원~1200만 원 미만 가구가 30.4%로 가장 많고, 1800만 원 이상 가구도 23.2%에 달했다.

    빠듯한 맞벌이 신혼부부들을 위한 '저출생 해법'이라며 도입됐던 정책이 어느새 '원어민 영어 교육이 가능한 외국인 가사관리사'로 둔갑한 꼴이어서, 국내 가사관리사 시장 질서까지 교란될까 우려될 지경이다.

    정작 가사관리사들은 최저임금만 받고 일하는 실정이다. 이번에 요금을 인상하기로 정했다지만 그새 오른 최저임금 인상분과 1년 이상 근무하면서 발생할 퇴직금, 중개·관리업체의 운영비 등이 반영된 결과일 뿐, 실제 가사관리사들이 손에 쥐는 돈은 별 차이가 없다.

    오 시장 등이 예로 들었던 홍콩, 싱가포르의 경우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이 본국을 오가며 생활하기 비교적 쉽기 때문에 현지의 소득 수준에 비해 낮은 임금에도 근무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국내에 장기간 거주할 수밖에 없는 마당에 최저임금만 받고 식비·교통비 등 생활비를 부담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을 받는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농어촌이나 제조업 등의 경우, 그나마 비교적 물가가 저렴한 지방에 거주하지만, 가사관리사 수요가 서울에 집중됐기 때문에 가사관리사들의 고충이 더 크다.

    시범사업 기간을 연장하면서도 그동안 빚어졌던 시행착오에 대한 보완책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점도 문제다. 가사관리사들의 가장 큰 불만이었던 서울 강남에 일방적으로 배정됐던 숙소는 자유롭게 바꿀 수 있도록 개선한다지만, 육아 등 돌봄서비스를 넘어 각종 가사 노동까지 해야 하는 '가사도우미' 역할이 맡겨지는 문제 등에 대한 해법은 여전히 제시되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정부는 두 차례 임금체불, 생활고에 2명 이탈, 숙소 통금시간 제한, 돌봄과 그에 수반된 가사노동 수행이라는 불명확한 업무범위 문제 등을 어떻게 개선해나갈지 보완 방안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이 상태라면 지난 7개월의 답습을 넘어 총체적 부실 사업으로 연장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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