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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부정선거 거점이 인천? 인천 정치권 '술렁'

    국힘 소속 인천시의원 7명, A-WEB 퇴출·지원 중단 촉구
    '전국 유일' 부정선거 음모론 기반해 지방정부 압박
    인천시의회 "의원 개인 의견" 쉬쉬…인천시도 '침묵'
    尹 변호인단, A-WEB 부정선거 관련 사실조회 신청
    극우 줄서기 VS 자기 정치…유정복 인천시장도 '불똥' 우려

    지난 10일 국민의힘 소속 인천 시의원들이 인천시의회 본관 1층에서 세계선거기관협의회 퇴출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교, 김대중, 김용희, 신성영, 허식, 김종배, 박창호 의원. 인천시의회 제공지난 10일 국민의힘 소속 인천 시의원들이 인천시의회 본관 1층에서 세계선거기관협의회 퇴출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교, 김대중, 김용희, 신성영, 허식, 김종배, 박창호 의원. 인천시의회 제공
    최근 일부 극우매체가 부정선거 음모론의 주요 거점으로 인천시를 지목하면서 인천 정치권도 술렁이는 분위기다.
     
    일부 인천시의원들은 이 음모론에 기반해 지자체를 압박하고, 보수성향의 시민단체도 가세하면서 지방 의정에도 가짜뉴스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힘 소속 인천시의원 7명, A-WEB 퇴출·지원 중단 촉구

    김대중·김용희·김종배·박창호·신성영·이인교·허식 등 국민의힘 소속 인천시의원 7명은 지난 10일 인천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계 부정선거의 온상 세계선거기관협의회(Association of World Election Bodies, 이하 A-WEB)의 퇴출을 촉구한다"며 "인천시는 A-WEB 사무처에 대한 임대료 지원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A-WEB이 대한민국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보호 아래 짬짜미로 탄생했으며, 전자투표기 등 부정선거 시스템을 세계 곳곳에 보급해 해당 국가들로부터 부정선거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A-WEB이 2018~2024년 우리나라에서 치른 선거에 개입해 부정선거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해당 시의원들은 이같은 주장의 근거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최근 부정선거 논란이 있었던 콩고와 키르기스스탄 사례를 언급했다. 이 두 국가에서 전자 투·개표 기기가 부정투표의 원인이라고 밝혀진 사실은 없다.
     
    이같은 주장은 보수성향 시민단체의 가세로 더욱 확장되고 있다. 인천 범시민단체연합은 지난 12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A-WEB 본부 폐쇄와 인천시의 지원 중단을 촉구했다.

    지난 12일 인천범시민연대 회원들이 인천시청 앞에서 세계선거기관협의회 퇴출과 인천시의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유튜브 '화도진TV' 화면 캡처지난 12일 인천범시민연대 회원들이 인천시청 앞에서 세계선거기관협의회 퇴출과 인천시의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유튜브 '화도진TV' 화면 캡처

    '전국 유일' 부정선거 음모론 기반해 지방정부 압박

    해당 시의원들이 이같은 주장을 펼친 데는 일부 극우매체의 '가짜뉴스'에 기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매체는 12·3 내란사태 이후 "한미 정보기관이 합동 작전을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수원 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수십 명을 체포했고, 일부를 일본과 미국으로 압송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중국이 한국과 미국의 선거에 개입했다"고도 했다.
     
    해당 보도는 '가짜뉴스'로 판명됐다. 지난달 20일 주한미군 사령부는 해당 보도가 '완전한 거짓'이라고 공식입장문을 냈다. 존 서플 미국 국방부 대변인 역시 해당 보도에 대해 '미국 국방부의 입장은 주한미군의 입장과 같다'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나 해당 매체는 "주한미군은 이번 작전에 관여하지 않아 기밀을 말할 수 없는 위치"라며 '중국이 A-WEB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A-WEB이 ODA(공적개발원조) 자금으로 국내산 전자 투·개표 선거 시스템 등을 지원하는 업무를 주관하는 등 부정선거 국제범죄 의혹이 있다'고 더욱 확대된 가짜뉴스를 내놨다.
     
    A-WEB은 세계민주주의의 성장을 목표로 2011년 한국선관위가 국제사회에 제안해 2013년 10월 만들어진 국제기구다. 녹색기후기금(GCF)과 마찬가지로 기구 출범과 동시에 사무국이 인천 송도에 둥지를 튼 사례다. 현재 109개국에 119개의 선거 관련 기관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A-WEB 회원 기관 가운데 중국 기관은 없다.
     
    그러나 계엄령 선포 근거 가운데 하나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했던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변론에서 'A-WEB'에 대해 부정선거 관련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A-WEB 사무국을 유치한 인천시는 이 기구에 연간 1억2천만 원의 임대료를 지원하고 있다. 인천시 예산을 심의하는 시의원들이 부정확한 근거로 지원 중단을 압박한 것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지방의회에 영향을 미친 첫 사례다.
     
    이와 관련해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14일 해당 매체의 '가짜뉴스'에 대해 '자사게재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자사게재 경고' 처분은 일반 '경고'보다 한 단계 높은 수위의 제재로 해당 매체는 윤리위의 제재 내용을 일정 기간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해야 한다. 윤리위는 이들 기사가 신문윤리강령 제4조와 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반박 및 가짜뉴스 보도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세계선거기관협의회 홈페이지 화면 캡처'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반박 및 가짜뉴스 보도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세계선거기관협의회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인천시의회 "의원 개인 의견" 쉬쉬…인천시도 '침묵'

    인천시의회 내부에서는 해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당황스럽다"면서도 쉬쉬하는 분위기다.
     
    인천시의회 임춘원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해당 기자회견이 국민의힘 소속 인천시의원 전체에게 공유된 내용이 아니었다"며 "기자회견을 한 각 의원들의 개인 의견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김명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말도 안되는 행동"이었다면서도 "대통령 탄핵 국면에 들어 중앙정치가 양극화되면서 지방정치까지 민생에 소홀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별다른 문제를 삼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 역시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일로 지원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정복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유정복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극우 줄서기 VS 자기 정치…유정복 인천시장도 '불똥' 우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일부 인천시의원들의 요구가 최근 대권 행보를 보인다고 평가받는 유정복 인천시장의 행로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천 지역 주요 언론들은 유 시장이 지난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통령실 기자단과 간담회 자리에서 "어려워진 나라를 바로 세우는 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대권 도전 의사를 공식화했다는 평가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유 시장이 사진이 맡고 있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 직위를 내세워 분권형 개헌을 관철시켜 대권 도전 입지를 다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오는 28일 서울공군호텔에서 발족되는 'JB포럼'도 이같은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이번 A-WEB 퇴출 촉구 사태를 주도한 게 허식 인천시의원으로 알려지면서 우려가 나온다. 허식 시의원은 유정복 시장과 고교동창으로 서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허 시의원은 인천시의회 의장이었던 지난해 1월 당시 "5·18, DJ·北이 주도한 내란" 이라는 제목의 인쇄물을 동료 시의원들에게 배포했다가 불신임됐다. 당시 국민의힘 인천시당도 허 시의원에 대한 윤리위원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허 시의원이 윤리위 직전 탈당계를 제출하면서 징계를 피했다. 그는 탈당 6개월 뒤인 지난해 7월 복당했다.
     
    그는 2023년에도 "한국 교육 전반이 공산주의를 교묘하게 결부시키고 있다", "가정폭력 증가는 학생인권조례가 때문이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샀다.
     
    일부 극우매체와 정치권이 '부정선거 음모론'의 거점으로 인천을 지목한 상황에서 같은 당 정치인들마저 음모론에 휘둘리는 상황을 유 시장이 방관하다가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려는 그의 행보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인천 정치권 인사는 "탄핵 이후 국민의힘이 극우 지지자들의 뒤에 줄을 서야 할지, 그들로부터 떨어져나와 합리적 보수로 재탄생할지 갈림길에 서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유 시장을 비롯해 대권 잠룡 등 보수의 큰 정치인들도 이 갈림길에서 줄을 설지, 줄을 세울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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