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제공서울 강남에 있는 의원에서 3년 6개월 간 마약류 불법 투약 영업을 일삼으며 41억 원의 불법 수익을 벌어들인 60대 전문의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전 야구 국가대표 선수인 오재원(39)씨는 이 의사로부터 마약류를 투약 받은 혐의로 추가 입건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13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의료법,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60대 의사 A씨, 간호조무사 10명, 행정직원 4명 등 의료기관 관계자 15명과 투약자 100명 등 총 115명을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A씨는 구속됐다.
A씨 등 15명은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의원에서 내원자 105명에게 프로포폴, 레미마졸람 등 마약류를 불법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마약류와 전신마취제인 에토미데이트를 병용해 투약한 경우도 있었다.
이 병원에서 1회 투약 받는 비용은 2~30만 원으로 책정됐으며, 내원자들에게 마약류를 투약한 횟수는 총 1만 7216회로 확인됐다. 이들은 식약처장에게 마약류 사용 보고를 하지 않는 대가로 일부 투약자들로부터 10만 원의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서울경찰청 제공 이 같은 불법 영업으로 벌어들인 불법 수익은 41억 4051만 원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현금 8304만 원은 압수됐으며, 법원은 A씨 부동산 등 재산 33억 2314만 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을 내렸다.
A씨는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프로포폴 등 수면 마취제를 불법 투약한 혐의도 있다. 그는 스스로 마약을 투약하거나 간호조무사에게 투약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총 16차례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불법행위들을 은폐하기 위해 A씨 등은 추가 범행을 이어갔다. 이들은 식약처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마약류 투약기록을 거짓∙미보고하고 불법 투약자들의 진료기록을 거짓으로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 사용해 마약류 사용량을 허위로 늘렸다. A씨 가족 명의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범죄수익을 관리했으며, 불법 투약자들과의 상담∙예약만을 위한 대포폰을 개통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A씨 병원에서 마약을 투약받은 105명 가운데 100명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나머지 4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으며, 다른 1명은 이른바 '람보르기남'으로 불린 30대 홍모씨다. 경찰은 홍씨의 입건 여부에 대해 "상습투약죄로 처벌돼 추가 입건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입건된 100명 중 83명은 2~30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어린 투약자는 26세이다. 한 사람 당 하루 최대 투약량은 28회, 최대 결제 금액은 1천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 병원에서 1억 원 이상을 사용한 투약자도 12명에 달한다.
전 야구 국가대표 선수 오재원씨와 조직폭력배 B씨도 이번 수사를 통해 덜미를 붙잡혔다. 오씨는 2023년 10월부터 2024년 1월까지 5차례 병원을 찾아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로 추가 입건됐다.
한편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A씨는 2012년 해당 병원을 개업해 성형외과, 피부과 시술을 주로 하던 의사였다고 한다. 하지만 2021년부터 마약류 불법 투약 영업 행위에 손을 댔다가 경찰 수사를 받고 당국으로부터 마약류 취급 처분을 받게 됐다.
서울청 강선봉 마약범죄수사2계장은 A씨 등의 범행에 대해 "투약 횟수, 기간, 지불 금액만으로도 투약자들의 마약류에 대한 의존성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며 "의사 A씨 등의 범행은 투약자들을 마약류 중독에 빠뜨려 돈벌이 수단화하는 '마약 판매상'의 전형적 수법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강 계장은 최근 의사 등의 마약류 불법 영업 행위가 심각해진 만큼 마약류관리법상 '마약류 취급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마약류관리법에서는 '마약류취급자'의 불법 행위를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자'와 같거나 가볍게 처벌하고 있다"며 "통상 권한자의 위법 행위는 불법성이 더 크다는 이유로 가중처벌하는 다른 법률과 대비해볼 때 처벌 강화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