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3사가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과 접촉하거나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의 후속 작업을 분주히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발 '딥시크 쇼크' 직후 전세계적으로 AI 경쟁 흐름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3사는 B2B(기업 간 거래),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를 아우르는 AI 서비스 출시에 힘을 주고 있다.
올트먼 만난 SKT…AI 에이전트 서비스들 추가로 준비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T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와 접선하는 등 미국을 중심으로 한 'AI 동맹' 편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일 방한한 올트먼 CEO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회동한 자리에 유영상 SKT 대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등 계열사 고위 관계자들도 함께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오픈AI와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합작해 미국 내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발표된 가운데, SK그룹의 참여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최 회장과 올트먼 CEO 간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측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분야와 AI 서비스 협력 등에 대한 폭넓은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SKT는 앞서 메사추세츠공대(MIT)가 이번 달 발족한 'MIT 생성형AI 임팩트 컨소시엄'에 창립 멤버로 참여해 생성형AI 기술의 상용화와 산업별 응용 방안을 공동 연구한다고도 밝혔다.
SKT는 지난해 11월 'AI 인프라 슈퍼 하이웨이' 구축 전략을 발표했는데, 석달이 지난 현재 가시적인 성과들도 나오고 있다. 랙당 전력밀도가 국내 최고 수준(44㎾)인 가산 AI 데이터센터(DC)를 오픈하고, 기업을 상대로 한 구독형 AI 클라우드 서비스인 SKT GPUaaS를 출시한 것이 그 예다.
지난 2022년 국내 이동통신사 최초로 AI 에이전트 '에이닷'을 출시했던 SKT는 상반기엔 B2B용 AI 에이전트 '에이닷 비즈'의 국내 상용화 버전을 정식 출시하고, 다음달엔 B2C 서비스인 AI 에이전트 '에스터'를 북미에 선보일 계획이다.
SKT 관계자는 "AI DC 등 인프라를 확장하고, 향후 수익화할 수 있는 B2B 서비스와 B2C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세 가지 층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MS와 손 잡은 KT…상반기 '한국형 AI' 개발 구상
SKT가 오픈AI와 협력에 물꼬를 텄다면, KT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을 잡았다.
통신기술(CT) 역량에 AI 기술을 융합한 'AICT 컴퍼니'를 지향하고 있는 KT는 지난해 9월 MS와 AI·클라우드·IT 분야 사업 협력, 역량 공유를 위한 '5개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2조 4천억 원을 국내 AI, 클라우드 산업 조성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양사는 5년 간 △한국의 문화‧산업에 최적화된 AI 솔루션 공동 개발 △국내의 B2B 고객을 대상으로 한 한국형 클라우드 서비스 공동 개발 △AX(AI 전환) 전문기업 설립 △공동 R&D 및 스타트업 투자로 국내 AI 생태계 강화 등 AI 전문 인력 육성 등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김대회 KT 구매혁신담당 상무보는 이와 관련해 지난 11일 기자 설명회에서 "MS와 클라우드 또는 AI 모델을 상호 협력 아래 어떤 서비스에 도입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KT는 아직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선보이지 않았지만, 올해 상반기 오픈AI의 최신 버전 거대언어모델(LLM)인 'GPT-4o' 기반으로 한 한국형 AI를 개발하고, MS 자체 소형언어모델(sLLM)인 'Phi 3.5'를 활용한 공공·금융 등 산업별 특화 AI 서비스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다음 달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2년 만에 방한한 자리에서 김영섭 KT 대표와 만나 추가 논의를 할지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KT 관계자는 "지난해 AI 전용 공간인 백석 AI 데이터센터(DC)를 구축한 데 이어 올해 착공 예정인 가산 DC 등도 AI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개소를 준비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X' 강조한 LG유플러스…온디바이스 AI 탑재 '익시오' 유료화 고심
'AX 기업'으로 구조 전환을 선포한 LG유플러스 역시 올해 AI 신사업 육성을 필두로 사업 재편에 돌입하는 한편, 전 사업 영역에 AI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AX'는 기존 업무 방식을 AI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B2B 사업에서는 다양한 AI 모델을 적용해 범용성을 확대하고, 고객별 사업 환경에 최적화된 맞춤형 전략으로 기업 인프라 부문의 성장을 가속하기로 했다. 지난해 평촌2센터를 오픈한 데 이어 경기 파주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신규 AI DC 건립은 AI B2B 사업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AI B2C 시장 경쟁에선 지난해 말 출시한 '익시오(ixi-O)'가 두드러지는데, 익시오는 LG AI연구원이 개발한 LLM '엑사원'(EXAONE)을 개량한 sLLM 익시젠(ixi-GEN)과 구글 제미나이를 활용했다.
특히 기기 자체에 탑재돼 외부 서버를 거치지 않고 직접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디바이스 AI'로 보안 등에 강점이 있다는 게 LG유플러스 측 설명이다.
LG유플러스는 최근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 증가 주요 원인으로 익시오 등에 힘입은 고가치 가입 회선 증가를 꼽기도 했는데, 올해 하반기에는 익시오 일부 서비스 유료화를 계획하며 본격적인 수익 창출을 고심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AI 스타트업 포티투마루에 100억 원을 투자하고,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인 딥엑스와 온디바이스 AI 관련 협업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통신 시장의 성장이 둔화한 상황에서 이들 통신3사에 AI 사업은 필수적인 미래 사업이다. 3사가 AI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수익성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토종' 소버린(주권) AI 키우기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이성엽 교수는 "소버린(주권) AI 개발에 집중할지, MS 등 해외 빅테크와 협력을 통해 필요한 기술을 이전받고 인력을 양성할지는 통신3사에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면서도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인프라 부문에선 통신3사가 우리나라 AI 시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강한 소버린 AI를 아예 포기해선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