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하늘양 빈소에 학교 관계자들이 조문 온 모습. 김미성 기자"학교에서 교사가 애를 죽이는데 학교를 어떻게 보내요?"
11일 오전 김하늘(8)양의 빈소가 마련된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장례식장.
학교 관계자들이 조문을 오자 아버지는 "학교를 어떻게 믿고 보냅니까? 학교에서 교사가 애를 죽이는데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하늘이 안 잊히게 하늘이 책상에 국화를 부탁드린다"며 "특히 친한 친구들도 충격이 많을 거라서 선생님들이 보살펴달라"고 당부했다.
학교 관계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소리내 울거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참을 장례식장을 떠나지 못했다.
하늘양의 담임교사는 조문을 하기도 전부터 "못 보내"라며 통곡했다. 아버지로부터 "하늘이 몸에 향기나게 꽃 올려주세요"라는 말을 듣고서야 힘겹게 몸을 일으킨 담임교사는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영정사진 앞에 국화를 올렸다.
담임교사는 "너무 예뻤어"를 반복했고, "내일 만나자며 인사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늘양의 친구들도 영정 사진 속 하늘양을 보며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아버지는 애써 밝은 모습으로 하늘양 친구들을 살갑게 맞이했다. 영정사진 속 해맑은 하늘양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했다.
11일 오전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하늘 양 빈소. 김미성 기자유족에 따르면, 하늘양의 꿈은 아이돌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이었다고 한다.
생일 선물로 장원영 포토카드를 사달라고 했고, 어떤 프로그램이든 장원영이 나오면 늦게 자더라도 본방 사수를 해야 하는 아이였다.
아버지가 기억하는 하늘 양의 마지막 모습은 출근하는 아버지를 배웅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제가 출근을 빨리해서 7시에 나가는데 항상 6시 40분에 일어나서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손을 흔들고 있었어요. 그게 마지막일 줄은 저도 생각 못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하늘 양이 다니던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 하늘양을 추모하는 편지와 꽃다발, 과자, 인형 등이 놓였다. 김미성 기자하늘양이 다니던 학교 앞에는 '아가, 아프지 말고 편히 눈 감으렴. 미안해'라는 편지와 꽃다발, 과자, 인형 등이 놓여있었다.
아버지는 기자들에게 "정부에서는 저출산 국가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학교에서 선생이 학생을 죽이는데 그 어떤 부모가 안심하고 학교로 보낼 수 있겠습니까"라며 "외부인도 아니고 기간제 교사, 계약직도 아닌 정 교사가 제 딸을 죽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늘이는 왼쪽 목, 겨드랑이 등 수십 군데를 찔렸고, 손에도 엄청난 흉기에 베인 자국이 있는 것으로 볼 때 저항을 한 흔적이 있었다"며 "선생님과 하늘이는 1 대 1이었던 상황이었다"라며 울먹였다.
그는 또 "제2의 하늘이가 나오지 않을 수 있도록 정부는 하늘이법을 만들어서 심신미약인 선생님들의 치료를, 하교하는 저학년들의 책임질 수 있는 모습을 만들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는 "'하늘아, 어른들이 미안해. 사랑해'라는 문구를 꼭 넣어달라"고 당부했다.
유족은 하늘양 장례를 4일장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10일 오후 5시 50분쯤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 2층에서 이 학교에 다니는 8살 김하늘 양과 교사 A씨가 흉기 찔린채 발견됐다. 김양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고, A씨는 자신의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