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2회 국회(임시회) 제02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며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국민통합을 주요 의제로 내세웠다. 차기 대선 국면을 겨냥한 큰 틀에서의 비전인 셈이다.
하지만 이들 의제는 각각 주 52시간 근로시간 적용 예외, '편파방송'을 자처한 민주당 소통 채널 개설 등 최근 이 대표의 행보와 결이 다른 탓에 '엇박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 일각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다 잡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와 자신감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연설을 계기로 상충되는 의제들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과제를 떠안게 됐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주 52시간 예외' 검토하자더니…'주 4일 근무' 제안
이재명 대표는 1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상당 부분을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과 배경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이 대표는 "창의와 자율이 핵심인 첨단과학기술 시대에 장시간의 억지 노동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며 "노동시간 연장과 노동 착취로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생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시간 노동으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말 자체가 형용모순"이라고도 꼬집었다. 궁극적으로는 주 4일제 근무국가로 나가야 한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노동의 양보다는 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설명이지만, 최근 이 대표의 행보에 비춰보면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도체특별법에 노동자가 원하는 등 조건이 맞는다면 '주 52시간 근로시간 적용 예외'를 가능케 하자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는데, 정작 연설에서는 노동시간 연장을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규정하고 나선 것이 앞뒤가 맞느냐는 것이다.
'민주당 편파중계' 응원 후 "국민통합 책무 다하겠다"
'국민통합' 대목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연설 말미에 "민주당은 더 낮은 자세로 정치의 사명인 국민통합의 책무를 다하겠다"며 "공존과 소통의 가치를 복원하고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를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며 탈이념·탈진영의 실용정치를 거듭 강조했다.
진보와 보수를 탈피한 통합의 정신을 구호로 내걸었지만, 이 역시도 민주당의 기존 행보와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11일부터 문을 여는 민주당의 유튜브 생방송 채널 '블루파크'가 그렇다.
블루파크는 민주당 소식과 각종 정책을 콘텐츠로 제작해 매일 오후 1시30분 생중계로 전달하려는 취지에서 신설한 창구다. '민주당을 위한 편파중계'를 채널의 성격으로 공공연하게 홍보하고 있다. 전면에 앞세운 홍보 문구들도 '아주 많이 기울어진 운동장', '민주당의 민주당에 의한 민주당을 위한' 등으로 통합과는 거리가 멀다.
이 대표도 지난 9일 '블루파크' 홍보 영상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하면서 호응을 유도했다. 불과 하루 뒤인 국회 연설에서 국민통합을 외친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그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초리들이 뒤따르는 배경이다.
"상충 아냐…모두 실현 가능" vs "之자 아닌 일리 있는 정책 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2회 국회(임시회) 제02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마치고 동료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언행이 자기모순이 아닌 '두 마리 토끼를 다잡겠다'는 의지라는 긍정 평가도 존재한다.
이 대표 측도 '주 52시간 예외 적용과 주 4일제가 상충하는 논리 아니냐'는 지적에 "기업 발전과 노동권 권익 보호는 상충되지 않는다. 미래 지향적인 대안을 도출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두 과제 모두 끌어안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결국 숙제는 이번 연설을 계기로 드러난 상충되는 의제들을 어떻게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는지 여부다. 자신감만 드러낸 채 구체적인 정책 설계를 내놓지 못한다면 자칫 '널뛰기 비전'이라는 비판에 맞닥뜨릴 수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 대표가 과거에도 특정 사안에 말을 뒤집은 전력이 있다"며 "갈 지(之)자 행보가 아닌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는 정책들을 책임감 있게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