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한국 중소기업의 최대 수출 대상국인 미국 시장이 불안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관세 폭탄을 마구잡이로 터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최인접 동맹국인 캐다나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경쟁국인 중국에는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시행을 하루 앞두고 멕시코,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는 한달 간 유예하기로 했지만 집권 1기 때부터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해온만큼 관세가 확대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특히 한국은 미국을 상대로 세계 8위 규모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나라여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대상국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어 자동차와 반도체, 전기전자 등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해서는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이어 한국 등 주요국에도 관세를 매긴다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10%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이 계획대로 캐나다, 멕시코에 25%, 중국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도 10% 관세를 매긴다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10.2%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산업연구원은 보편 관세 부과로 인해 수출 가격이 오르면 미국 내 수요 자체가 줄거나 자국산으로 대체돼 수출이 9.2% 정도 감소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수출 경쟁국 간 시장 점유율 변화로 다시 1% 정도 수출이 감소해 총 수출 감소 규모는 10%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수출 의존도 큰 중소기업들 긴장, 관세 부과시 자동차 부품 타격 예상
3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대미 수출이 급감하면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이 받는 충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수출 최대 시장이 미국인데다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미국 현지 진출 여력도 대기업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의 총 수출액은 1151억 달러로 전년보다 4.9% 늘며 지난 2021년 1155억 달러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대미 수출액은 187억 4천만 달러로 16.3%를 차지하며 중국 시장을 제치고 국내 중소기업의 최대 수출 시장 자리에 올라섰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면 수출은 뒷걸음질 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소기업의 대미 수출 주요 품목 가운데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은 한국산 제품에 10% 관세가 부과되면 자동차 수출이 두 번째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수출 감소율 전망치 10.2%보다 큰 13.6% 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수출이 줄면 자동차 부품 수출 역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자동차 부품 (직접)수출은 대체로 국내 완성차 기업의 해외 생산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자동차 부품 대미 수출액은 12억 3천만 달러로 전체 중소기업 대미 수출의 6.6%를 차지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도 안심 못해, 우려 깊어지는 중소기업계
연합뉴스중소기업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화장품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소기업 화장품 대미 수출 규모는 13억 4천만 달러로 전년보다 무려 46.5%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산 화장품이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배경에는 '한류'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 내 한류가 퇴조할 경우 화장품의 대미 수출도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대체 시장 발굴도 쉽지 않다.
중소기업 수출 부동의 1위를 차지해온 중국은 2011년 254억 달러 수출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세를 보여 지난해에는 183억 달러로 쪼그라 들었다.
대 일본 수출도 지난 2023년 100억 달러 규모가 무너지면서 지난해에는 97억 달러로 내려 앉는 등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대 러시아 수출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적 제재로 지난해 무려 11.3%나 수출이 감소했다.
대 멕시코 수출은 자동차 부품이 주요 품목인데, 멕시코에 대해 25% 관세를 매긴다면 이 역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 들어 중남미와 중동 등을 수출 신시장으로 개척하겠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수출 10대 대상 지역에 진입하지도 못할만큼 규모가 여전히 작은 실정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엄부영 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대내외 정책은 1기 때보다 강경하고 파급 효과도 클 전망"이라며 관세 뿐만 아니라 대 중국 수출통제나 공급망 통제 등이 복합 적용되면 관련 분야 국내 중소기업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