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박종민 기자12.3 내란 사태 당시 핵심 역할을 했던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부하들에게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재판과 구속영장 심사를 맡았던 군 판사들의 성향을 파악해 보라는 지시를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방첩사령부 나승민 신원보안실장(육군대령)은 4일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계엄 당일 자정 무렵 여 전 사령관이 불러서 대령 1명, 중령 2명, 소령 1명까지 모두 4명의 인적사항을 불러줬다"며 "사무실에 복귀한 뒤 확인해보니 4명 모두 군 판사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사들의 성향을 파악할 경우 인사 조처나 불이익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복명하지 않았다"며 "TV를 보니 국회에 계엄군이 들어가 있었고, 정상적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해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추 의원은 이후 질의에서 이 판사들이 "박정훈 대령 사건의 재판장, 주심판사, 배석판사, (구속)영장 담당 판사였다"고 말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황진환 기자당시 박 대령은 국방부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항명 혐의와 관련한 재판을 받았고, 내란 사태 한 달여 뒤인 지난 1월 9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2023년 8월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군사법원에서 기각됐다.
즉 나 실장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여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 의혹과 관계가 있는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박 대령의 영장을 기각하고 재판을 맡은 판사들의 신원까지 미리 파악하려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사건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온 여 전 사령관은 "탄핵 사건과 무관하고 여기에 답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며 답을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