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월급 날아간다" 압박에 투신한 현장실습생, 2심서 산재 인정

  • 0
  • 0
  • 폰트사이즈

법조

    "월급 날아간다" 압박에 투신한 현장실습생, 2심서 산재 인정

    • 0
    • 폰트사이즈

    특성화고 3학년 반월공단 실습 중 투신해 중상
    법원, '실습 포기' 어려운 특성화고 문제 고려

    연합뉴스연합뉴스
    안산 반월공단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투신해 중상을 입은 특성화고 학생에게 뒤늦게 산재가 인정됐다.
       
    서울고법 행정10-3부(하태한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박모(26)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사건의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박씨가 특성화고 3학년이던 2017년 발생한 사고 당시로부터 약 8년 만에 산재를 인정받은 셈이다.
       
    당시 만 18세였던 박씨는 반월공단의 한 중소기업 사업장에서 현장실습생으로 근무하던 중 회사 4층 옥상에서 뛰어내려 중상을 입었다. 생산업무를 보조하던 박씨는 원료배합 중 배합물의 양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실수를 한 후 정신적 부담을 느껴왔다. 박씨는 당시 회사에서 원료배합 중 실수를 하면 "월급이 날아간다"고 거듭 교육을 받았다.
       
    이후 박씨는 선임자들의 직·간접적인 욕설이나 부당한 대우에 노출됐고, 담임 교사에게 하소연했지만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는지 생각해보고 버티라'는 취지의 답을 들었다.
       
    1심은 박씨가 어린 나이에 현장실습생으로 근무하면서 느꼈을 부담감이나 스트레스를 짐작할 수 있으나, 그로 인해 자해행위를 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업무상 사유와 정신적 이상상태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2심은 "'월급이 날아간다'고 강조해 교육 받은 원고(박씨)로서는 자신의 실수로 회사에 손실이 발생한 것에 대해 상당한 정신적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회사에선 원고에게 제품 포장과 청소 등 단순 업무만 맡겼고 상당한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또 재판부는 "원고는 학교에 돌아갈 수 없었다. 이미 다른 회사에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한 차례) 복교한 적 있고, 복교 후에는 현장실습을 나가지 못하는 학생이 자신을 포함해 반에 2명 뿐인 상황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특성화고의 문제 상황을 짚었다. 이 과정에서 담임교사마저 사정에 공감하지 못하자 박씨가 극도의 우울감과 절망감에 빠져 자해행위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한편 원고가 가진 뇌전증 질환에 대해서도 "회사에서 겪은 어려움이 취약요인에 겹쳐 원고에게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게 했다고 봐야 한다"며 "취약요인이 없는 이른바 '사회평균인'을 기준으로 업무와 자해행위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유무를 판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