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승엽 감독. 이우섭 기자'국민 타자'가 감독으로서 3번째 시즌을 맞는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누구보다도 새 시즌을 기다린다. 2025시즌을 앞두고 나오는 팀을 향한 부정적 전망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각오다. 비시즌 기간 다른 구단에 비해 보강이 더뎌, '올해는 전보다 전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세간의 예측을 뒤집기 위해 다양하게 올해를 구상 중이다.
두산 구단은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 창단 기념식' 행사를 열었다. 마이크를 잡은 이 감독은 "올 한 해 최대한 많이 이기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팬들에게 승리 이상의 감독을 선사하겠다"며 "경기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끈질김을 되살리겠다"고 다짐했다.
행사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는 부임하면서 밝혔던 목표를 돌이켰다. 이 감독은 "취임할 당시 한국시리즈가 목표라고 말했었다"며 "그 목표는 당연히 지금도 같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구단에 비해 보강이 안 됐다는 평가가 많기는 하지만, 내부적으로 경쟁 구도가 잘 갖춰졌다. 약하지 않다"고 자신했다.
지난 시즌 두산은 가을야구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마무리는 아쉬웠다. 정규시즌 74승 68패 2무의 성적을 냈고 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을 맛봤다. 그러나 5위 KT 위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연패 당하고 시즌을 접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 팀이 5위 팀에게 덜미를 잡힌 경우는 작년이 처음이었다.
연합뉴스우선 더그아웃 분위기부터 개선해 나갈 생각이다. 이 감독은 "더그아웃 분위기가 처져있다는 말을 주위에서 많이 듣는다. 작년 시즌을 마친 후에도 이 점이 문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올해부터 주장을 맡은 양의지도 이에 공감한다. 양의지는 "잘 되는 팀은 항상 더그아웃 분위기가 좋다"며 "작년에는 초반에 좋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분위기가 처지기 시작했다. 빨리 개선하지 못했고, 후반기까지 이어졌다"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래서 사령탑은 '왁자지껄한 더그아웃'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이 감독은 "선수단 모두가 경기 시간만큼은 몰입하고 집중하자는 의미"라면서 "경기에 뛰는 선수만 상대와 싸우는 것이 아니다. 경기에 나가지 않는 선수도 함께 싸워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그아웃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경기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두산은 새롭게 코칭스태프를 꾸려 2025시즌을 준비한다. 고토 고지 코치가 이 감독을 보좌하는 1군 수석코치를 맡는다. 작년 수비를 담당했던 조성환 코치는 신설된 퀄리티컨트롤(QC) 코치직을 맡는다. 박석민 코치와 이영수 코치는 타격 부문을 담당한다.
이 감독의 기대도 크다. "수석코치와 QC코치를 맡은 두 코치가 모두 수석코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이 감독은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코치가 필요했는데, 그 역할을 조성환 코치가 잘 한다"며 "선수들의 컨디션을 보고 받는 데도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박석민 코치에 대해서는 "초보 코치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수들과 형, 동생처럼 지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두산 강승호. 연합뉴스고민은 3루수 자리다. 작년까지 주전이던 허경민이 KT로 이적하면서 해당 포지션에 빈자리가 생겼다. 이 감독은 어떤 대안을 생각하고 있을까.
이 감독은 "강승호가 3루로 뛸 수 있는지를 지켜보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수비적인 부분은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리그 전체로 보면 3루수에 장타력을 갖춘 선수가 많다"며 "강승호가 3루로 들어가 주는 게 팀 전체를 봤을 때 가장 나은 방향"이라고 바라봤다.
강승호는 지난 시즌 주전 2루수로 활약하며 140경기를 뛰었다. 566타석 18홈런을 포함해 146안타를 쳤다. 타점 81개, 득점 81개, 도루 16개 등도 곁들였다. 타율은 0.280을 기록했다.
두산은 강승호가 자리를 옮길 때 생길 2루수 공백, 김재호가 은퇴하면서 생긴 유격수 빈자리도 채워야 한다. 이 감독은 "쓸 수 있는 선수는 박준영, 이유찬, 박계범, 박지훈, 여동건, 박준순 등이 있다. 1년 내내 유격수를 지킬 수 있는 강한 선수가 필요하다"며 "키스톤 콤비는 아직 미지수"라고 밝혔다. 그러나 "불안하기보다는 기대된다"며 스프링캠프에서 최상의 조합을 찾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인터뷰하는 두산 이승엽 감독. 이우섭 기자이 감독은 새 시즌을 앞두고 "긍정적인 생각뿐"이라고 했다. "작년에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그 생각을 올해까지 가져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외국인 투수 두 명이 잘 적응하고, 곽빈까지 1, 2, 3선발 체제를 구축하면 다른 팀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이어 "선발진은 최고라고 자부한다. 야수진 역시 약하지 않다"며 "올해 선수단이 하나가 돼서 지금까지 나온 평가가 잘못 됐다는 것을 증명해 보겠다"고 결의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