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한국의 대학가가 수도권 지방할 것 없이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에 신음하고 있다. 졸업까지 미룬채 취업에 올인하는 취업준비생은 갈수록 늘어만 간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은 지난해 연말 비대해진 중간관리직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모건스탠리는 이와 관련해 '아마존 전체인력의 7%를 차지하는 중간관리자 1만4000명이 해고될 수 있고 이로인해 회사는 5조1500억원의 급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의 컨설팅업체들은 인공지능(AI)이 기업내 인간 노동력을 빠른 속도로 대체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가트너는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2026년까지 조직 5개중 1개에서 AI를 사용해 중간관리직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에 의해 인력이 대체되는 현상은 본격화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레드 패널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AI를 도입하기로 하고 공정내 AI적용을 서두르고 있다.
이 회사는 올레드 패널 생산과정에서 하자가 발생할 경우 기존에는 현장 엔지니어의 공정관리 경험에 의존해 하자 발생의 포인트를 찝어내느라 평균 2주 안팎의 시간을 보냈지만, AI가 이 기능을 맡으면 2~3일내로 하자 개선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불과 수년전만 해도 AI의 산업인력 대체는 미래의 일로 보였지만 AI가 빠른 속도로 산업현장에 적용되면서 인력이 AI에 의해 대체되는 현상도 빨라질 조짐이다. 특히 숙련기술이 불필요한 단순직무로의 AI침투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어 역으로 취업의 문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 첨단기술에서는 미국에, 제조업에서는 중국과의 힘겨운 경쟁에 내몰리는 상황이라 경제체질이 갈수록 허약해지고 있고 2025년에는 성장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가의 취업준비생들이 느끼는 취업의 어려움은 한층 커지고 있다. 서울의 S명문대를 졸업한 A씨는 애초 중소기업으로 진로를 잡아 취업에 성공했지만 업무적성이 맞지 않아 사직한 뒤 9급 공무원으로 행정기관에 입직했다.
대구시 산격동 경북대 캠퍼스. 이재기 기자 또다른 명문대 졸업생 B씨는 전자공학과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고도 본인이 취업하고 싶은 직장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졸업 후 1학기 동안 취업준비에 몰두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아 우울하다.
'과학기술발전의 역설'로 인해 대학가에서 취업난이 시작된 건 벌써 수십년이나 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실상이 자못 심각하다. 기본적으로 취업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 만큼 어려워 일자리 구하기가 전쟁 수준이다. 잘 준비된 취준생과 취업을 목적으로 한 전문대생은 비교적 쉽게 일자리를 찾는 반면 이도저도 아닌 취준생들은 더 어려운 이른바 '취업의 양극화'까지 작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4년 학업을 마쳤지만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이 부쩍 늘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지언정 수도권과 지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경북대는 2024년 학사학위 취득 유예(졸업유예) 학생수가 617명으로 전년에 비해 10%증가했고, 550명(2021) 451명(2022)으로 매년 수백명이 취업준비를 위해 졸업을 미루고 있다. 일자리를 얻지 못한채 졸업하는 학생수를 감안하면 취준생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대구지역의 다른 대학도 사정은 비슷하다. 계명대는 2024년 졸업유예 413명, 2023년 387명에 이르렀고 지난해 취업률(공시취업률)이 59.7%였지만 2025년에는 56.3%로 떨어져 취업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대구대 역시 2023년 208명, 2022년 202명으로 적지 않은 학생이 졸업을 미룬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학사학위취득 유예 학생수(졸업유예) 현황. 경북대 자료 캡처졸업을 유예한 채 취업준비중인 C씨(경북대)는 최근 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취업준비에 유리한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졸업을 유예했다. 요즘은 취업 자체가 쉬운 게 아닌 것 같다. 특히 인문계열이라서 취업이 어려운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의 한 취업지원 담당직원은 14일 "학생들의 졸업유예 신청사유를 보면 대부분이 취업이 목적이다.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졸업부터 하고 나면, 취업에 성공할 때까지 긴 기간 공백이 생겨 취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주요 신청원인 같다"고 말했다. 대구대학교의 관계자는 "올해 경기가 IMF나 금융위기때 보다 상황이 안좋다고 해서 학생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많을 것 같다"며 "코로나 이후 조금 살아나나 싶었지만 다시 이렇게 돼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들이 매년 배출하는 졸업생 3~4천명 가운데 50~60%는 일자리를 찾아 나가지만 그렇지 못한 나머지 학생이 매년 누적되고 있고 한편으로 저성장기에 접어든 한국경제와 과학기술 발전의 역설이 취준생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