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한 달 만에 다시 국민 앞에 머리숙여 사과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11월 7일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부터 드린다"며, 앞으로도 챙기고 또 살펴서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걱정을 드리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머리 숙여 사과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진심어린 사과'를 한다고 했지만, 한 달이 지나기도 전인 12월 3일 심야에 뜬금없이 '비상계엄'을 선포 했습니다.
한밤중에 생방송으로 중계된 특별담화에서, 국회의 잇따른 탄핵소추와 예산 삭감 문제를 언급한 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군 특수부대를 동원해 헌법기관인 국회를 침탈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계엄 선포 요건과 절차를 어긴 것이어서 명백하게 내란이라는 게 헌법학자들의 진단입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을 비롯한 야6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가결 가능성이 높아지자 7일 오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다시 머리 숙여 사과했습니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의 7일 담화는 한 달 전 대국민 사과 때와 마찬가지로 '사과'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머리를 숙였을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되었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의 절박함'이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들이대고 국회에 무장한 군인들을 침투시켜도 되는 일인가요? 그 '절박함'은 야당과 대화하지 않고 정치를 통해 풀려는 노력을 아예 하지않은 대통령의 독선과 아집, 무능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나요?
윤석열 대통령, 국회 탄핵 표결 전 대국민 담화. 연합뉴스그런데도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렸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면 즉시 스스로 물러나는 게 순리일 겁니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계엄선포 자체가 헌법을 위반한 것이고, 법률을 위반한 걸 인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해결 방안으로 '임기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힌걸 보면, 물러나지 않을 것이고, 책임지지도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걸로 보입니다.
우선은 '임기축소, 4년 중임제 개헌'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헌 문제는 지금의 여.야 간 첨예한 대결 구조에서 개헌안에 합의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이 걸 잘아는 윤 대통령은 개헌 논의를 하면서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의중 아닐까요?
검사 출신인 김웅 전 의원은 "한심하다. 총기난사범이 앞으로 다시는 총을 쏘지 않겠다고 말한다고 누가 그걸 믿어주나"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총을 다른 이에게 맡기는 행동"이라고 했습니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직무집행정지를 하는게 순리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집니다.
윤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맞아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걱정을 드리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지 한 달이 되기도 전에 심야 비상계엄 선포를 통해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들이댔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 또다시 계엄이 발동될 것이라는 얘기들이 있습니다마는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제2의 계엄과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라고 강조했지만, 대통령의 권한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모의에서부터 선포 후 구체적인 후속 조처까지 모든 것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 형법 87조 내란의 우두머리로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내란 우두머리(내란 수괴죄)' 혐의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이 내용도 없이 국민 앞에 머리 숙이기만 하면 죄가 사라지는 걸까요? 내란죄가 그렇게 가볍게 넘어갈 사안인가요?
여당인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 당론을 정해 탄핵 부결에 나서겠다는 건 내란을 옹호하겠다는 의미일까요? '짐이 곧 국가'라는 절대왕정 국가로 가겠다는 게 아니라면, 내란이라는 중대 범죄를 사과 한마디로 퉁치겠다는 발상을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