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를 하던 시민들이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7일 12‧3 비상계엄에 대해 첫 공식 사과를 내놨지만, 민심은 여전히 싸늘하다.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은 윤 대통령의 사과를 믿을 수가 없다며, "윤석열은 퇴진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정권 퇴진을 촉구했다.
대전에서 온 김영록씨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직후 "저게 무슨 담화인가"라며 역정을 냈다. 김씨는 "지금 당장 하야를 해야지, 무슨 담화가 필요하느냐"며 "지금도, 어제도 거짓말만 했다"며 비판했다. 국가정보원 홍장원 1차장이 전날 "대통령으로부터 여야 당 대표 등 정치인들을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히자 대통령실이 반박 입장을 냈다가, 약 2분 만에 입장을 철회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경기 시흥시에서 온 유모씨도 이번 담화에 대해 "진실성이 하나도 없다"며 "우리나라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될 사람이 대통령이 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씨는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돼야 한다며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정문 앞은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들로 붐볐다. 수십 명의 시민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윤석열을 탄핵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민 정봉기(45)씨는 "2차 계엄이 없다는 말을 믿지 못하겠다"며 "2분짜리 담화를 해놓고 사과한다고 하는데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 같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늘 오후 예정된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 결과에 대해 "국민의힘이 어떻게 (국회 본회의장에) 나오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잘못을 저질러 놓고 여당 뒤로 숨은 것이 아니느냐"며 "자신의 절박함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한 점에 대해 숨을 게 아니라 명백하게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담화 직후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며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침여연대는 '내란 혐의 대통령, 2선 후퇴로 넘어가자는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국가반란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당사자를 대통령직에 놔둘 수는 없다"며 "2선 후퇴라는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자는 반헌법적 주장을 광역단체장들이 태연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내란을 일으킨 범죄자는 그에 합당한 죄과를 치러야하며, 탄핵이라는 절차를 통해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번 담화는 국민의 분노와 실망을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책임 회피와 모호한 태도로 일관된 내용에 불과하다"며 ""제2의 계엄은 없을 것"이라는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이는 민주주의를 훼손한 중대한 행위를 정당화하기에는 너무나 빈약한 변명"이라고 논평했다.
경실련은 국민의힘을 향해 탄핵안 표결에 참여해 이번 사태에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체는 "국민의힘은 탄핵 표결에 적극 참여해 계엄 사태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국민 앞에 반성의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이번 사태는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전 국민의 과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