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직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국회에 출석해 당시 계엄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주된 반대 사유는 그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파장'이었음을 강조했다.
또 절차와 요건을 지키지 못한 계엄이 '위헌'이었다고 보는지에 대한 야당 의원의 질의에 처음엔 "그렇다"고 동의했다가, 관련 발언이 기사화되자 돌연
"위헌 여부는 제가 판단할 영역이 아니다"라고 발을 빼 빈축을 샀다.
'이번 계엄, 위헌인가'에 "네"라더니…"법적 판단 어렵다"고 번복
계엄이 선포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에서 군인들이 국회 관계자들과 충돌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조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국무회의 참석 시점 관련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 질의에 "(당일 밤) 10시 16~17분쯤 정도에 (회의장에) 갔다가 10시 45분경 회의실에서 나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는 회의 말미에 갔기 때문에 어떤 의견이 있었는지 모르고 제가 참석한 후 대통령께서 바로 이석을 하셨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제가 회의 참여한 게 (오후) 10시 17분이라 말씀드렸고 대통령께서 계엄 선포를 하신 게 (10시) 23분 아닌가. 그러니까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계엄 선포 진행에 대해 '몸을 던져 막은 장관들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저도 너무나 놀랐고 경황이 없었다. 어떤 분이 어떤 말씀을 했는지는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조 장관은 '계엄이 위법이고, 위헌이라는 데 동의하나'라고 김 의원이 거듭해 캐묻자, "계엄 선포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말로 해석해 달라"라고 우회적 긍정을 표했다가 "예, 동의합니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몇몇 의원의 질의가 이어진 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를 번복했다.
조 장관은 "아까 계엄이 위헌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제가 답변한 것(내용)이 보도에 나오는 것 같다"며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계엄령 선포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위헌 여부는 제가 판단할 사항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또 "이 점을 명백히 했으면 좋겠다"고 못 박았다.
그러자 이내 "소신 있게 좀 하시라", "(이번 계엄이) 당연히 위헌인 줄 국민들도 다 안다" 등 야당 의원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민주당 전진숙 의원은 "(사의를 표한 만큼) 이제 사퇴하시면 일반 국민이 되시는데 국민의 입장에서 좀 말씀해 달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연이어 조 장관은 계엄에 동의하지 않은 이유를 물은 같은 당 박희승 의원의 질의에 "저는 솔직히 법적인 요건 같은 것보다는
경제적·사회적으로 파장이 너무 클 것 같고 부정적 영향이 클 것 같아서 계엄 선포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날 밤 자신도 담을 넘어 간신히 국회에 들어왔다고 밝힌 박 의원이 이러한 상황이 '내란죄, 국헌 문란'에 해당하는지 또 다시 물었지만, 조 장관은 "죄송하다. 제가 법률적 판단을 하기는 좀 어렵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박 의원은 "(행시 준비를 하며) 법 공부 어느 정도는 다 하셨지 않나"라며 사실상 '책임 회피'라고 비판했다.
계엄해제 회의 불참도 '도마'…"국무위원으로서 직무유기"
어두운 표정의 조규홍 복지부 장관. 조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무위원인 조 장관이 비상계엄 해제를 위한 사후 국무회의에 불참했던 사실도 도마에 올랐다.
3일 선포된 비상계엄은 이튿날인 4일 새벽 1시쯤 국회 본회의에서 계엄 해제 결의안이 참석의원 190명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155분 만에 무력화됐지만, 관련 국무회의를 바로 열지 못해 공식 해제가 지연됐다.
당시 윤 대통령은 새벽 4시 반쯤 긴급담화를 통해 "즉시 (계엄해제를 위한) 국무회의를 소집했지만 새벽인 관계로 아직 의결 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했다"며 국무위원들이 도착하는 대로 계엄을 풀겠다고 밝혔다.
국무회의 개의를 위한 최소 정족수는 과반(11명)인데,
조 장관의 불참이 결과적으로 사태 정상화를 지연시킨 꼴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박 위원장은 "국무위원으로서 계엄과 관련돼 해야 할 역할이 있고 파악하셔야 되는 것들이 있다"며 "만약 '여러분(국무위원들)이 심의했던 과정을 통해 계엄이 선포됐다. 그런데 확인을 해봤더니
공고도 안 하고 통보도 안 되는 등 절차가 다 위법했다'고 한다면 포고령이 아무리 발표돼도 그걸 수행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그런 기초적인 판단도 안 했다', '위법한 계엄이 되든 말든 무조건 수행한다'는 건가"라며
"파악을 못했다(거나), 확인을 안 했다(는 얘기 모두) 다 직무유기"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날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 주변 및 경내에 다 포진해 있었고, 시민들이 손으로 총구를 잡는다든지 몸으로 차량의 진행을 막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그때 한 분이라도 다치거나 돌아가시면 어떻게 됐을 것 같나. 우리나라 군인에 의해 우리나라 시민이 희생당하는 일이 또 발생했다면 어떻게 됐겠나"라고 반문했다.
광주 출신으로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전 의원 역시
"그 때 겪었던 트라우마가 다시 생각나면서 심장도 떨리고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며 "국가가 위기상황에 처한 상태에서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에 참석하라고 (공지)한 것을 (다른) 일을 하느라 '보지 못했다'고 하는 말씀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아시나"라고 질타했다.
'미복귀 전공의 처단' 포고령에 "전혀 동의 못해…사전논의 없어"
다만, 조 장관은
'전공의 48시간 내 미복귀 시 처단' 문구로 의료계를 들끓게 한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조 장관은 "(포고령 해당 조항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대화와 설득, 착실한 의료개혁을 통해 (전공의) 복귀를 유도한다는 정부 방침에도 배치된다"며 "그 표현이 매우 거칠고 과격했고, 또 (포고령) 6개 항목 중 유일하게 특정 직역에 대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저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해당 조항 관련 윤 대통령과 사전에 논의가 있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선 '전무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럼 윤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처단'이란 원색적 표현이 담긴 포고령을 작성한 것인지 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묻자
"포고령의 (선포) 주체는 계엄사령관으로 알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의료계를 격앙시킨 이 포고령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조 장관 외 박민수 제2차관도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정부 안에서 이 업무를 하고 있는 저를 포함해 용산의 참모들이나 어떤 (관계자) 분들도 그런 분위기는 전혀 공유된 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이에 대해 "이 조항이 어떻게 들어가게 됐는지 빨리 파악하고 설명을 하지 않으면 의료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고리마저 완전히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하자, 조 장관은 "한계가 있을 수 있겠지만 조사해 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조 장관은
국회의 예산안 삭감이 윤 대통령의 말처럼 '내란 획책' 또는 '반(反)국가행위'라 보느냐는 질문엔 "내란과 연결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이기일 제1차관도 "국민을 대표해서 예산을 심의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