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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억류된 미국 여기자들과 개성공단 근로자를 석방하는 등 한국과 미국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배경이 정확하게 파악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식량난'' 때문일 수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이명박 대통령이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조문하기 위해 남한에 온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일행을 접견한 사실을 전하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신문은 이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 북한에 대한 식량과 비료의 대규모 무상지원과 같은 ''햇볕정책''의 변화를 시도하면서 "북한에 전달되는 구호물자의 투명성이 보장돼야만 대북 식량지원 프로그램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이어 한국이 제공하는 식량과 비료의 대북 지원규모는 북한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된다면서 북한은 현재 국민 2천350만명 가운데 37%가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올해 초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한 유엔기구의 식량배급 행위를 봉쇄했으며, 최근에는 대규모 홍수사태까지 발생해 식량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설명했다.
포스트는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억류된 미국 여기자들과 개성공단 근로자 석방, 군사분계선 육로통행 제한조치 해제등 이른바 ''구애공세''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8개월 동안 보여온 모욕적 언동과 무력적 위협에서 물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스트는 또 이명박 대통령과 북측 대표단의 만남을 ''패러다임 변화(Paradigm shift)''로 표현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논평을 소개하면서 "최근 일련의 북한 움직임은 지난 8개월 동안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전면전 불사와 같은 위협 등 수위를 높여온 도발적이고 호전적인 태도가 완화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의 일간 더 타임스도 북한이 최근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배경은 ''돈과 식량''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타임스는 북한의 가장 분명한 메시지는 한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이명박 정부 이전에 이뤄졌던 자금과 식량 지원의 재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군부 강경파를 장악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구도 포석과 함께 국제적으로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성 김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와 함께 북한 초청으로 다음 달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 워싱턴 고위 외교소식통이 밝혔다.
미국 정부는 다음달 초 한-중-일 등 관련국과 협의를 거쳐 이같은 사실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며, 이는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북핵 문제 해법을 위한 첫 공식적인 북미 협상이 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북한의 유화적인 분위기로 볼 때 보즈워스 대표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 성사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