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심 한복판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에서 불이 났지만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우리나라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근 주민 피해까지 우려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현장을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25일 취재를 종합하면 주한미군은 미 55보급창 화재 현장에 자체 소방대 등 인력을 파견해 감식과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화재 장소가 주한미군 부대 내부인 만큼 미국이 수사권을 가지고 감식과 수사를 직접 진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부대는 주한미군지위협정(소파, SOFA)에 근거한 군사 보안 시설로, 이 협정에 따라 미국이 수사권을 행사하게 된다. 소파 협정에는 미국 군대의 군무원이나 그들 가족의 신체나 재산에 대한 범죄는 미국이 1차적 재판권(수사권)을 행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경찰이나 소방당국은 화재 현장에 대한 감식이나 원인 조사 등을 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화재 당시 관할 경찰서는 미군 통제에 따라 화재 현장에 진입하지 못해 현장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소방당국은 내부에 진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지만 부대 내부 상황이나 화인에 대해서는 같은 이유로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화재 장소가 미군 부대 안이다 보니 현장에 진입하지 못한 것도 있고, 일단 불을 끄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소방 인력만 부대 내에 진입한 것으로 안다. 경찰은 교통 통제 등 부대 외부 관리에 집중했다"며 "화재 수사 역시 미군이 직접하게 될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 경찰에 협조나 공조 요청은 없었다"고 전했다.
24일 부산 동구 소재 미군시설인 55보급창에서 불이 났다. 독자 제공도심 한복판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지만, 관계 당국은 화재 원인조차 직접 확인하지 못한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 인근 아파트 주민 등 부대 주변 시민 사이에서는 화재 연기와 냄새 때문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김모(74·남)씨는 "불이 난 뒤 관리사무실에서 '창문을 닫고 연기가 들어오지 않게 해달라'고 방송해 곧바로 문을 닫아야 했다. 아침에 문을 현장에서는 여전히 연기가 올라오고 목이 칼칼했다"며 "불이 났을 때 소방차도 제한적으로 진입하는 것을 봤다. 우리처럼 고층에 사는 사람일 수록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날 오후 6시 30분쯤 동구 미55보급창 내 냉동창고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밤샘 진화에 나서 13시간 만에 초진을 선언했다. 현재 잔불 정리가 진행 중이다. 불이 난 창고에서는 배관 공사 등이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