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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장애인 고용보다 벌금'' 냉정한 기업들

    • 2009-08-1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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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취업실태 보고②]"일할 수 있는 것이 장래희망"

    장애인
    "되고 싶은 것이요? 그런 거 없어진 지 오래됐어요. 이제 일할 수 있는 것이 장래희망이에요"

    한 장애인 취업박람회에서 만난 김 모(38·지체장애1급)씨는 어떤 직종을 희망하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장래희망은 잊은 지 오래"라며 허탈해 했다.

    턱없이 낮은 장애인 고용율, 이력서가 통과되지 않아 면접조차 본적이 없다는 암담한 상황 속에 그는 사회의 일원으로 융화되지 못한 채 겉돌고만 있다.

    국가는 사회와 기업에, 사회와 기업은 가정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장애인 고용 현실에서 장애인 취업의 현주소는 암담하기만 하다.

    ◈ 장애인 고용율 1.72%…기업 벌금으로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운영될 정도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작년 한해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의 장애인 고용률은 1.72%로 이는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50인 이상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가 지켜야 할 의무고용률 2%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100인 이상의 대규모 사업장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2%가 되지 않으면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장애인을 고용하느니 그냥 벌금을 내고 말자는 기업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모아진 벌금(장애인고용부담금) 규모가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운영비의 대부분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작년 한 해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 부담금을 납부한 기업은 7천302개로 징수액은 1천411억 원에 달한다.

    유명무실한 고용촉진법 속에서 장애인들의 애타는 마음과 달리, 취업의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있는 상태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장애인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사업체는 18.5%에 불과했다.

    노동부는 장애인 고용창출을 유도하기 위해 고용률 1% 미만인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명단을 공표할 방침이나 이 역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모기업 인사 담당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인정한다"면서도 "기업의 존립목적인 이윤창출을 무시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공공기관 역시 장애인 고용이 모범적인 현실은 아니다. 수치상으로 나타난 장애인 고용률은 민간기업이 1.7%, 공공기관 2.05%이지만 공기업과 준정부기관(공단)을 제외한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된 연구소, 은행, 국립대학병원 등은 1.46%로 민간기업보다도 낮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팀 임수철 팀장은 "실제 얼마 전 서울시에서 장애직원 공공모집을 했는데 고용환경이 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경쟁률이 상당히 높았다"며 "공공기관, 준공공기관에서 시범적으로 장애인 고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의무고용율 2%도 터무니없이 낮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은 노동시장에서 배제돼 있다"며 "우리나라 장애 출현율이 전 인구의 10% 정도인 것을 감안해 그 중 절반 이상인 6%는 고용이 보장되도록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선진국의 장애인의무고용율은 이탈리아 7%, 프랑스 6%, 독일 5% 수준이다.

    ◈ 장애에 따라 각양각색 희망 취업직종…현실은 기술·제조업이 대다수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다 보니, 장애인들은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일자리를 맞추기보다 일자리에 자신을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들은 꿈도, 희망도 사치일 뿐이다. 지금껏 장애인고용 관련단체에서 조차 장애 유형별 어떤 직종을 희망하는지 제대로 된 설문조차 이뤄진 적이 없는 상태다.

    뇌성마비 장애자 이 모씨는 경기도의 한 의류제조업체에서 일한다.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까지 꼬박 기계 앞에 앉아 있어야 한다. 그는 "집에 돌아가면 매일 밤 찜질을 해 줘야 바로 누워 잠을 잘 수 있다"며 한숨 쉬었다.

    화성중증장애인 독립생활센터 윤지영(뇌병변장애1급) 자립생활지원팀장은 "뇌병변 장애인의 경우, 컴퓨터 사무직이 비교적 수월하다"고 말했지만 "이 분야의 경우 비장애인들의 선호도 역시 높은 직종이라 상대적으로 업무속도가 느린 장애인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지체장애 2급을 앓고 있는 김나연(필명·49) 씨는 컴퓨터 업무 등 머리를 쓰는 일을 원했지만, 의상기술을 배워 공장에서 일해야 했다.

    그는 "장애로 인한 교육기회 제한은 직업선택의 자유와 직결된다"며 배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불편한 몸으로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일이 고역이었다는 그는 "장애인도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결혼 후 야학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임수철 정책팀장은 "장애인의 고용훈련이나 직업교육이 단순노동업무, 제과제빵, 보석가공 등 현 노동시장 안에서 경쟁력이 없는 분야로 치중되어 있는 것이 문제"라며 "특정분야에 편중된 분리고용이 아닌 비장애인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통합고용이 확대되도록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난희 직업재활팀장은 "우리나라는 장애에 맞춰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반면, 스웨덴 등 복지 선진국은 본인 희망에 따라 일자리를 찾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특히 요즘같이 비장애인조차 취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시기에, 장애를 가지고 한국에서 취업을 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며 "자질이나 의지만 있다면 장애가 있어도 그 사실을 못 느끼고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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