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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지난 96년부터 공연되며 꾸준히 인기를 모았던 뮤지컬 ''렌트''가 지난해 9월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내렸다.
''렌트'' 마지막 공연 후에도 팬들의 앙코르 요청이 이어져 1월부터 7월까지 미국 40개 도시 투어를 가졌고, 8월에는 일본을 거쳐 9월8일부터 2주간 여의도 KBS홀에서 내한 공연을 앞두고 있다.
20대 풋풋했던 주연 배우 아담 파스칼(로저 역)과 앤서니 랩(마크 역)은 13년간 이 공연을 이끌어오면서 무명에서 벗어나 많은 팬을 자랑하는 유명세를 타게 됐고, 원숙미 넘치는 열연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일본 도쿄 아카사카 ACT극장에서 연일 매진 속에 공연 중인 ''렌트''의 주역 아담 파스칼과 앤서니 랩이 한국 기자들과 만나 작품에 대한 애정과 한국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또, 작곡가 조나단 라슨이 브로드웨이 첫 공연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던 안타까운 기억과 아담 파스칼이 로커 밴드에서 뮤지컬 배우로 변신하게 된 계기 등도 설명했다.
아담 파스칼과 앤서니 랩은 조나단 라슨이 오디션을 통해 직접 뽑은 초연 멤버여서 이번 ''렌트''의 투어 내한 공연은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뮤지컬 ''렌트''는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가난한 젊은 예술가의 고뇌와 방황을 록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다양한 음악으로 잘 버무렸다.
''렌트'' 두 주역과의 일문일답 -브로드웨이 첫 공연을 하루 앞두고 서른다섯살에 요절한 작곡가 조나단 라슨에 대해 기억남는 일화가 있다면.
▲아담 파스칼(이하 파스칼): ''렌트''의 배경처럼 어느 겨울 눈오는 날 공원에서 함께 눈싸움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앤서니 랩(이하 랩): 조나단 라슨은 94년에 워크숍하면서 알게 됐는데 함께 뮤지컬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내 목소리에 맞게 작곡해준 친구다. 연인과 사랑을 시작해가던 그의 모습이 생각난다.
-오페라 ''라보엠''과 달리 해피엔딩 결말에 대해.
▲파스칼: 조나단 라슨은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 달리 ''렌트'' 속 로저의 연인 미미를 살리는 것을 원했다.
▲랩: 해피엔딩이라기보다 아름다운 엔딩이라고 말하고 싶다. 미미가 살아나도 안전히 완쾌된 것은 아니고 남은 생을 로저와 함께할 것이라는 여운을 남긴다. 그런만큼 ''렌트''는 누구나 언제 자신의 삶이 끝날지 모르니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20대 때부터 지금까지 ''렌트''를 해왔다. 공연이 롱런하지 못했다면 지금쯤 뭘하고 있을까.
▲파스칼: 아마도 계속 노래하고 있었을 것 같다. 유명해지고 싶어서 공연을 시작한 건 아니다. 성공해야만 행복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 랩: 공연이 인기가 없었다면 조나단 라슨도 슬펐을 것이다.
-20대 무명 시절을 거쳐 지금은 브로드웨이에서 관록의 배우가 되었는데, 달라진 점이 있다면.
▲파스칼: 유명세13년 원숙미가 생긴 것이다.
▲랩: 오랫 동안 공연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람해준 것이 힘이 된다. 조나단 라슨의 메시지를 계속 전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무명 시절, ''렌트''의 내용처럼 실제로 집세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나?
▲파스칼: 넉넉지 못한 시간이 많았다. 커피전문점(스타벅스)에서 일한 적도 있고, 헬스클럽 개인 트레이너 등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지만 좋은 여자친구들 덕에 살아갈 수 있었다(웃음). 틈틈이 부모님도 도와주셨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런 경험들 때문에 이 작품에 애착이 간다.
▲랩: 물론 있다. 형과 함께 살았었는데, 갑자기 집 주인이 사라져 다행스러웠던 기억이 있다(웃음).
-''렌트'' 마지막 투어 기분은?
▲파스칼: 아직 공연 중이라 실감이 안난다. 막상 진짜로 끝나봐야 알 것 같다. 공연이 끝나도 랩과 워낙 친한 사이라 영원히 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 랩: 우리는 사라지는 게 아니다. 영혼은 함께할 것이다. ''렌트''는 젊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작품이다. 앞으로 공연 제작 활동에 매진하겠다.
-한국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는지.
▲파스칼: 잘 몰라 이번 한국 공연이 설렌다.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랩: 한국인 2세 친구들이 많다. 난 채식주의자라 한국에 가면 무엇을 먹어야 할지 음식에 대한 고민이 많겠지만 좋아하는 비빔밥을 먹을 것이다.
-서로 부러운 점은 없는지.
▲파스칼·랩: 친분과 서로 다른 경험 때문에 라이벌 의식은 없다.
-''렌트'' 내용 중 ''내 영혼의 노래를 찾겠어'' 대사와 유사한 겸험은?
▲파스칼: 7세, 5세 두 아들이다. 내가 음악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고 협조적이었던 아버지처럼 두 아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면 자라서 무엇이 되든지 도와줄 것이다.
▲랩: 일하면서 얻은 모든 것. 예전부터 소망했던 꿈들이 벌써 이뤄 크게 바라는 점은 없다.
-작품속 배역과 닮은 점.
▲파스칼: 내 모습이 많이 녹아 있다.
▲랩: 하고 싶어하는 것도 많고, 남기고 싶어하는 것을 좋아하던 내 어린시절과 비슷하다.
-영화 ''렌트''에도 출연했는데, 뮤지컬과 영화의 다른 매력이 있다면.
▲파스칼: 아시아의 ''렌트'' 사랑 놀랍다. 이번 한국 공연은 영화 ''렌트''를 좋아했던 팬들을 더욱 늘어나게 할 것 같다. 열광적인 미국 팬, 일본의 조용한 팬들을 경험했듯이 한국에서 어떤 반응이 나와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랩: 영화는 스토리가 정돈돼 있다. 빠른 전개의 뮤지컬은 관객들이 더 빠져들 것이다.
-''렌트''가 10년 넘게 사랑받는 이유.
▲ 파스칼: 멋있는 내 성격 때문이 아닐까(웃음)? 농담이다. 역할에 자신과 연관성을 찾으려는 관객들 덕분이다.
▲ 랩: 아담 파스칼의 말에 동의한다.
-아담 파스칼은 밴드 활동하다 뮤지컬 배우가 됐다. 계기가 있다면.
▲같이 밴드 활동을 하던 친구가 ''렌트''에서 마크의 전 여자친구 모린 역할을 맡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는데, 신인으로 록을 소화할 수 있는 로저 역할에 적합한 배우를 찾는다는 건의를 받고 시작하게 됐다.
-아담 파스칼은 ''카바레'' 등 다른 뮤지컬에도 출연했는데, 관객들이 ''렌트'' 로저로만 기억되는 것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