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시위대가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지난달 대규모 유혈 사태를 낳았던 방글라데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재개돼 진압 과정에서 최소 23명이 숨졌다.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를 비롯해 전국에서 수만 명이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주요 고속도로를 차단하고, 지역 공공기관과 차량 등에 불을 질렀다. 또 이날부터 전면적인 저항에 들어간다며 세금과 각종 공과금 납부 중단하고 노동자 동맹 파업을 선포했다.
이에 방글라데시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와 정면 충돌했다. 폭탄이 터지고 총성이 들렸다는 목격담도 잇따랐다.
로이터 통신은 전국 주요 병원을 조사해 최소 27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인터넷을 전국적으로 중단했다. 이날 오후 6시부터는 전국에 무기한 통행금지도 다시 선포했다.
하시나 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 회의 후 "지금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은 학생이 아니라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테러리스트"라며 "우리 국민에게 강력한 힘으로 이 테러리스트들을 진압해 줄 것을 호소한다"고 했다.
앞서 방글라데시는 정부가 독립유공자 자녀에게 공직 30%를 할당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자 구직난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은 공직 할당제에 반대하며 지난달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전국적인 통행 금지령을 내리고 군대를 배치하는 등 강경하게 진압했다. 당시 100명이 넘는 시민이 숨지고, 수천 명이 다쳤다.
이후 방글라데시 대법원이 독립유공자 자녀의 공직 할당 규모를 5%로 크게 완화한 절충안을 내놨다. 정부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시위도 잠시 잦아들었다.
하지만 시위대가 요구한 체포자 석방과 하시나 총리 사과 등이 수용되지 않았다. 이에 시위대는 다시 거리로 나와 총리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