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 항의차 배치한 트랙터 2대가 순천시 앞에 있다. 고영호 기자농민들이 항의 차원에서 배치한 트랙터를 순천시가 강제 철거할 방침을 밝혀 농민회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농민들은 노관규 시장이 선거 당시 공약했던 농업예산 15% 확보와 여성 편의장비 도입 등을 포함한 농업정책 협약서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며 지난해 9월 순천시 앞에서 농민대회를 개최했다.
농민대회 이후에도 노 시장의 답변이 없어 순천시 농민회는 지난해 12월 27일 시 정문 현관 계단 앞에 농사용 트랙터 2대를 배치했다.
순천시는 이에 맞서 트랙터를 치워달라며 농민회 측에 의견을 문의했다.
농민회가 답변이 없자 순천시는 지난 6월 11일 1차로 무단점유물 이전 명령을 농민회에 보내 6월 18일 오후 4시까지 치울 것을 요청했다.
농민회가 또 답변에 없어 순천시는 6월 18일 2차로 무단점유물 이전 명령을 보냈다.
농민회가 트랙터를 앞에 두고 지난 19일 순천시 앞에서 순천시장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고영호 기자
그러나 오동식 순천시 농민회장은 "시에서 트랙터를 치우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안병일 순천시 농민회 사무국장은 "시장이 'K-디즈니' 같은 사업에만 올인하고 농업 등 다른 분야는 등한시 한 채 공약사항 이행에도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순천시가 농기계를 치우라고 경고한 것은 농민들을 겁주려는 협박이나 다름없고, 철거한다면 그 이상의 대가를 노 시장이 치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결연한 입장을 밝혔다.
청사관리를 총괄하는 최광수 순천시 회계과장은 이에 대해 "이미 두 차례나 이전 명령을 보냈기 때문에 불시에 트랙터를 철거하더라도 절차상 흠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과장은 "청사 정문에 8개월 동안이나 트랙터가 배치돼 통행 불편 등이 있다"며 "농업담당 부서와 협의하는 등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라지만 여의찮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