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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살인사건'에 성범죄 누명까지…'재심'으로 억울함 풀리나



경인

    '이춘재 살인사건'에 성범죄 누명까지…'재심'으로 억울함 풀리나

    故윤동일씨 성범죄 사건, 33년만에 재심 결정
    성범죄 범인으로 지목돼 징역형
    경찰이 진술 왜곡, 강압수사까지
    윤씨, 출소 10개월만에 암 진단…7년 뒤 사망
    '이춘재 살인' 9차 사건 용의자 누명도

    이춘재 연쇄살인 9차 사건의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되기 이전인 고등학생 시절의 윤동일(1997년 사망)씨 모습. 윤동기 씨 제공이춘재 연쇄살인 9차 사건의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되기 이전인 고등학생 시절의 윤동일(1997년 사망)씨 모습. 윤동기 씨 제공
    1990년 11월 9일 오후 7시쯤 경기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 이곳을 지나가던 여성 A씨는 신원을 알 수 없는 누군가로부터 습격을 당했다. 시야 밖에서 나타난 범인은 A씨를 추행하고 넘어뜨려 상해까지 입혔다. A씨는 고개를 돌려 범인의 대략적인 인상착의는 확인했지만, 얼굴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인근 마을에 살고 있던 윤동일(당시 19세)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범인이 입고 있던 옷과 윤씨가 근무하던 회사의 작업복이 동일하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A씨가 기억하는 범인의 인상착의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두워서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윤씨는 범인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의 진술을 왜곡하고 같은해 12월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구속해 윤씨를 검찰에 넘겼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윤씨를 경찰서 인근 여인숙 등으로 데리고 다니며 잠을 재우지 않거나, 강압적인 상태에서 조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윤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간이나 강제추행 등 성범죄를 13차례 저질렀다고 자백했지만, 정작 검찰이 기소한 건은 A씨와 관련된 1건이었다. 경찰이 허위자백을 강요하고 강압적인 수사를 한 결과였다.

    이듬해인 1991년 4월 23일 1심 재판부는 윤씨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윤씨는 불복하며 상소했지만 모두 기각되며 1992년 2월 형이 확정됐다.

    집행유예 선고와 함께 5개월간 억울한 옥살이를 끝내고 나온 윤씨는 출소 10개월 만에 암 판정을 받았다. 윤씨의 갈비뼈에서 종양이 발견된 것이다. 7년간 투병생활을 하던 그는 1997년 사망했다.


    '이춘재 9차 사건' 누명도…"얼굴에 연고 덕지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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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씨는 해당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9차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는 수모도 겪었다. 9차 사건은 1990년 11월 화성시 태안읍 야산에서 김모(13)양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춘재는 9차 사건 등 자신이 14건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윤씨는 가족들도 모르는 사이에 9차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에 붙잡혔다. 가족들이 닷새 만에 윤씨의 신변을 확인한 건 TV에서였다. 윤씨의 얼굴과 함께 '화성 연쇄살인사건 9차 범인 윤OO'라는 자막이 나왔다.

    현장검증을 위해 경찰과 함께 야산에 간 윤씨는 "나는 범인이 아닙니다. 경찰 고문에 의해 허위자백을 한 겁니다"라고 소리쳤다. 다음날 윤씨를 만난 그의 형 윤동기씨는 "얼굴엔 연고가 덕지덕지 발라져 있었다"라며 "순간 맞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떠올렸다.

    윤씨는 3개월 뒤에야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이듬해 2월 피해자인 김양의 옷가지에서 채취된 DNA 등이 윤씨와 불일치한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윤씨에게 남은 건 우울감과 건강 악화뿐이었다.

    지난 2022년 이춘재 살인사건을 조사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이들이 경찰로부터 가혹행위·허위자백 강요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라고 밝혔다.


    법원, 윤씨 성범죄 재심 결정 "경찰의 가혹행위, 강압조사"

    이춘재 연쇄살인 9차 사건의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되기 이전인 고등학생 시절의 윤동일(1997년 사망)씨 모습. 윤동기 씨 제공이춘재 연쇄살인 9차 사건의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되기 이전인 고등학생 시절의 윤동일(1997년 사망)씨 모습. 윤동기 씨 제공
    윤씨의 형인 윤동기씨는 A씨와 관련된 사건마저도 당시 수사팀의 강압수사와 허위자백에 의한 것이었다며 지난해 6월 재심 청구를 했다. 윤씨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지 33년만이다.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차진석)는 지난 1일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과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포함한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당시 수사관들은 피고인(윤씨)을 잠을 재우지 않은 강압적인 상태에서 조사하거나, 다른 수사관의 이름을 도용해 진술조서를 작성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또 피고인은 수사관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하면서 허위로 진술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재심 개시 사유를 밝혔다.

    윤씨의 형인 윤동기씨는 "동생은 억울한 옥살이를 했고, 풀려난 뒤에는 7개월 만에 암 진단을 받았다"라며 "고생만 하다가 죽은 동생인데, 재심을 통해 억울함이 꼭 밝혀졌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는 지난 2020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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