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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자 버리는 ''천덕꾸러기'' 종이 영수증…낭비

필요 따라 선택 출력, 시스템 교체 어렵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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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A(32) 씨는 회사 건물 내 편의점을 갈 때면 눈에 늘 밟히는 것이 있다.

주로 아침용 샌드위치나 오후 간식 등 소액결제가 잦은 A 씨는 현금 영수증 발급 과정이 귀찮아 주로 카드를 사용하는데, 이 경우에도 매번 받아드는 종이 영수증이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그래서 점원에게 "그냥 버려달라"기 일쑤. 그러나 계산대 안에 놓인 수북한 종이 영수증 쓰레기를 보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 또다른 직장인 B(35) 씨는 출퇴근길 카드 택시를 종종 이용한다. 미처 현금을 준비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뜩이나 급하거나 피곤한데, 영수증이 필요치 않은데도 굳이 종이 영수증을 받기 위해 차 안에서 기다리는 것이 짜증스럽다.

운전기사에게 미리 "영수증 안 주셔도 되요"라고 말해봤지만, "다 나오는 거니까 받아가요"라는 핀잔만 돌아왔다.


◈손님 원치 않으면 전산 입력만


물론 꼬박꼬박 영수증을 챙겨 가계부를 쓰고, 월말이나 연말 자신의 소비 내역을 짚어보는 것은 검소한 생활을 위한 중요한 습관!

그러나 굳이 필요치 않은 경우에도 억지로 발급되는 종이 영수증이라면?

목동의 G 편의점. 이 곳에서 아침 6시부터 밤 8시까지 근무하는 점원에 따르면, 하루에 꾹꾹 눌러담은 종이 영수증 쓰레기가 담배 박스로 매일 한 상자 이상 배출된다고 한다. 영수증이 필요한 손님에게만 선택 출력할 수 없냐고 묻자 "일괄적으로 (영수증이) 나오기 때문에 낭비인 건 알지만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BestNocut_R]

그러나 바로 길 건너편 건물 내에 있는 H 편의점의 사정은 달랐다. 현금과 카드 결제 모두 영수증이 출력되는 G 편의점과 달리, 현금 결제시에는 영수증이 발급되지 않았고, 손님이 요청할 경우에만 출력 버튼을 눌러 영수증을 지급하고 있었다.

H 편의점의 홍보팀 이 모 주임에 따르면, 일명 ''차세대 포스''라고 불리는 이 새로운 소프트웨어는 "불필요한 자원낭비를 막고, 발생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점주들이 먼저 제의를 해왔고, 새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지난 5월 말부터 적용, 현재 전국 4400여 지점 중 95%에 시스템 구축이 완료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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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보통 하루 반에 1개 소모되던 감열지(영수증 용지)가 15일에 1개 정도 소모되고, 결과적으로 각 점포에서 영수증 발급이 필요한 경우에만 거래내역조회를 통해 영수증을 출력함으로써 22% 가량의 비용절약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는 카드 결제시에도 선택 출력할 수 있도록 해당 시스템을 확대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조사결과 1200개의 점포를 가진 M 편의점은 이러한 소프트웨어 전환을 논의한 바는 있으나 "고객 알 권리를 중시하고, 환불이나 반품과 같은 경우를 대비해 일괄 영수증 지급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된 3500여 점포를 가진 G 편의점의 경우에는 각 지점의 경영주들이 포스 시스템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놓았지만, 손님들이 많을 때 일일이 영수증 필요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성가신데다, 아르바이트생들의 기기 조작 미숙 등을 이유로 선택 출력이 가능한 소프트웨어가 구비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지점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0여 점포를 거느린 S 편의점의 경우에는 아예 이러한 논의 자체를 한 바 없으며, 이후에도 계속 영수증 일괄 지급 체계를 운영할 방침이라고 전했고, 1400점포를 둔 B 편의점은 2005년부터 전 지점에서 영수증 선택 출력 시스템을 운영해왔지만, 최근 오류 방치 차원에서나 현장 점원들의 편의를 위해 다시 일괄 지급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말기 시스템 교체,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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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의 경우는 어떨까?

카드택시 서비스업체인 한국스마트카드에 따르면, 6월 기준 개인택시 3만 353대 중 60%, 법인택시 2만 797대 중 90% 이상이 카드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다.

손님이 현금결제를 할 경우만 제외, T머니는 한 장, 신용카드는 두 장의 종이 영수증이 자동 발급되고 있다.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3만 원 이하 무서명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KB카드 홍보팀 관계자에게, 카드 결제시에도 승액이 원하는 경우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것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김 모 관계자는 "과거부터 카드를 쓰면 점표를 받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을 뿐, 이용자의 동의가 있다면 이를 생략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부분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국스마트카드 전산 담당 관계자도 "서울시에서 정책을 결정하면 그에 따르는 것이지만, 영수증을 선택 출력하는 단말기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전했다.

2004년 5월 버스 준공영제 시행 초기, 버스회사 수익 배분을 위해 현금 승차하는 승객들에게 영수증이 자동 발급되었다.

그러나 굴비처럼 줄줄이 엮여 나오는 종이 영수증을 받아가는 이가 없어, 운전자가 단말기 아래에 휴지통을 놓아두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렇게 낭비된 용지가 한해에 2억 1천여만 원에 달했다.

서울시 교통기획과는 이러한 오류를 바로 잡기 위해 현금 승차자 카운터 기능은 유지하고 영수증은 선택 출력하는 시스템을 2006년 말부터 적용, 현재는 손님이 요구할 경우에만 종이 영수증을 발급하고 있다고 했다.

자동 출력에서 선택 출력으로 단말기 프로그램을 교체하는 데는 약 3개월, 추가비용은 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업계 관계자들이 낭비를 줄이고 자원을 아끼려는 의식만 갖고 있다면, 충분히 현재의 영수증 체제에서 발급 횟수를 줄임으로써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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