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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에 막힌 노동개혁, 도로 거부권이냐, 사회적 합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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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일반

    여소야대에 막힌 노동개혁, 도로 거부권이냐, 사회적 합의냐

    [편집자 주]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 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윤석열 대통령 2023년 신년사中). 임기초 선전포고하듯 내세운 '3대 개혁'은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CBS노컷뉴스는 윤석열 정부 2년을 맞아 노동·교육·연금 분야 정책의 현주소를 차례로 점검하고 남은 과제를 조명한다.

    [尹정부 2년, '3대 개혁' 현주소]-①노동분야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 윤석열표 노동개혁
    '노사법치'에 성과 거뒀다지만…노동시간 유연화·임금체계 개편 등은 좌초
    극단으로 치달은 노정 갈등, 노동자 삶은 더 팍팍해져
    여소야대 국회, 야권은 노동 의제 법 개정 밀어붙일 듯
    정부는 사회적 대화 바라보지만…"정부, 새로운 노동정책 방향부터 제시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여권의 참패로 끝난 제22대 총선 직후인 지난달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바뀌지 않았다.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며 윤 대통령은 '3대 개혁'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회 구성 앞에 정부가 장담하는 노동개혁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 윤석열표 노동개혁, 여소야대 국회 앞에 남은 길은?


    3대 개혁 가운데 가장 먼저 속도를 냈던 윤석열표 노동개혁이 지난 2년 동안 거둔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로 요약할 수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해를 '노동개혁 원년'으로 지칭했다. 실제로 경찰은 '건폭몰이' 논란을 무릅쓰고 건설노조 수사를 강행한 끝에 2022년 12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건설 현장 특별단속 기간' 동안 4829명을 송치했다.

    양대노총이 '노조 탄압'이라며 거세게 반대했던 노조 회계 공시도 '조합비 세액 공제'라는 약점을 찾아내 결국 관철시키는 등 이른바 노사법치주의 분야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경영계를 상대로도 임금체불, 포괄임금제도 악용,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해 감독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개혁에 불평을 쏟아내는 '적폐 카르텔'인 '귀족 노조'에 양보 없이 '법과 질서'를 세우는 정부의 모습을 보이며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반사이익을 거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른바 '주69시간' 논란에 휩싸이며 노동개혁 최대 히트상품으로 내걸었던 노동시간 유연화 방안이 사실상 좌초됐다. 직무급 중심 임금체계 개편안 역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노동개혁의 엔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한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개혁을 크게 제도와 관행, 법과 제도라는 두 기둥으로 나누어 볼 때, 전자의 경우 노사법치에 있어 성과를 거두었고, 올해부터는 이를 현장에 안착시키는 것이 목표"라면서도 "다만 법과 제도까지 바꾸기 위해서는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건설노조 고 양회동 열사의 장례절차가 시작됐던 지난해 6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분향하고 있는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 황진환 기자건설노조 고 양회동 열사의 장례절차가 시작됐던 지난해 6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분향하고 있는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 황진환 기자그동안 노동계와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해 노동절인 5월 1일, 정부의 건설노조 수사로 공동공갈 혐의를 받던 고(故)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끝내 숨졌다. 양씨의 죽음을 놓고 노동계는 무리한 '노조 때리기' 수사가 부른 죽음이라고 규정했고, 결국 시민사회가 정권을 상대로 '퇴진'을 요구하기 시작한 방아쇠가 됐다.

    사회적 대화 파트너로 남아있던 한국노총도 현 정부 들어 7년 5개월 만에 대화 단절을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6월 경찰이 고공농성 중이던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을 유혈 진압하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가 같은 해 11월 간신히 복귀했다.

    정부가 좌충우돌하는 동안 노동자들의 삶만 더 팍팍해졌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한국노동사회연구소·한국사회경제학회·한국산업노동학회가 지난 7일 주최한 '윤석열 정부 2년 노동·사회정책 평가 토론회'에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박용철 선임연구위원의 발표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인상률은 2022년와 지난해 5.9%, 3.6%였는데, 전체 임금노동자 임금 인상률은 4.9%, 2.5%로 실질임금은 오히려 후퇴했다.

    우여곡절 속에 맞이했던 22대 총선 결과는 역대급 여소야대 정국으로 귀결됐고, 정부는 사실상 손발이 묶였다. 집권 초기 반복됐던 '시행령 정치'도 이제 쥘 수 있는 패가 거의 떨어진 상황, 개혁을 이어가겠다는 정부의 바람과 달리 남은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거부권을 거부한다" 다시 돌아올 '노란봉투법', 尹의 선택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열린 거부권 남발 규탄 및 민생법안 처리 촉구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열린 거부권 남발 규탄 및 민생법안 처리 촉구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번 국회에서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 3조 개정안은 대표적인 범야권 입법 의제로 꼽힌다. 노란봉투법은 현 21대 국회에서도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지지 아래 통과됐지만,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입법이 무산된 바 있다.

    양대노총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후 차기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을 다시 추진하기로 공조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노란봉투법 재발의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만큼 곧 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더 나아가 범야권은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법 △간호법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쌍특검(대장동·김건희 여사 특검법) △이태원참사특별법 등 9건 가운데 재발의돼 처리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제외한 8개 법안을 연대해 재발의할 방침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지난 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 9개가 있었는데 그 중에 3개는 재발의가 됐"다며 "21대에 다 처리가 되지 않는다면 우선순위를 정하든가, 필요하다면 전체를 패키지로 해서 법안으로 내야 되겠다는 계획은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번에도 정부와 여당은 위의 법 개정안들에 거세게 반대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윤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 카드를 뽑아들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여야는 물론, 정부와 시민사회의 갈등은 더 극심해질 전망이다.

    다만 여당에서 이탈표가 나온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에 대한 재표결 가결 요건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중 3분의 2 찬성이다. 이미 민주당 의석만으로도 과반 출석 요건은 채울 수 있어 여권에서 보이콧에 나설 수도 없다. 현 국회 재적 의원 295명이 모두 표결에 참석할 때, 범야권 의석 180석에 더해 여권에서 17표 이상 이탈표가 나오면 법이 통과될 수 있다.

    이러한 야당의 입법 움직임에 노동계도 동참한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이나 이미 여소야대였던 21대 국회에서 기대만큼 노동 관련 법 제도 개정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이번 국회에는 노동계도 초반부터 강도 높게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 전호일 대변인은 "야당에서 윤 대통령에 거부됐던 8개 법안을 동시에 입법 발의하면 연대해서 거부권을 거부하는 투쟁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총선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을 거부한 것이 이번 총선의 민심이라고 확신한다"며 "다시 거부한다면 남은 임기 3년을 못 채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주가사·돌봄노동자시범사업저지공동행동(공동행동)이 지난 4월 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은 이주·돌봄노동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양형욱 기자이주가사·돌봄노동자시범사업저지공동행동(공동행동)이 지난 4월 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은 이주·돌봄노동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양형욱 기자이 외에도 노동 의제 가운데 현 정부 임기 들어 논란을 빚고 있는 최저임금법도 국회에서 주요 입법 과제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경영계는 영세소상공인·중소기업의 임금 지불 능력이 한계를 맞았다며, 최저시급 1만원 돌파를 눈앞에 둔 지금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라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해당 업종을 저임금 업종으로 낙인찍어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부작용만 부를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런 와중에 지난 2월 한국은행은 돌봄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이주노동자에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보고서를 내놓아 논란을 불렀다. 윤 대통령도 지난달 "가정 내 고용으로 최저임금 제한도 받지 않고 수요 공급에 따라 유연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외국인 유학생, 결혼 이민자 가족을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으로 가사 육아 분야에 취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최저임금법 4조 1항에는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며 최임위 심의를 거쳐 정부가 정하도록 열어뒀다. 실제 차등적용이 이뤄졌던 전례도 있다.

    하지만 특정 업종에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적용하면, 당장 해당 업종 노동자나 취업준비생들이 반발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법적 근거와 전례가 있다지만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한 첫 해인 1988년 단 한 번 실행됐을 뿐, 이후 36년 동안 해당 조항은 적용된 일 없이 사문화됐다.

    이에 노동계는 차등적용 허용 조항을 아예 삭제하고,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 종사자 등까지 최저임금 안전망을 확대 적용하는 개정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는 개정안의 경우 여야 모두 총선 공약에서 다룬 바 있다. 다만 여당은 단계적 적용을, 민주당은 전면적용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어느 분야부터, 얼마나 확대될 것인지 주목된다.

    정부의 남은 동앗줄 사회적 대화도…노동계 "정부 변화 없이 대화 없다"


    지난 2월 6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제13차 본위원회에서 김문수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제자총협회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노사정 대표자 선언문 서명을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있다. 이번 정부 들어 두번째 본위원회이자, 서면회의가 아닌 대면회의로는 최초다. 왼쪽 두 번째부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김 위원장,  한국노총 위원장, 손 회장, 최상목 경제부총리. 박종민 기자지난 2월 6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제13차 본위원회에서 김문수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제자총협회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노사정 대표자 선언문 서명을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있다. 이번 정부 들어 두번째 본위원회이자, 서면회의가 아닌 대면회의로는 최초다. 왼쪽 두 번째부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김 위원장, 한국노총 위원장, 손 회장, 최상목 경제부총리. 박종민 기자칼자루를 뺏긴 정부에도 국회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은 남아있다. '국민의 공감'이다. 그리고 노동 개혁에 있어 국민의 공감대를 이뤘다고 자신할 수 있는 지름길이 있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다.

    정부로서는 경사노위를 통해 노동개혁 과제 관련 합의안을 도출할 수만 있다면, 이를 명분으로 국회에서 야당을 압박할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이미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정부가 강행할 노동개혁 의제는 정부가 직접 나서되, 중장기 과제는 경사노위에 맡겨 우회하는 방안을 채택해왔다.

    문제는 현 시점에 경사노위에서 노사정 합의안을 정부가 원하는 그림대로 만들어낼 수 있냐는 점이다.

    경사노위는 지난 2월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위원회'와 의제별 위원회인 '일·생활 균형위원회',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를 구성했다. 각각 정부가 노동개혁 과제로 공을 들였다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노동시장 이중 구조 해소, 근로시간 유연화, 퇴직 연령 조정 등을 논의할 중차대한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지난 4일로 예정됐던 특위 출범부터 한국노총의 불참으로 연기된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직접적인 계기는 경사노위에 구성될 공무원·교원 근무시간 면제심의위원회의 위원 구성을 놓고 한국노총이 반발하면서 사회적대화 테이블에 찬물이 끼얹어진 데 있다.

    다만 갈등의 근본을 따져보면 이 역시 여소야대 국면이 사회적 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경사노위에 노동계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으로서는 야당과 협조해 법 개정을 추진할 수 있는 마당에 굳이 경사노위에만 매달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 사회적대화 관련 전문가는 "한국노총이 5개월 만에 경사노위에 복귀할 때부터 내부에서 반발이 상당했다"며 "정부로서는 입법 지형이 안 좋을 때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계의 동의를 받아 절충안을 만들어 입법의 지렛대로 활용하는데, 노총을 최대한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이지현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노동을 탄압하고 배제하는 정책을 펼치다, 총선이 다가오자 급하게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 관련 현안을 대화로 풀어가는 이미지 세탁을 꾀했다"며 "하지만 경사노위 의제와 위원구성 등에서 전혀 변화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총선 결과 여소야대가 더욱 공고해졌기 때문에 한국노총으로서도 정부가 추진하려는 반노동정책에 들러리 설 이유가 없다"며 "윤석열 정부가 노동조합 배제정책을 폐기하고 새로운 노동정책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사회적 대화 전망은 아주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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