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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행정착오 때문에 투표 못했다" 선거권 박탈한 '허술 행정'

부산

    [단독]"행정착오 때문에 투표 못했다" 선거권 박탈한 '허술 행정'

    지난 총선 사전투표 나선 A씨 "선거인명부에 없다" 통보받아
    40여 분 기다려도 명확한 설명 못 들어
    '정치자금법 위반' 전과가 발단…선거권 제한 기간 끝났는데도 투표 못 해
    관할 면사무소서 지난해 선거권 제한 10년으로 잘못 등록
    행정 착오로 기본권 박탈…수형인명부 전달하는 검찰도 확인 안 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10일 오전 부산의 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정혜린 기자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10일 오전 부산의 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정혜린 기자
    부산에서 행정기관 착오로 선거권 제한 기간이 잘못 등록돼 한 시민이 지난 총선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행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 단순한 행정 실수로 박탈되는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나면서 관련 행정 절차가 중요도에 비해 허술하게 이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일 제22대 총선 사전투표소를 찾아간 A씨는 투표장에서 투표용지 대신 자신의 이름이 선거인명부에 없다는 황당한 안내를 들어야 했다.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한 A씨는 선거사무원에게 이유를 물었고, 투표장에서 40여 분 동안 하염없이 앉아 답변을 기다렸다.

    이곳저곳 전화를 돌리면서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내려온 선거인명부에 이름이 없는데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설명만 반복하던 선거 사무원은 한참이 지나 A씨를 조용히 불러냈다.
     
    투표하려는 A씨의 발목을 잡은 건, 다름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 전력이었다. 분명히 선거권 제한이 끝났고, 2년 전 선거에도 참여했다고 항변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명확한 설명은 듣지 못한 채 허탈하게 투표장을 나서야 했다.

    A씨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선거권 제한 기간은 '5년'으로 2021년 이미 제한이 끝난 상태였다. 지난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도 투표권을 행사했지만, 올해 선거인 명부에서 A씨의 이름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A씨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선거권 제한이 있었지만 기간도 진작 끝났고, 2022년에도 선거를 두 차례나 했기 때문에 당연하게 투표를 하러 갔는데 이런 일은 상상도 못 했다"며 "갑자기 투표를 못 한다니까 황당하고 창피한 기분으로 덩그러니 혼자 40분을 앉아 기다렸다. 끝까지 아무도 정확한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아 너무 답답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억울한 마음에 A씨는 법무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전화를 해봤지만 속 시원하게 답변을 주는 곳은 없었다. 모두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 모른다며 다른 기관으로 공을 넘기기 바빴고, 수차례 '뺑뺑이' 끝에 법무부에 민원을 제기한 A씨는 겨우 해당 사안을 관할하는 등록기준지 B면사무소로부터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송호재 기자부산지검 동부지청. 송호재 기자
    A씨에 따르면, B면사무소는 지난해 행정안전부에서 전국적으로 선거권 관련 점검 지침이 내려와 점검을 하던 중 관내 수형인명부에서 A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발견했다.

    면사무소는 동부지청에 문의해 A씨가 선거권 제한에 해당하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형을 확정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징역형에 해당하는 형 확정 날짜로부터 10년 선거권 제한 조치를 했다.
     
    이 때문에 A씨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아 형 확정 후 5년 동안 선거권이 제한돼야 했지만 제한 기간이 이미 종료된 시점에서 뒤늦게 10년으로 잘못 등록되며 올해 총선에서 투표권을 박탈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총선 이후 민원을 제기하자, 검찰은 뒤늦게 A씨의 수형변경통지서를 전달했고 지난 19일 바로 A씨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을 해제했다.
     
    면사무소 등은 A씨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같은 재판에서 다른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판결문에 여러 혐의가 동시에 기입돼 5년이 아닌 10년으로 선거권이 제한되는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B면사무소 관계자는 "관련 검증 당시 A씨 혐의에는 선거 관련법 위반이 있었고, 벌금형이라고는 전혀 명시돼 있지 않았다"며 "검찰에 조회를 요청했을 때도 그 혐의가 선거법 제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확인돼 등록을 했고, 벌금형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검찰에서 벌금형이라고 통보를 주고 정리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늦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정 절차에서 기간을 결정하는 실형 여부 등 기본적인 사실조차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로부터 수형인명부를 통보받아 행정을 처리하는 면사무소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관련 질의를 받아 혐의 등을 확인한 검찰 모두 행정 처리를 허술하게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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