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가자지구 전쟁에 이어 이란과 이스라엘이 사상 처음으로 충돌하면서 전 세계가 '제5차 중동전쟁'이 임박한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의 재반격에 제동을 걸었지만,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국제 사회는 물론 경제적 후폭풍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첫 직접 충돌한 이란과 이스라엘
연합뉴스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등에 따르면, 이란은 전날 밤부터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다. 무장 드론 170기와 순항 미사일 30여 기, 탄도 미사일 120여 기를 동원했다.
이스라엘군은 대부분의 드론과 순항 미사일이 방공망에 격추됐다고 밝혔다. 탄도 미사일 일부가 이스라엘 남부 네바팀 공군기지를 타격했지만, 피해는 거의 없었고 99%를 요격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공격을 주도한 이란의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 내부의 목표물 타격에 성공했다고 맞섰다.
이란이 '진실의 약속 작전'이라고 명명한 이번 공격은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반서방 정권이 들어선 이후 첫 정면충돌이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이른바 '그림자 전쟁'으로 공격 주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이란의 핵시설 등을 타격하거나 요인을 암살했다. 이란은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가자지구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 및 시리아의 민병대 등을 통해 이스라엘과 무력으로 맞부딪혔다.
장거리 공격에 '준전시 상황' 돌입
연합뉴스이란에서 발사한 드론과 미사일은 최소 2개국의 영공을 가로질러 약 1천km를 날아 이스라엘 본토를 향했다. 이 경로에 있는 이라크와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 인근 국가는 영공을 일시 폐쇄하고 방공망을 가동했다. 요르단은 자국 영토에서 일부 드론을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란 무장 단체도 공격에 가담하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가자지구 전쟁에 무력 개입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점령지인 골란고원에서 로켓과 미사일을 발사했고, 홍해 물류를 마비시켰던 예멘 반군 후티도 이스라엘로 드론을 날렸다.
이스라엘 '재보복' 방침…美, '자제' 압박
연합뉴스이번 사태가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대할지는 이스라엘에 달렸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시 각료회의를 소집하고 "우리를 해치는 자들은 누구든 해칠 것"이라며 재보복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우방과 인근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재공격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통화를 통해 재반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을 겨냥한 어떤 작전도 참여나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스라엘이 미국의 지원 없이 단독으로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의 전력 규모와 파괴력이 중동의 최강자로 꼽히는 이스라엘에 육박한다는 평가에서다.
호르무즈 봉쇄시 유가 급등 가능성
앞서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6월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치솟았다. 종가는 90.45달러로 마감했지만,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92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5개월 만이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생산의 1/3을 담당하고, 이란은 OPEC(석유수출국기구)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국가다.
여기에 중동 산유국의 수출통로로 전 세계 석유의 1/6, LNG(천연가스)의 1/3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 급등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도 이 해협을 지난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대로 급등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유가 상승이 현실화할 경우 전 세계 경제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연기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앞서 IMF(국제통화기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생한 지난해 10월 유가가 10% 상승하면, 글로벌 생산이 0.15%포인트 감소하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0.4%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