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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영장' 자판기?…현직 판사 "검찰권 '견제·통제' 내실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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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단독]'영장' 자판기?…현직 판사 "검찰권 '견제·통제' 내실화해야"

    핵심요약

    김도균 부장판사, 8일 판례연구회서 '수사비례 원칙' 주제 발표
    "수사기관, 수사 목적 표현했다면…수사 '의도·동기' 등 오염"
    "일기장·휴대폰 등 개인 프라이버시 물품…강화된 심사로 압수"
    "수사권·공소권, 형식적 법률주의 입각한 심사에 그쳐선 안 돼"

    연합뉴스연합뉴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범위를 벗어난 전자정보를 자체 서버에 보관하고 있다는 등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검찰권에 대한 법원의 견제와 통제가 내실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현직 부장판사의 주장이 나왔다.

    법원이 피의사실 소명 등 형식적 요건 심사에 그쳐서는 안 되고 검찰 수사에 대한 비례성 심사를 충실히 해 수사 재량의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취지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김도균(사법연수원 33기) 부장판사는 지난 8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판례연구회에서 '수사비례의 원칙'을 주제로 발표하며 "법원은 수사에 대한 비례성 심사를 내실화함으로써 '영장 자판기'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발표에서 수사기관이 무엇을 수사하거나 수사하지 않을지, 어떤 사건을 기소하거나 기소하지 않을지 결정할 수 있는 '수사 재량'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사기관 재량에 순기능도 있지만, 자의적인 수사권 행사로 비리가 발생하는 원인이 되고 정치, 경제질서나 헌법질서를 문란하게 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되기도 해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헌법이나 법률상 수사 재량은 무한한 것이 아니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다"며 "헌법 제37조2항과 형사소송법 제199조1항 등이 천명하고 있는 비례성 원칙이 그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비례성의 원칙(과잉금지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목적을 위한 수사권 행사(목적의 정당성) △압수수색 등 수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수단의 상당성)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수사 방법 선택(피해의 최소성) △개인의 사익보다 큰 공익(법익의 균형성) 등 하위 원칙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수사지휘자나 수사관이 해당 사건에 관해 수사의 실질적 목적(동기)을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라도 표현한 경우에는 그 의도·목적·동기가 수사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줬다고 평가해야 할 것"이라며 "즉, 그 수사는 그 의도·목적·동기에 오염됐다고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컨대 수사지휘자가 피의자에게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피의자가 공직 후보자 지위를 사퇴하면, 수사를 호의적으로 마무리해 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경우라면 그 수사는 피의자의 공직 후보자 결정에 영향을 줄 의도·목적·동기에 오염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사생활 보호 등 '프라이버시(privacy)'가 담긴 내용물을 무분별하게 압수수색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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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부장판사는 "개인의 일기장, 다이어리 등 메모, 병력기록, 휴대폰은 일반 물건보다 훨씬 강화된 요건을 전제로만 압수될 수 있다"며 "이미 다른 증거방법이 존재함에도 이들을 압수하거나 범죄와의 관련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편의적, 모색적으로 압수하거나 경미한 범죄에 대한 증거수집을 위해 무차별하게 압수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거공간에 대한 수색은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허용돼야 할 것이고 의복, 가구, 침구, 식기 등 생계유지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건, 자녀들의 교육에 필수적인 물건 등을 압수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드러내고 싶지 않은 개인의 사상이나 양심의 표현물, 언론·출판의 자유 등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수사는 헌법상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게 되므로 엄격한 균형성 심사가 필요하다고도 봤다.

    김 부장판사는 "특히 언론·출판의 자유는 건강한 민주주의 질서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도 불가결한 기본권"이라며 "이런 기본권을 침해하는 강제수사에 대해서는 더욱 강화된 심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아직 성숙하지 못했던 과거에 권력자가 자신의 사적인 욕심이나 감정을 만족시키기 위해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을 이용해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면서 "법원은 그 수사절차의 외형에 경도돼 그와 같은 왜곡된 수사를 통제하려는 노력을 크게 기울이지 못했던 것이 역사적 진실"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범죄의 발견과 처벌'이라는 목적에 지나치게 치우쳐 기본권 침해의 한계 설정에 대한 노력을 소홀히 해 온 것도 부인하기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이 인간의 기본적 가치와 존엄을 명시하고 비례성 원칙과 적법절차, 영장주의 등을 통해 사법부에 이를 심사할 권한과 의무가 있음을 강조하고 엄격한 견제와 통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이 이러한 권한을 성실하게 행사하지 않은 채 수사권·공소권에 대한 형식적 법률주의에 입각한 심사에만 안주한다면, 이는 헌법이 부여한 임무를 태만히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영장 자판기'를 자처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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