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과 손흥민 어깨동무. 연합뉴스축구 팬들이 간절히 바랐던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합작골이 터졌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4차전에서 태국을 3대0으로 완파했다. 이재성(마인츠)과 손흥민, 박진섭(전북 현대)이 연속골을 터뜨렸다.
특히 후반 9분 터진 손흥민의 추가골은 이강인과 합작했다. '탁구 게이트'의 당사자였던 두 선수는 이 골로 논란을 말끔히 잠재웠다.
한국 축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 탈락 후 거듭된 사건과 추문으로 혼란에 빠졌다. 특히 이강인이 '주장' 손흥민과 물리적으로 충돌한 이른바 '탁구 게이트'는 축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차세대 간판으로 기대를 모은 이강인이 '문제아'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이강인을 향한 팬들의 기대는 한순간에 실망으로 바뀌었다.
결국 이강인은 지난 20일 취재진 앞에 서서 '탁구 게이트'에 대한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 예선 3차전에서 관중들은 후반 교체 투입된 이강인을 향해 박수 갈채를 보내며 용서의 뜻을 전했다.
이제 이강인이 경기력으로 팬들의 응원에 보답할 차례였다. 이날 선발 출전한 그는 번뜩이는 활약으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증명했다.
이강인은 선제골 과정에도 관여했다. 전반 19분 문전으로 쇄도하는 조규성(미트윌란)을 향해 침투 패스를 찔렀고, 조규성의 빗맞은 슈팅이 이재성(마인츠)에게 흘러 골문을 열었다.
이어 후반 9분에는 손흥민의 추가골을 직접 도왔다.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에게 정확한 침투 패스를 넣었고, 손흥민은 깔끔한 마무리로 득점에 성공했다.
손흥민에게 안기는 이강인. 연합뉴스이강인은 곧바로 손흥민에게 달려가 와락 안겼다. '탁구 게이트'로 인한 갈등이 완전히 봉합됐음을 의미하는 장면이었다.
손흥민은 경기 후 플래시 인터뷰를 통해 "(이)강인 선수도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이번 계기로 훌륭한 사람으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 100% 확신한다"면서 "오랜만에 강인 선수를 끌어안았는데 너무 귀엽고, 앞으로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후 한국은 후반 37분 박진섭의 쐐기골까지 터지면서 3대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3승1무(승점 10)를 기록, C조 1위를 굳게 지켰다.
3월 A매치에 한정된 황 감독 임시 체제는 이날 경기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의 소방수로 나선 황 감독은 태국과 2연전에서 1승1무를 거두며 급한 불을 껐다.
무패보다 더 값진 성과가 있다. 황 감독은 아시안컵 후 각종 논란에 휩싸여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았다. 특히 손흥민과 이강인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서는 대표팀 선배로서 책임감을 보였다.
황 감독은 임시 사령탑 부임 당시 "이것은 두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코칭 스태프, 지원 스태프 등 모든 구성원의 문제라 생각한다"면서 "이번 2연전에서는 속죄한다는 마음으로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선수들은 성난 팬심을 달래기 위해 하나로 뭉쳐 경기에 임했다.
한국 축구는 이번 태국과 2연전을 통해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아시안컵 실패를 딛고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