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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EN:]유기견 1025마리 나무조각으로 '중생'을 말하다



공연/전시

    [현장EN:]유기견 1025마리 나무조각으로 '중생'을 말하다

    백남준·윤석남·김길후 3인전 '함(咸): Sentient Beings'

    서울 삼청동 학고재서 3월 13일부터 4월 20일까지

    윤석남 '1025: 사람과 사람 없이' 연작(2008). 학고재 제공 윤석남 '1025: 사람과 사람 없이' 연작(2008). 학고재 제공 백남준·윤석남·김길후 3인전 '함(咸): Sentient Beings'이 13일 서울 삼청동 학고재에서 개막했다. 세 작가의 회화·조각·설치 36점을 선보인다.

    '함'은 고전 '주역'(周易)의 31번째 괘다. '주역'에서 31번째 괘까지는 하늘의 도리, 즉 천도, 31번째 괘부터는 사람의 일, 즉 인사에 관련된 괘라고 말한다. 함괘는 예술과 사랑의 괘다. 다시 말하면 만물의 화합과 기쁨을 상징한다.

    '함'의 영어 제목 '센티엔트 비잉'(Sentient Beings)은 중생(衆生)이라는 뜻도 있다. 호주 출신 철학자 피터 싱어가 제창한 이 개념은 인간 중심적 휴머니즘을 넘어 인간·비인간 모든 대상을 존중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백남준(1932~2006)의 작품 'W3'(1994). 학고재 제공백남준(1932~2006)의 작품 'W3'(1994). 학고재 제공이번 전시는 중생의 의미를 잘 담아낸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았다.

    백남준(1932~2006)의 작품은 'W3'(1994), '구-일렉트로닉 포인트'(1990), '인터넷 드웰러'(1994)가 자리한다.  'W3'(World Wide Web)는 굵은 전선으로 64개의 TV모니터를 연결해 정보고속도로 같은 형상을 만들었다.

    이진명 학고재 이사는 13일 학고재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W3의 비디오아트 장면은 인간사의 모든 이야기이자 화합을 뜻한다"며 "모두가 정보를 공유해서 아무도 소외받지 않고 얻어낸 정보를 갖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말했다.

    축구공 모양의 '구-일렉트로닉 포인트'는 냉전 종식 후 열린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제창한 세계 화합의 가치를 기리는 작품이다. '인터넷 드웰러'는 인터넷 개통으로 지식정보가 보편화되면 인류가 평등한 세계를 건설할 것이라는 백남준의 믿음을 반영했다.

    윤석남 '1025: 사람과 사람 없이' 연작(2008). 학고재 제공 윤석남 '1025: 사람과 사람 없이' 연작(2008). 학고재 제공 동아시아 여성주의 예술의 최고봉에 오른 윤석남(84)은 동물권에 대해 사유한 '1025: 사람과 사람 없이' 연작(2008)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유기견 1025마리의 형상을 나무로 깎아 만들고 그 위에 먹으로 유기견을 그려 완성했다. 사람과 동물이 동등하다는 뜻을 함축한다.

    윤석남은 "유기견 1025마리를 보살피는 이애신 할머니가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 '애신의 집'을 방문한 후 사람이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걷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날로 당시 하고 있던 작업을 멈추고 이 작업을 시작했다"며 "유기견에 대한 애틋함과 강아지를 유기한 (인간의) 잘못에 대해 사죄받고 싶은 심정을 담았다"고 말했다.

    작업을 끝내는 데 꼬박 5년이 걸렸다. 유기견 1마리를 포함해 강아지 4마리를 키운다는 윤석남은 "하루 10시간씩 작업에 매달렸지만 연필 드로잉은 2년, 나무 작업은 3년의 시간이 소요됐다"며 "캐나다산 대형 원통 나무를 잘라서 작업실로 가져오면 강아지 형상으로 만든 후 직접 찍어온 유기견 사진을 보며 색칠했다"고 했다.

    김길후 '무제' 학고재 제공 김길후 '무제' 학고재 제공 김길후(62)는 현자(賢者)와 바른 깨우침(正覺)을 화두로 끊임없이 새로운 회화를 추구하는 화가다. '무제'(2014)와 '사유의 손'(2010) 등을 출품했다. '무제'에 대해 이진명 이사는 "어둠이 빛을 잡아먹는 순간을 그린 대부분의 회화와 달리 이 작품은 빛이 어둠을 밀어내는 최초의 순간을 그렸다"며 "이것이 현자가 가야 할 길이고 우리도 동참해야 중생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표현주의 작가라고 칭하는 김길후는 "물성 강한 작업을 통해 새로운 회화를 창출하려 노력했다. 보편적 자아가 상실된 세계를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김길후 '사유의 손' 학고재 제공 김길후 '사유의 손' 학고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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