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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내민 HD현대에 모두 '절레절레'…'도둑촬영'에도 공정 입찰 참여 가능할까



경남

    손 내민 HD현대에 모두 '절레절레'…'도둑촬영'에도 공정 입찰 참여 가능할까

    군사 기밀 빼돌린 HD현대중, 사실상 재심 구제 절차 모두 '기각'
    방사청 27일 HD현대중 입찰 제한 심의, KDDX 사업 참여 '촉각'
    HD현대중 '이중 처벌' 우려에 공정 저해 엄중한 판단 목소리도

    KDDX 모형. 연합뉴스KDDX 모형. 연합뉴스
    HD현대중공업이 군사 기밀을 여러 차례에 걸쳐 '도둑 촬영'해 빼돌린 사실이 확인돼 입찰 벌칙으로 받은 '보안사고 감점'이 불합리하다고 구제의 손을 내밀었지만, 방위사업청도, 법원도 그리고 국가권익위원회마저 '절레절레' 손을 저었다.

    오는 27일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입찰 제한 여부를 심사할 방사청의 계약심의위원회를 앞두고 군사 기밀 탈취라는 중대한 법 위반 인정보다는 그동안 보안사고 감점의 부당함을 알리면서 '이중 처벌'을 받지 않으려는, 회피 시도에만 집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권익위는 최근 HD현대중공업이 제기한 보안사고 감점 기준에 대한 고충 민원을 기각했다. 방사청과 법원의 판단과 같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해군 차기 호위함(울산급 5·6번함) 계약을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하자, HD현대중공업은 보안사고 벌점이 부당해 탈락했다며 방사청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 역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확인 가처분신청을 낸 HD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권익위마저 HD현대중공업에 적용된 보안사고 감점이 과도하거나 불합리하지 않다는 취지로 고충 민원에 등을 돌렸다.

    이는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행위가 제도적으로 보장된 재심 구제 절차에서 모두 기각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은 공정 경쟁을 해하는 수준을 벗어나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중대 범죄 행위이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 기밀 탈취 행위가 드러난 시점은 2018년이다. 2012년부터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해군본부와 방사청 등의 군사 기밀을 도둑 촬영한 내용을 서버에 보관하고 있다가 국군방첩사령부에 걸린 것이다. 이 중에는 옛 대우조선해양이 진행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기본설계 핵심인 개념설계도도 포함됐다. 3급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기밀문서다.

    당시 군은 역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사례 중 최다 인원인 25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직원 12명 중 9명을 기소했다. 이후 2022년 11월 열린 1심에서 9명 모두 유죄를 받았다. HD현대중공업이 규정에 따라 내년 11월까지 3년간 1.8점의 보안감점을 받게 된 이유다. 이 중 일부 무죄를 받은 1명에 대해서도 검찰이 항소해 지난해 11월 전원 유죄가 확정됐다.

    KDDX는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한화오션은 2012년 개념설계를 따냈지만, 이어진 기본설계 수주는 0.056점 근소한 차이로 HD현대중공업에 내주고 말았다.

    HD현대중공업의 기본설계 수주는 한화오션의 기밀 정보를 빼돌린 결과물이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2019년 9월 당시 기밀 유출 통보 때 보안 감점 조항을 삭제한 방사청 지침 변경으로 '보안 감점'을 받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군사 기밀을 훔친 HD현대중공업 직원이 검찰에 송치된 상태였던 2020년의 일이다.

    HD현대중공업이 울산급 호위함 수주에 진 이유가(0.142점 차이) 보안 감점 때문이라고 억울해했지만, 정작 KDDX 기본설계 수주 과정에서는 보안 감점을 받지 않아 근소한 차이로 수주를 따냈다.

    한화오션도 억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KDDX 기본설계 과정에서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에 유리하도록 규정을 바꾼 정황을 포착하고 입찰 비리 여부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어 불법 행위가 더 드러날 수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중공업은 군사기밀 유출 유죄 확정에 따른 반성보다는 그동안 보안 감점 부당함을 호소하며 입찰 탈락의 이의를 제기하는 등 불이익을 회피하는 데만 집중했고, 직원들이 판결문을 제3자가 열람할 수 없도록 공개를 제한해 버려 방사청의 후속 조치마저 지연시켰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국내 방위산업의 핵심 축인 점을 고려할 때 처신이 아쉬운 대목이다.

    입찰이 제한되면 함정 사업의 독점으로 해군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재 수상함 수주 잔량은 HD현대중공업은 13척, 한화오션은 3척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서일준(거제) 의원은 "옛 대우조선해양의 현대중공업으로의 불공정 매각이 기습적으로 발표되면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옛 대우조선해양은 수상함 수주를 단 한 척도 하지 못했고, 이런 결과는 상권 붕괴 등 시민의 피해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애초 HD현대중공업의 군사 기밀 탈취 사건이 없었더라면 8조 원에 육박하는 KDDX 사업을 놓고 이렇게까지 불필요하게 대립하거나 논란도 일지 않았을 것이다. 보안 감점보다는 기술력으로 평가해야 한다지만,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의 기술력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면 모를까 서로 대등 우위라고 말할 정도로 비슷한 수준이어서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 KDDX 기본설계의 두 업체 점수 차이는 0.056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근소한 점수 차이로, 누가 수주해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특히, 한화오션은 최근 10년간 해군의 함정 사업 입찰 9건 중 5건에서는 기술력 평가 점수에서 우위에 있고, 구축함 사업의 모든 라인업(KDX I·II·III)에서 유일하게 모든 건조 실적을 갖고 있다. 이번 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팽팽한 경쟁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공정했다면 누가 지더라도 패배 인정도 쉬웠을 것이다.

    한 학급에서 늘 1·2등을 경쟁하던 두 학생 중 훔쳐보기(컨닝)가 드러나 감점을 받고도 2등과 점수 차이가 크게 나면 1등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점수 차가 적어 2등으로 내려앉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잘못에 따른 처벌까지 피할 수 없다. 오히려 전체 점수를 몰수당할 사안이다.
     
    보안 감점 규정은 기술 개발에 힘쓰는 방위기업의 건전한 공정 경쟁 체제를 만들고, 기술 탈취 등 과잉·혼탁 경쟁을 예방하기 위한 장치로, 그 처벌 규정이다. 아무리 보안 감점 규정의 신뢰성과 기술력에 의문을 제기해도 수주 경쟁사의 설계도면 등 함정 기밀 자료를 탈취한 그 자체가 공정·신뢰 경쟁을 이미 저해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일각에서는 방사청이 10년도 지난 일을 문제 삼는 데다 국가계약법 따른 제척 기간(5년)이 이미 지나 입찰 참가 제한 요건에 맞지 않고, 청렴 서약 위반 당사자가 대표 또는 임원으로 국한하고 있어 직원의 법 위반 행위를 제재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펼친다.

    그러나 10년 전에는 HD현대중공업 말고는 범죄 행위를 아무도 모르고 있었을 때다. 군 당국이 불시 점검으로 인지한 시점은 2018년, 2020년 기소를 거쳐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서 형을 확정받은 날은 2022년 11월이다. 재판의 다툼이 끝나 형 확정일로 기준을 적극적으로 삼는다면 법 적용 기간은 남아 있게 된다.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제공 
    또, 기밀 유출을 개인의 행동으로 치부하기에는 군사 기밀 유출 행위는 방위 산업의 근간을 흔들 매우 엄중한 범죄다. 오히려 이와 같은 유사한 기밀 유출 사건이 터졌을 때 방위업체에 면죄부로 줄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처분 결과는 신중해야 한다.

    오는 27일 방위사업법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여부를 심의할 방사청의 계약심의위원회가 중요한 이유다. 방사청은 그동안 기술적 우위가 있더라도 군가기밀 보호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방위사업법상 군사기밀을 불법으로 탐지·수집하거나 청렴 서약을 위반하면 5년 이내 입찰 참가 자격 제한, 계약 해지 등을 할 수 있다.

    KDDX 사업은 6천t급 미니이지스함을 6척을 건조하는 것으로, 총사업비가 7조 8천억 원에 이른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상세설계·초도함 건조 수주전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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