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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농구부, 왜 이러나 ''폭행에 소송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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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 농구부, 왜 이러나 ''폭행에 소송까지''

    원칙없는 인사와 학부모 주도권 싸움

     

    농구명문 고려대가 사령탑 문제로 또다시 진통을 겪고 있다.

    임정명 감독이 선수 폭행에 연루돼 고대 체육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충희 감독이 새 사령탑으로 내정됐다. 그러나 임감독은 "선수를 폭행한 사실이 없다"며 징계위원회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와중에 훈련을 지도하던 이감독이 선수를 폭행했다며 체육위원회에 제보가 들어와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그러나 이감독 역시 "구타는 말도 안 된다. 열심히 하라고 얼굴 한 번 가볍게 쳐준 것"이라면서 "이는 사령탑 교체를 위한 음모"라며 하소연하고 있다.

    1970년대 49연승 신화와 1990년대 중반 르네상스를 거친 고려대 농구부가 왜 이렇게 잡음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 원인은 관행처럼 자리잡았던 선수 폭행, 학부모로부터 받은 금품 등 비리와 원칙없는 인사 때문이다.

    ▲사령탑 둘러싼 학부모들 헤게모니 싸움(?)

    일단 이번 폭행 사태는 사령탑을 놓고 갈린 선수들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 뿌리는 임정명 감독 전임 진효준 감독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감독은 지난해 배임수재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추징금 1억원의 대법원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04~06년 농구부를 맡으면서 체육특기생으로 선발해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씩을 받은 혐의였다.

    현재 3, 4학년 중에는 당시 입학한 선수도 뛰고 있다는 것이다. 임정명 감독의 대리인 진한수 변호사는 "그 선수들이 실력이 못 미쳐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그 학부모들이 폭행을 문제삼아 사령탑을 바꾸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 농구부에서 3, 4학년과 임감독이 선발한 1, 2학년이 갈려 있다는 지적에 대한 이유다. 임감독 측은 "차라리 그 선수들에게 체육학과 일반학생으로 졸업하는 게 미래를 위해서 더 낫지 않느냐고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이번 이충희 감독과 관련된 폭행은 임정명 감독을 옹호하는 학부모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이충희 감독의 의하면 상황은 다음과 같다. 지난 1일 훈련 중 이감독은 1학년 고모 선수를 ''열심히 하라''는 취지로 뺨을 가볍게 건드렸다. 이후에도 이 선수는 별탈 없이 훈련에 임했고 4일 학부모 상견례에서도 해당 부모와 웃으면서 얘기를 했다.

    그런 가운데 사건이 벌어진 지 일주일여가 흐른 지난주에 와서야 문제를 삼았다는 것이다. 이감독은 "3주 간 훈련하면서 선수 간 화합 분위기가 만들어졌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서 "누군가 분열을 조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선수의 학부모는 이감독을 폭행 혐의로 고소한 상황이다.

    ▲고려대의 원칙없는 인사, 갈등 조장

    이같은 갈등은 무엇보다 고려대의 원칙없는 인사가 가장 큰 원인이다. 진효준 감독에 이어 지난해 부임한 임정명 감독은 지난 1997년~2000년까지 고대 농구부를 맡은 바 있다. 2000년 물러날 당시에도 임감독은 폭행과 금품 수수 등 의혹이 불거져 명예로운 퇴진은 아니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진감독 후임으로 임감독이 부임한 것을 두고 농구계에선 말들이 적잖았다. 물론 임감독은 지난해 ''클린팀''을 선언하며 스카우트 및 선수 기용에서 공정성을 강조하며 성적에서도 적잖은 성과를 냈다. 그러나 결국 일부 선수들의 반발을 사 해임 위기에 내몰렸다.

    아직 임감독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고려대가 이충희 감독을 서둘러 선임한 것도 문제다. 이감독은 아직 정식 발령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오는 20일 제주에서 열리는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에서 벤치에 앉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임감독 측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을 경우 직위해제할 수 있다는 학칙에 따랐을 뿐 아직 해임된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폭행 사실이 없는 만큼 징계위원회에서 해임 결과가 나온다면 법정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럴 경우 이기수 고려대 총장의 요청으로 온 이충희 감독의 상황이 난처하게 될 수 있다. 일단 고려대 체육위원회는 "어떻게 해서든 이감독을 선수권대회에서 경기를 지도할 수 있게 할 것"이라는 미봉책만 내놓은 상황이다.

    ▲''공공연한 비밀'' 학부모 금품 비리, 뿌리 뽑아야

    사실 대학에서 학부모들과 관련한 금품 수수 의혹은 농구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전 명문대 출신 농구선수는 "고, 연대는 물론 각 대학마다 학부모들이 감독 등 학교에 돈을 주는 것은 관계자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학 사령탑 교체의 적잖은 요인이 이런 부분이다. 명문대 감독 출신 농구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주는 금품이 탈이 나서 감독이 갈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학교 측에 선수 기용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는 상황일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관행은 막대한 스카우트 비용 때문이다. 우수한 고교 자원을 뽑으려면 ''실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좋은 성적을 위해선 유망주들을 데려와야 하고 스카우트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은 ''돈''인 까닭이다. "학교 몰래 돈을 챙기려다 감독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있다"는 관계자들의 말도 이런 이유에서다.

    학부모들도 프로 입단의 대박을 위해서 수천만원씩 목돈을 마다하지 않는다. 경기에 뛰어야만 프로농구 드래프트에서 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 폭행 역시 마찬가지다. 감독직을 보장받을 수 있는 좋은 성적을 위해 선수들을 무리하게 독려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불상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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