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서정암 아나운서
◇ 채선아> 일가족이 목숨을 잃은 채 한 가정집에서 발견됩니다. 외부 침입 흔적이 없던 만큼 동반자살에 무게가 실리는데요. 주변의 증언은 범인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2013년 한겨울에 전주에서 있었던 사건, 오늘 서정암 아나운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서정암> 안녕하세요. 서정암 아나운서입니다. 오늘 제가 준비해 온 사건은 전주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 사건인데요. 사건의 단서가 세 가지 있습니다.
◇ 채선아> 단서 첫 번째는 연탄, 두 번째는 우유팩, 세 번째는 자동차입니다.

◆ 서정암> 이 사건이 시작되는 첫 번째 단서인 연탄부터 얘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013년 1월 30일 오전 11시 40분, 전북 소방안전본부에 119 신고 전화가 울리게 됩니다. 온 가족이 연탄가스를 마셔 쓰러져 있다면서 그 집의 작은 아들이 신고 전화를 한 건데요. 119가 도착하고 문을 열자마자 매캐한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소방대원들이 불길한 직감을 갖고 문을 딱 열어보니까 작은방에는 50대 부부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되었고 큰 방에는 27살 아들과 그리고 25살 작은 아들이 쓰러져 있었는데 둘 다 의식을 잃은 상태였죠.
◇ 채선아> 그야말로 하룻밤 사이에 식구들이 모두 사망한 사건인가요?
◆ 서정암> 그렇죠. 그런데 사실은 다 사망한 사건은 아니었어요. 소방대원이 병원으로 옮겼는데 50대 부부와 큰아들은 사망했고요. 그중에 작은 아들만 가까스로 살아남아서 신고를 한 거죠.
◇ 채선아> 작은 아들은 처음에 신고를 한 사람이기도 했잖아요. 쓰러지고 다행히 의식을 찾기는 했는데 다른 가족들은 다 사망한 상태니까 죄책감이 좀 들었겠어요.
◆ 서정암> 그렇죠. 아무래도 좀 그럴 수 있는데 역시나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이었고요. 큰 방과 작은방에서 각각 화덕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들들이 있던 큰 방에는 옷장 뒤에서 이 화덕이 이렇게 발견이 됐는데 큰아들은 냄새를 좀 피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창문 쪽을 향해서 엎드려 있는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고 합니다.

◇ 채선아> 이런 화덕 2개나 방 안에 있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긴 하거든요.
◆ 서정암> 2013년의 일이니까 화덕을 잘 안 쓸 때이기도 해요.
◇ 채선아> 그럼 자살을 위한 도구였나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데요.
◆ 서정암> 그렇죠. 경찰도 역시 그렇게 판단을 합니다. 일단 상황만 봐서는 동반자살 느낌이 나니까요. 그런데 현장을 좀 더 살펴보니까 두 번째 단서가 나옵니다. 우유팩입니다. 주방 싱크대 한쪽에 먹다 만 우유 컵과 우유팩이 발견이 됐는데요. 이 우유팩 여러분 잘 기억하시고요. 가스레인지 쪽에는 번개탄 빈 봉지가 하나가 발견됩니다. 그런데 이 집 안에 외부 침입 흔적도 없고요. 유서도 없었어요. 그리고 구축 아파트라 엘리베이터도 없고 CCTV도 없어서 누가 오고 갔는지 확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 채선아> 이대로라면 그냥 일가족 자살로 이제 귀결되는구나 싶은데 혹시 모르니까 주변 인물들도 조사를 해봐야 될 것 같은데요?
◆ 서정암> 그렇죠. 하나하나 좀 살펴보도록 할게요. 당시 부모님은 조그마한 콩나물 공장을 운영했는데 꽤 잘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큰아들은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했고요. 작은 아들은 휴학생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사진들이 가족의 주변 인물들과 가족을 중심으로 탐문 수사를 시작합니다. 작은 아들에게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그날 둘이 함께 만났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작은 아들이 "요즘에 우리 형이 음식점 장사한다고 엄마가 아픈데 잘 안 돌봐줘. 집에도 맨날 늦게 들어오고 관심도 없어 내가 다 해야 돼" 하면서 푸념을 했다고 해요.
◇ 채선아> 형이 집안일에 소홀했다는 걸 여자친구한테 말한 거군요.
◆ 서정암> 그리고 또 얘기를 들어보니까 엄마는 2년 전에 사기를 당해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대요. 계속 탐문 수사를 해보니까 부모님이 운영했던 콩나물 공장의 직원 이야기도 들려왔습니다. 사건 당일 사장님한테 문자를 받았는데 사장님은 아빠죠. 새벽 2시 11분에 "오늘 할 일 저희가 다 해놨으니까 출근 안 해도 돼요." 이렇게 문자를 보냈대요.
◇ 채선아> 희한하네요.

◆ 서정암> 그리고 원래 사장님이 이런 문자도 잘 안 보내는 사람이래요. 그래서 좀 이상하다고 경찰한테 얘기를 했대요.
◇ 채선아> 이 문자가 새벽 2시쯤 오고 오전 11시쯤에 사장 부부 시신이 발견된 거잖아요. 새벽 사이에 뭔 일이 있었다는 건데 제가 추측하기로는 2시 전에 무슨 일이 나고 범인이 대신 사장님의 휴대폰을 이용해서 직원들한테 문자를 보낸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 서정암> 그렇죠. 경찰도 그런 생각을 한 거예요. 그래서 국과수에 의뢰해서 일가족의 시신을 부검하게 됩니다. 그런데 부부의 위에서 소화가 덜 된 음식물이 남아 있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식사하고 얼마 안 돼서 사망한 거죠.
◇ 채선아> 식사하고 얼마 안 돼서 저녁 시간대에 사망을 한 거면 새벽에 직원들한테 보낸 문자는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높을 것 같고 혹시라도 다른 가능성이 있다면 야식이 남아 있을 수도 있겠네요.
◆ 서정암> 사후 강직을 또 봤는데 사후 강직이 죽으면 전신의 근육이 굳는 건데요. 부부는 사후 강직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고 큰아들은 사후 강직이 거의 진행이 안 된 상태였대요. 또 그러니까 이 부부가 큰아들보다 먼저 몇 시간 전에 사망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 채선아> 그럼 외부 침입 흔적이 없었으니까 범인은 아마 큰아들 아니면 작은 아들로 추려볼 수 있겠네요.

◆ 서정암> 또 부부하고 두 아들 모두 혈액 검사를 했는데 여기서 수면제 성분이 나옵니다. 그래서 작은 아들을 찾아가서 경찰이 바로 조사에 돌입했는데요. 작은 아들 말로는 사건 당일 형이 불러서 형이랑 맥주를 한잔하고 4시 30분쯤에 집에 들어왔다고 해요. 그러다 갑자기 오전 5시쯤에 형이 컵에 우유를 따라줘서 자기는 그걸 마셨는데 바로 잠들었다. 또 최근에 형이 음식점을 열었는데 장사가 안 돼서 죽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했대요.
◇ 채선아> 전 여기서 두 번째 단서가 떠오르는데 우유팩이었잖아요. 그럼 우유 안에 수면제가 들어가 있던 거네요.
◆ 서정암> 그렇죠. 그리고 큰아들의 녹색 점퍼 주머니에서 번개탄 가루가 발견됩니다.
◇ 채선아> 큰아들이 범인인가요?
◆ 서정암> 또 사건 당일 새벽 6시 30분쯤에 친구한테 큰아들이 "야 나 자살할 테니까 잘 살아라" 이렇게 문자를 보냈고요. 여자친구한테는 "행복했어요. 사랑해요."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합니다.

◇ 채선아> 거기에다 작은 아들의 진술까지 있으니까 뭔가 큰아들이 사업 실패를 비관해서 부모와 동생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했다 이렇게 되는 것 같은데요.
◆ 서정암> 그렇죠. 지금 모든 게 큰아들이 범인 쪽을 가리키고 있는데요. 여기서 큰아들 여자친구에게서 이상한 증언이 나옵니다. 큰아들의 여자친구는 영어 강사여서 평소에 퇴근이 늦대요. 그래서 주로 밤에 차 안에서 데이트를 하는데 그날도 역시 차 안에서 데이트를 하고 있었대요. 그런데 갑자기 동생한테 전화가 와서 "형 나 형이랑 술 마시고 싶으니까 빨리 좀 와줘" 이랬대요. 그런데 여자친구가 좀 이상하다고 느꼈던 게 평소에 동생이 술 마시자 이런 얘기를 잘 안 하던 사람이래요.
◇ 채선아> 그런데 그날 연락이 왔던 거네요.
◆ 서정암> 그리고 그렇게 헤어졌는데 남자친구한테 "행복했어요. 사랑해요." 이렇게 문자가 온 거죠. 그리고 여자친구 말로는 남자친구는 절대 자살할 사람이 아니라고 진술을 했고요. 왜냐하면 여자친구와 큰아들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이였기 때문인데요.
◇ 채선아> 결혼 준비를 하고 있었군요.
◆ 서정암> 사실 수사진들도 결혼을 앞둔 사람이 자살을 해서 좀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 채선아> 동생은 형이 불러서 새벽에 술을 마셨다고 하고 형은 여자친구랑 있다가 동생이 불러서 술을 먹자고 해서 갔다는 건데 이 말이 좀 엇갈려요. 마지막 단서가 필요합니다.
◆ 서정암> 그렇죠. 마지막 단서가 정확하게 범인을 지목을 하는데요. 지금까지는 증거는 큰아들이 범인이라고 가리키고 있고 작은 아들도 의심되는데 여기서 마지막 단서가 나옵니다. 바로 자동차인데요. 이 차는 큰아들 차가 아니고 작은 아들의 차입니다. 장례식의 상주로 작은 아들이 있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수사진이 작은 아들에게 장례식이 끝나면 차를 좀 볼 수 있겠냐 검사를 좀 해봐야겠다. 수색을 해봐야겠다고 했어요.
작은아들이 발인을 마치고 차량을 가져왔는데 경찰이 차를 보고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대요. 왜냐면 차가 지나치게 깨끗했대요. 세차를 한 것 같은 거예요. 그리고 안을 치운 흔적들이 너무 많고요. 그런데 사실 장례식 때문에 세차하고 이럴 시간이 없었을 텐데 이거는 딱 증거인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래서 과학수사대 요원들이 차량을 샅샅이 찾아봤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작은 아들 차량에 비치된 슬리퍼 밑에서 연탄 가루가 발견됐고 뒷좌석 바닥에도 연탄가루가 묻어 있었다고 합니다. 또 아까 형이 우유를 따라줬다고 했는데 우유팩을 또 보니까 작은 아들의 지문도 나왔대요.
◇ 채선아> 다른 증거는 없었어요?
◆ 서정암> 그리고 결정적인 건 작은 아들의 친구가 작은 아들이 "내가 부모님을 죽였어"라고 하는 얘기를 들었대요. 스스로 그렇게 말하고 다녔던 거예요. 그래서 경찰은 작은 아들을 긴급 체포하게 됩니다.
◇ 채선아>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범인은 유일한 생존자인 작은 아들이었던 거잖아요. 저는 이게 궁금해요. 왜 부모와 형을 이렇게까지 죽였어야만 됐나 이유가 뭐였나요?
◆ 서정암> 가장 끔찍한 범죄 중 하나인 존속살인인데요. 이 작은 아들의 자백에 의하면 어렸을 때부터 직업군인인 아버지로부터 강압적인 가정교육과 강한 처벌을 받아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폭언을 자주 들어서 분노를 품고 있었다고 얘기를 했다고 해요.

◇ 채선아>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살인이 정당화될 수는 없죠. 가정환경이 안 좋다고 다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니잖아요.
◆ 서정암> 이 직원과 형의 여자친구한테 문자가 갔었다고 했잖아요. 동생이 다 연출한 거였어요. 동반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서 한 달 전부터 막 연습도 하고 했다고 합니다. 친구 명의로 수면제도 세 차례씩 처방도 받고 연탄, 화덕도 다 한 달 전부터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 채선아> 그런데 사건 당시를 떠올려보면 본인도 쓰러져 있었다고 했잖아요. 그럼 본인 생명까지 위험해질 것을 각오하고 이 짓을 벌인 거예요?
◆ 서정암> 그렇죠. 작은 아들이 치밀했던 게 혈액 검사를 했는데 작은 아들의 혈액에서는 다른 가족들에 비해서 훨씬 미치지 않는 소량의 일산화탄소만 검출이 됐고요. 작은 아들이 진짜 경악스러운 건 본인이 살고 있는 집 구조랑 똑같은 집을 하나 빌려서 거기서 미리 예행연습을 해봤답니다. 그리고 이게 첫 번째 시도가 아니었대요. 이미 두 차례 살인 시도를 몇 번 했다가 세 번째 만에 성공을 한 거죠. 사건이 벌어지기 3주 전쯤에도 보일러 가스 중독 신고도 들어오고 했었답니다.
◇ 채선아> 진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까요?
◆ 서정암> 전에는 부모님 방에 벽을 뚫어서 가스를 주입해 보기도 하고 방에 구멍을 뚫어서 연습을 했었다고 하네요. 결국 부모님과 형을 끔찍하게 살해한 죄로 작은 아들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게 됐고요. 현재는 형 집행 중에 있습니다.
◇ 채선아> 네. 정말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되겠네요. 여기까지 서정암 아나운서와 함께 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서정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