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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초등생 예비소집…"한 반에 20명도 못 채워"



사건/사고

    썰렁한 초등생 예비소집…"한 반에 20명도 못 채워"

    "운동장에서 달리기 해보고 싶어요"…설레는 예비 1학년
    서울 초등학교 신입생 첫 5만명대… "한반에 70명은 옛말"
    "신입생 9명뿐…이러다 학교 사라질까 걱정"

    2024학년도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일인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를 찾은 예비 초등학생들이 1학년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황진환 기자2024학년도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일인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를 찾은 예비 초등학생들이 1학년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제 오빠랑 같이 학교 가게 됐어. 엄마랑 같이 유치원 안 가고 오빠랑 둘이서만 학교 갈 수 있어? 무섭지 않아?" (학부모 이상미씨)

    "응. 갈 수 있어. 좋아" (이상미씨 딸 조승아 양)

    4일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는 3월에 입학할 1학년 학생들이 예비소집을 위해 학교에 첫 발을 들였다. 원명초에는 올해 170여 명의 학생이 입학한다. 부모님과 형제자매들 손을 꼭 잡은 예비 학생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기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기도 했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 조승아 양은 "오빠가 학교 가는 걸 보면 좋아 보였다"며 "유치원 친구들과 떨어져 싫기도 하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승아 양의 어머니 이상미(40)씨는 "승아, 엄청 씩씩하지? 하던 대로 학교 가서도 떨지 말고 잘해 파이팅"이라며 응원을 전했다.

    학부모들은 1학년 교실 책상에 앉아 긴장한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토닥였다. 교사들은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눈 맞추며 "이름이 뭐예요? 몇 반 되고 싶어요? "라는 질문과 축하 인사를 건넸다.

    리본 핀을 꼽고 교실에 들어온 정지혜 양은 "저기 운동장에서 달리기 한 바퀴 해보고 싶어요"라며 수줍게 말했다. "착한 친구들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수줍게 말했다.

    2024학년도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일인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를 찾은 예비 초등학생이 엄마와 함께 1학년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황진환 기자2024학년도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일인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를 찾은 예비 초등학생이 엄마와 함께 1학년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황진환 기자새로운 1학년이 온다는 소식에 재학생들도 교실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저학년 때의 추억이 별로 없다는 4학년 김모군은 "매일매일 학교에 나오면 힘들긴 하다"면서도 "졸려도 잠자지 말고 지각하지 말라"고 1학년 신입생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남겼다.

    "10년 터울 첫째 때는 두개 반이었는데…지금은 한개 반뿐"


    모든 학교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한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을 환영하는 마음은 같지만, 적은 수의 학생들을 기다리는 학교도 있었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서울 개화초등학교는 설레는 예비소집일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휑한 분위기였다. 이날 오후 4시쯤 찾은 이 학교에는 학생과 학부모 한 명 보이지 않았다. 운동장을 가득 메운 입학식은 옛말이 된 상황이었다.

    실제로 서울 개화초는 2023년 전교생이 89명, 2022년 104명이었다. 10년 전인 2013년 252명에서 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실제 올해 신입생 수도 10명 안팎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교에 학생과 신입생 수가 적다보니까 복잡하지가 않다"며 "신입생은 10명 안팎으로 워낙 적다"고 말했다.

    서울 등명초등학교도 서울에서 학생 수가 적은 학교로 꼽힌다. 이 학교에서는 예비소집일을 맞아 학교를 방문한 학부모에게 일일이 목걸이 명찰을 건네주기도 했다. 학생 수가 많은 원명초에선 볼 수 없던 풍경이었다.

    이날 예비소집일을 맞아 자녀와 등명초를 방문한 40대 A씨는 "이 주변이 목동과 가깝다보니까 학군을 고려해서 이사를 가는 경우가 많다"며 "저출산으로 애들이 없어져 학교마저 폐교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자녀와 학교를 찾은 40대 B씨는 특히 학생 수가 줄어든 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10년 터울인 첫째도 같은 학교를 다녔는데, 당시보다 절반 가량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등명초등학교 2023년 전교생은 105명, 2022년 96명이었는데, 10년 전인 2013년에는 222명이었다.

    B씨는 "10년 차이나는 첫째가 다닐때는 9명씩 2개 반이 있었다"며 "그런데 오늘 와보니 1개반밖에 없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 입장에서는 친구들이 많으면 더 좋을 것 같다"면서도 "부모로서는 아이들이 적으면 선생님이 더 잘 보살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도 있다"고 말했다.

    손주와 함께 예비소집에 온 우모(68)씨는 "우리 때는 한 반에 70명 가까이 되면서 오전 오후반을 나눠서 수업했었다"며 "지금은 한 반에 스무 명 정도라는데 그때랑 비교도 안 된다. 요즘엔 집마다 대부분 한 명이고 많아야 두 명"이라며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 초등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 초등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교육청 등에 따르면, 올해 서울 초교 취학 대상자가 처음으로 5만 명대로 주저 앉았다. 실제 서울 초교 취학 대상자는 2019년 7만 8118명에서 지난해 6만 6324명으로 첫 6만 명대를 기록하더니 올해는 5만 9492명으로 5만 명대까지 줄었다.

    또 전교생 수가 240명이 안 되는 '소규모 학교'도 서울의 초등학교 전체 12%에 달한다. 서울에선 지난해 3월 화양초등학교가 개교 40년 만에 문을 닫기도 했다. 서울에서 폐교된 4번째 학교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반에 평균 20명도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점점 커졌다. 서울시교육청의 2023~2027학년도 초등학교 배치계획에 따르면 학급당 학생 수는 2022년 21.4명에서 2028년에는 20.2명으로 축소된다.

    전국적으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12월 기준 취학통지서 발송이 끝난 초등학생 1학년은 전국에 41만 3천여 명인데, 올해 처음으로 40만 명대가 무너질 거란 예측도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를 보면 20년 전인 2004학년도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는 65만 7017명이었지만, 이후 10년이 지난 2014학년도에는 47만 8890명으로 급감했다.

    통상 해외 이주나 건강상 이유 등으로 취학 대상 아동 중 90%가 실제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한다. 이를 근거로 보면 올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30만 명 대 중후반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5일까지 서울 소재 공립초등학교 564곳에서 2024학년도 초등학교 취학 예정자를 대상으로 예비소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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