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태우고 병원으로 가세요."
"안됩니다. 저희 내부 지침상 사망자는 119구급차로 이송할 수 없습니다."
"아니, 사망에 대한 최종판단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왜 환자 이송을 거부하십니까?"
응급환자 처리 기준과 관련 사망자를 태울 수 없도록 규정한 소방방재청의 내부 지침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의사의 사망선언이 없는 이상 119 구급대원이 환자의 구조나 이송을 자의적으로 생략하거나 거부해서는 안된다"며 소방방재청에 시정권고 조치를 내렸지만 아직도 현장에서는 환자 이송을 거부하는 119구급대원과 경찰간 마찰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실제 지난해 4월에는 오토바이와 승용차간 충돌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머리에서 많은 피를 흘린 채 호흡과 맥박이 없자 사망한 것으로 판단한 A소방서 소속 119 구조대가 환자 이송을 거부하고 돌아간 사례가 있었다.
이에 사망한 오토바이 운전자의 유가족들은 소생기회를 잃어 억울하다며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 조사결과 A소방서 소속 구급대는 출동지령을 받고, 현장에 출동해 피해자 상태를 확인했지만 △머리의 심한 출혈 △동공 무반응 △호흡과 맥박 무감지 등으로 사망한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해 응급구조와 의료기관 이송을 포기하고 귀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국도 및 고속도로 등에서도 교통사고 발생 시 사망자냐 비 사망자냐를 놓고 출동한 경찰과 119구급대원간의 실랑이는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교통사고 등으로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119구급대원들은 사망자 및 전염병 환자 등 질병자는 태울 수 없다는 내부 지침을 강조하며, 이송을 거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소방방재청은 "지난해 7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지난해 9월 ''소생불능 비(非) 응급환자 이송에 관한 SOP(Standard Operating Process) 표준업무지침''을 마련했다"며 △두부의 심각한 손상에 따른 뇌조직의 체외 유출 등의 한정된 사유에 한해 이송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의 의료계 등 관련 전문가들은 "소방방재청의 업무지침에서 명기한 ''치명적 외상으로 누가 보아도 소생불능'' 등은 의사만이 판단할 수 있는 지극히 전문적인 영역"이라며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이동통신 등으로 실시간 의사의 지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응급환자''인지 ''사망자''인지에 대한 판단은 명확하다"며 ''''업무지침에 대한 변경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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