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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신선한데 안전할까?…세계최초 심야 자율주행버스 개시



사건/사고

    [르포]신선한데 안전할까?…세계최초 심야 자율주행버스 개시

    4일 밤 11시30분부터 합정-홍대-이대-동대문까지 9.8㎞ 주행
    일반 시내버스와 유사한 외관…운전석엔 '운전기사' 대신 모니터 보는 '안전요원'
    요금은 당분간 무료…내년 상반기 요금 부과해도 기존 심야버스 2천5백원보다 저렴할듯
    승객들 '안전수칙' 읽으며 신기한듯 속닥속닥…"취객·구토·다툼에 과연 대처될지 의문" 반응도
    서울시, 운행구간 연장·장거리 운행 계획

    심야 자율주행버스 첫 운행. 연합뉴스심야 자율주행버스 첫 운행. 연합뉴스
    4일 밤 11시 30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서울 종로구로 향하는 '심야A21번' 버스가 쌀쌀한 날씨에 입김을 내뿜으며 정류장에 들어섰다. 늦은 시간 승객들은 하나 둘씩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겉보기에는 여느 대형 시내버스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 내부 역시 교통카드를 찍는 카드 단말기가 부착돼 있고, 좌석도 좌우로 도열해 있었다.

    "삑"

    기자가 카드를 찍고 자리를 잡았다. 얼마 후 승객들이 올라타 버스는 곧 만석이 되었다. 하지만 버스는 출발하지 않았다. 이어 입석 승객들이 하차한 뒤 '안전벨트를 착용해야만 버스가 출발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유난히 안전에 신경을 쓴 이 버스는 이날 세계 최초로 운행된 자율주행 심야버스다. 서울시는 "미국 등에서 야간에 자율주행택시(로보택시)가 운행한 사례는 있으나, 다수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기능을 수행하는 심야 전용 자율주행버스의 정기 운행은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자율주행버스에는 운전기사가 없다. 이날 운전석에는 시험운전자가 앉아 있었지만 핸들은 조작하지 않았다. 대신 운전석 뒷좌석과 옆 좌석에 설치된 모니터 앞에서 주행 상황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안전요원들이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자율주행버스는 한산한 도로를 힘차게 달리다가도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질 때면 속도를 줄여 정차했다. 급출발·급정지하거나 정차선을 넘는 일도 없었다.

    다만, 이날은 갑작스러운 끼어들기나 보행자의 무단횡단 등 돌발상황은 없어, 긴급상황에서 자율주행버스의 위기관리 능력까지 엿볼 수는 없었다. 늦은 시간이어서 승하차하는 승객도 그리 많지 않았다.

    좌석 뒤에 안전수칙이 안내돼 있다. 김구연 기자좌석 뒤에 안전수칙이 안내돼 있다. 김구연 기자
    좌석 뒷편에는 '자율주행 차량 탑승 안전수칙'이 안내돼 있었다. 한 승객은 안전수칙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조용히 내용을 읽어보기도 했다.

    이날 심야 자율주행버스를 타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에서 서울 합정역을 방문했다는 김원석(48)씨는 딸과 함께 지하철 2호선 이대역에서 내렸다.

    김씨는 "딸은 신선하게 느낀 것 같다. 처음에 자율주행버스라고 하니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반응이었는데, 막상 타고나니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느낀 모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내 심야 자율주행버스의 문제점도 짚었다. 그는 운수업계 종사자였다.

    김씨는 "일단 회차 시간이 조정돼야 할 것 같다. 좌석이 20개 남짓인데, 입석은 안되니 기다려야 할 사람이 매우 많을 것"이라면서 "수요가 많아지면 차량을 크게 늘려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전 문제에 대한 걱정도 했다. 그는 "오늘은 첫 주행이라 취객이 없었지만, 평상시에는 야간에 취객이 많다. 구토를 하거나 다툼이 발생하면 과연 대처가 될지 의문"이라며 "취객의 승하차 문제도 있으니 안전요원이 필요할텐데, 그러면 자율주행버스라는 이름이 무색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심야A21 버스는 지하철 합정역에서 홍대입구역을 거쳐, 신촌역, 아현역, 서대문역 그리고 세종로, 종로1가, 종로5가 등을 거쳐 지하철 동대문역에서 운행을 마쳤다. 총 9.8km를 주행한 것이다.

    당분간 심야 자율주행버스는 총 40개(편도 20개소) 중앙정류장에서 자유롭게 승하차가 가능하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평일만 운행한다.

    운행시간은 밤 11시 30분부터 각각 70분 간격으로 다음날 오전 5시 10분까지 순환 운행한다.

    요금은 당분간 무료다. 하지만 환승할인을 받으려면 버스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찍어야 한다. 쉽게 말해, 일반 시내버스처럼 교통카드를 승하차시에 찍으면 된다.

    다만, 갑작스러운 폭설 등으로 안전상 운행이 어려울 경우 이용이 중지될 수 있다.

    서울시는 "안정화 과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 내 유로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요금은 서울시 자율차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심야 자율주행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존 심야버스 기본요금의 2500원보다는 다소 낮게 책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나아가 서울시는 운행구간 연장과 함께 시외곽~도심~시외곽을 연결하는 장거리 운행 자율주행버스를 정규 노선화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서울시는 "24시간 쉬지 않고 시민을 실어 나르고, 공간의 한계도 뛰어 넘는 대중교통수단으로써 자율주행버스 정착을 가속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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