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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파벌이라는 '유령'과 싸우는 국정원



칼럼

    [칼럼]파벌이라는 '유령'과 싸우는 국정원

    국정원 수뇌부 교체를 어떻게 볼 것인가

    국정원. 연합뉴스국정원.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지난 1년 6개월 간 국정원을 바라다 보면 인사 잡음과 파벌 놀음 밖에 기억되지 않는다. 국정원은 임기 초반 노조 수사로 '양지'를 추구하나 싶더니, 그 다음부터는 내내 원장과 차장 간 권력 다툼 뉴스만 쏟아냈다.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에 버금가는 세계 최고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대통령 주문은 헛구호에 불과했다.

    원장과 차장 동시 교체로 국정원은 정상화 될 것인가. 언론들은 '돌연 교체'로 대통령이 경고를 주었다고 해석한다 이 분석을 신뢰할 수 있을까.

    국정원은 '파벌'이라는 유령과 싸우는 것 같다. 그런데 그 파벌의 실체가 대체 무엇인지 국민들은 알 길이 없다. 또 그 파벌이 지향하는 목표와 대의가 무엇이고, 그것이 국민의 정보기관에 어떤 이익을 가져올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국가정보원 권춘택 전 1차장(왼쪽부터), 김규현 전 원장, 김수연 전 2차장. 연합뉴스국가정보원 권춘택 전 1차장(왼쪽부터), 김규현 전 원장, 김수연 전 2차장. 연합뉴스
    원장과 차장 셋을 동시에 자르고 새로운 차장에게 직무대행을 시키는 인사는 국정원 역사상 처음 보는 생소한 광경이다. 상명하복을 원칙으로 하는 정보기관에서 원장 직이 이처럼 핫바지 마냥 취급된 적이 있을까. 최소한 원장을 지명해 놓고 차장 직무대행 체제로 갔다면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원장 후보도 찾지 못한 채 인사한 것은 대통령의 감정적 분노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또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윤 대통령이 국정원 수뇌부를 교체하면서 국정원을 어떤 조직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을 반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전 정부 시기에 국정원이 문제가 있었다면 무엇을 바로잡고, 앞으로는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국가 최고 정보기관으로 어떻게 환골탈태 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만 했다 돌연 경질만 존재할 뿐, '왜'와 '어떻게'에 대한 철학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국정원 인사 철학의 빈곤은 인사조치가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감정적일 뿐만 아니라 즉흥적이라는 느낌을 던진다. 국정원의 난맥상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1년 여째 이어지고 있는데 그 원인에 대해 국민들은 어떤 설명도 들어 본 일이 없다. 국정원 기조실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갑자기 바뀌고, 6명의 1급 인사가 대통령 재가가 난 상태인데도 변경 취소되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내각 장관 조차 교체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볼 때 상식적 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현 시점에서 국정원 수뇌부 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파벌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해진 사실들에 따르면 김규현 전 원장과 권춘택 전 1차장의 갈등은 인사 문제로 귀결된다. 김규현 측은 '국정원 직원의 절반은 '좌파'이고, 사십칠팔 퍼센트는 왼쪽에서 바람 불면 오른쪽으로 쓰러지고 오른쪽에서 바람 불면 왼쪽으로 쓰러지는 '갈대형'이며, 나머지 이삼 프로만이 국가를 위해 일하는 '애국자'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 시각이 사실이라면 정말로 '유령'을 쫓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군과 국정원은 국가기관에서 가장 보수적 집단이라 해야 할 것이다. 국정원은 시초에 공산세력과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국정원 내 특정 파벌의 인식이 이 지경이라면 바람직한 처방을 찾기 힘들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2~3백명씩 고위 인사들이 처단되는 국가 조직이라면 '파벌'이라는 유령을 결코 해체시킬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국정원이 무한루프에 빠진 것이 아닐까. 국정원 수뇌부 교체 필요성에 공감한다지만 이번 인사를 원칙과 철학 없는 인사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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