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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골칫덩이' 케이블카, 설악산은 600억 벌 수 있다?



전국일반

    '적자 골칫덩이' 케이블카, 설악산은 600억 벌 수 있다?

    '업체 미정' 설악산 케이블카, 착공식 열려
    전국 케이블카 41곳, 대부분 적자인 상황
    환경파괴에도 '수익성' 내세워 사업 승인
    양양군 연간 예산의 5분의 1 투입하기로
    김진태 지사 '3년 간 600억 매출' 주장
    장혜영 의원실 '사실 372억 적자' 지적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신혜림 PD, 조석영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조석영 PD, 신혜림 PD 나와 계세요. 오늘은 신혜림 PD가 준비를 해왔는데, 설악산 케이블카 얘기네요.
       
    ◆ 신혜림> 강원도 양양군 설악산 케이블카가 20일에 착공식을 가졌습니다. 이게 오랜 논란이 있었고 지금도 진행 중인데요. 전국에 관광 케이블카가 지금 41곳이 있어요. 2015년까지는 20곳 정도밖에 안 됐거든요. 8년 사이에 2배가 된 거죠.  

    ◇ 채선아> 왜 그런 거예요?

    ◆ 신혜림> 2007년에 만든 통영 케이블카와 2014년에 만든 여수 케이블카가 너무 잘 됐어요.
       
    ◇ 채선아> 그런 성공모델을 보고 우후죽순 생긴 거네요.
       
    ◆ 신혜림> 문제는 이렇게 잘된 케이블카 사업들을 보고 다른 지자체에서 만든 케이블카들도 다 똑같이 생겼다는 거예요. 또 한 팀만 타도 전체 케이블카가 다 운행되어야 하다보니 운영이 효율적이진 않잖아요. 그래서 가격이 비싼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기존에 흑자를 내는 곳이 바로 그 통영과 여수, 두 곳 뿐이었고 나머지는 거의 다 적자더라고요.

    ◆ 조석영> 바다를 끼고 있어야 잘 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 신혜림> 예를 들어서 통영 케이블카의 사례를 보면, 통영관광개발공사, 즉 공기업이 운영하고 있거든요. 이 공기업이 계속 흑자를 내서 통영시한테 30억씩 이익을 배당해줬어요. 이용객이 1000만 명 이상 되고 하니까 이게 가능했던 건데 2020년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이용객 수가 계속 줄어들어요. 올해도 적자가 예상된다고 하고요. 가장 모범사례인 통영이 이러면 다른 곳은 어떻겠어요? 경남 사천 바다케이블카도 개통한 2018년에는 흑자를 냈는데 그 뒤로 이용객이 계속 줄면서 2020년에는 40억 손실도 나고, 최근 요금을 불가피하게 3천 원 인상한다고 하더라고요.

    ◇ 채선아> 그러면 또 더 안 타는 거 아닌가 싶은데요. 저 같은 경우도 여수에서 한 번 타니까 다른 데 가면은 이미 타본 거라고 생각하고 안 타게 되는 것도 있더라고요. 다 똑같이 생겼고, 뭔가 특별히 차이점이 없으면 별로 타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데, 이런 상황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착공식이 열린 거잖아요  

    ◆ 신혜림>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착공식이 지난 20일 열렸죠.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지구랑 대청봉 근처의 끝청을 연결한 3.3km짜리 노선이에요. 이 설악산 케이블카 얘기 자체는 80년대부터 나왔는데 여기가 국립공원이잖아요. 그래서 환경보호 이슈가 크다보니 그동안 진행이 잘 안된 거죠.
       
    ◇ 채선아> 특히 국립공원이라고 하면 개발하려고 해도 절차가 엄청 까다로울 것 같아요.


    ◆ 신혜림> 까다롭습니다. 1) 국립공원위원회 공원계획변경 심의, 2)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협의, 3) 국립공원공단 공원사업 시행허가를 다 거쳐야 되는데요. 이명박 정부 때 육상 해상국립공원에 하나씩 케이블카 시범 사업하자고 논의가 시작됐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 그 1단계인 국립공원위원회 계획 변경 심의를 했어요. 다만 '탐방로를 회피해라' '멸종위기종을 보호해라' 이런 조건이 걸렸는데 설악산은 담비를 비롯해 멸종위기종이 사는 곳이란 말이에요. 그래서 문화재청에서 허가가 안 떨어져가지고 사업이 무산될 뻔 하다가 양양군이 여기다가 행정심판을 겁니다. 그래서 처분 취소를 받아내고 환경부 단계로 넘어갔는데, 환경부가 또 제동을 걸어서 부동의 해버려요. 그러자 양양군은 또 행정심판을 걸어서 처분 취소를 받아냅니다.
       
    ◆ 조석영> 양양군의 집념이 느껴지네요.

    ◆ 신혜림>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에 이거 만들겠다고 공약을 겁니다. 그래서 지난 2월, 드디어 2단계인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이뤄지고요. 최종 단계인 공원 사업 시행 허가를 통과시킵니다. 그래서 강원도에서는 '41년 만에 숙원사업이 풀렸다'면서 현수막이 엄청 걸려있어요. 그런데 지금 누가 이 사업을 진행할지 업체도 결정 안됐거든요. 근데 이번 주 월요일에 착공식부터 한 거죠.  

    ◆ 조석영> 누가 사업을 할지도 모르는데 착공식을 했다는 것도 그렇고, 이 착공식 하루짜리 행사에 3억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 신혜림> 처음에는 5억을 편성해서 쓰려고 했다 그래요. 그래서 양양군의 박봉균 의원이 이런 지적을 합니다. "5억 원이라고 하면 양양 지역 고등학생이 600명인데 그 1년 그 600명한테 1년 동안 매월 7만 원씩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런 식으로 말하기도 했고요. 양양군이 큰 지자체도 아닌데, 이 케이블카 사업도 사실 국비가 아니라 지자체 돈으로 하는 거거든요. 총 사업비가 1172억인데 양양군이 948억을 내요.  

    ◇ 채선아> 아니 양양군이 그렇게 돈이 많은 곳이었어요?

    ◆ 신혜림> 나머지는 강원도에서 내는 건데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어떻게 말을 했냐면 '이 사업이 40년 지체됐다. 그래서 사업비가 많이 늘었다. (국비 사업에 필요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게 되면 계속 착공이 늦어진다. 그런데 오색 케이블카는 되기만 하면 연 매출 200억을 찍을 수 있다는 거예요. 1년에 200억씩, 3년이면 600억을 벌 수 있으니까 지방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빨리 해야 된다'는 거죠.


    ◇ 채선아> 진짜 엄청난 의지로 추진 중인 건데 어쨌든 국립공원인 설악산에 개발이 시작된 거잖아요. 다른 국립공원에서도 뭔가 너도 나도 하려고 또 들썩들썩할까 봐 겁나네요.  

    ◆ 신혜림> 그 우려가 많죠. 이미 케이블카 만들겠다고 한 지자체들이 너무 많아요. 설악산은 멸종위기종이 많이 사는 국립공원이고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으로도 지정이 됐거든요. 보호구역 중에 보호 구역인데 케이블카가 들어서면 서식지가 파괴된다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죠. 해외 연구 결과를 하나 말씀드리면 폴란드의 타트라 산맥에서 케이블카를 확대하니까 산양 무리의 크기가 줄고 케이블카를 피해 서식지가 계속 움직이고 있다고 하거든요.
       
    ◆ 조석영> 쉽게 말하면 산양들이 쫓겨났다는 거네요. 이 환경파괴 문제야 말할 것도 없고, 행정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던데요?  


    ◆ 신혜림> 네. 이게 환경파괴를 하면서까지 해야되는 일이면 수익적인 검토가 필요하잖아요. 지방재정 투자 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할 때는 '평가 대상과 직접 관련된 수요 혹은 시장 자료가 존재할 경우에 그걸 우선적으로 활용해야 된다'는 기준이 있어요. 다른 곳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으면 그걸 들고 오라는 거거든요.

    ◇ 채선아> 케이블카가 전국에 41곳이잖아요. 다른 지역에 많이 있으니까 어떻게 운영되는지 가져가면 되겠네요.
       
    ◆ 신혜림> 그런데 지금 다 적자잖아요. 그러다보니 다른 방법을 쓴 거예요. 장혜영 의원실이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설문조사로 그걸 대체했다고 하더라고요. '케이블카 얼마쯤 내고 탈 의사가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 2만 5천원 정도 낼 거래요. 여기에 연간 57만 명이 30년 동안 탈거라고 추정해서 이익 계산을 한 거예요. 그런데 보통 이용객 유지가 해를 넘길수록 잘 안 된단 말이죠.  

    ◇ 채선아> 딱 개통할 때 '설악산을 열었대'하고 반짝하고 그다음에 안 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
       
    ◆ 신혜림> 그리고 실제 올해 케이블카 승객 1인당 객단가를 추정을 해보니까 1만 7547원이었으니까 설문조사 한 2만 5천원에 비해 한참 낮죠. 여기에 총 사업비 1172억도 그 타당성 조사에는 누락돼 있고,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은 타당성 조사였다고 하는데요. 장혜영 의원실에서 매뉴얼에 맞게 다시 계산을 해보니까 372억 적자라는 거예요.  

    ◆ 조석영> 이 정도면 배임 아닌가 싶은데요.  

    ◆ 신혜림> 이 문제가 지적이 되니까 양평군 관계자가 한 언론을 통해 이렇게 해명해요. "적자니 흑자니 하는 건 민간사업일 때나 따지는 거지, 설악산 케이블카 같은 공공사업은 원래 적자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기들이 타당성 조사 자료는 흑자인 것처럼 만들어 놓고 왜 잘못됐냐고 따지니까 갑자기 따지지 말라고 한 거죠.  

    ◆ 조석영> 처음엔 돈이 되니까 한다고 해놓고 말이 바뀌는 건데,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양양군 같은 지자체에서 연간 900억-1000억 가까이 들여서 이 사업을 하는 게 맞나 싶어요. 공공사업에 돈 쓸 곳이 넘쳐날텐데요.

    ◆ 신혜림> 반대 집회에 나선 주민 중에 한 분이 "케이블카 설치할 돈으로 양양에 병원이나 하나 짓지. 제대로 된 병원 하나 없는 곳에서 지금 케이블카를 왜 설치하냐는 말이 지금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요. 양양군이 여기에 948억 쓴다고 했는데, 이게 양양군 1년 예산의 5분의 1이에요. 이게 맞냐, 누군가의 치적 만들기 아니냐. 건설업체 배불려주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가 착공되고 나서도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양양군은 내년 상반기에 공사를 시작해서 2025년 말에 준공하고 2026년 초부터 운영 시작할 거라는 계획을 가지고 있고요. 환경단체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막아내겠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 채선아> 네, 여기까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착공에 얽힌 다양한 맥락들 살펴봤습니다. 신혜림 PD, 조석영 PD, 수고하셨습니다.
       
    ◆ 신혜림, 조석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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