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약 없어서 방역 못 해요"…들쭉날쭉한 '빈대 살충제' 수급



사건/사고

    "약 없어서 방역 못 해요"…들쭉날쭉한 '빈대 살충제' 수급

    당장 쓸 살충제 없다는 '소규모' 방역업체…공중보건 위기 상황마다 반복
    겨울철에 찾아온 '빈대포비아'…대형 제조업체도 원료 확보에 안간힘
    '긴급 승인' 살충제는 '그림의 떡'…소규모 제조업체의 설움
    전문가들, "'살충제 대란' 없을 것…효과 있는 살충제 선제적 도입해야"

    전국적으로 빈대 발생 신고가 속출하는 가운데 방역업체 직원들이 방역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전국적으로 빈대 발생 신고가 속출하는 가운데 방역업체 직원들이 방역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빈대 방역을 하려 해도 약이 없어서 못 해요. 지금 할 수가 없어요"
     
    서울의 한 개인 방역업체 관계자는 이번 달 주문한 빈대용 살충제가 도착하지 못해 일을 나가지 못했다. 살충제를 대량으로 구비해두거나 자체 개발할 여력이 없는 개인 방역업체는 코로나 19, 빈대 확산 등 공중보건 위기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당장 쓸 살충제가 없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호소했다.
     
    그는 "코로나 때도 개인 방역업체는 한참 뒤에야 (방역제가) 나와서 방역하고 싶어도 못 했다"며 "(코로나19) 일 년 동안은 자기(대형 방역업체)들이 다 가져가 장사했다. 2년차에는 자기들도 감당이 안 되니까 그제서야 전국 방역업체에다가 약을 뿌렸다"고 씁쓸해했다.
     
    살충제 제조업체도 전국에서 쏟아지는 살충제 주문을 소화하지 못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기존보다 주문량에 맞춰 생산을 늘리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한 대형 살충제 제조업체 관계자는 "원료와 자제 수급 때문에 살충제가 많이 생산되지 않는다"며 "봄여름에 살충제를 주로 생산하다 보니까 겨울에는 원료 자체를 많이 수급하지 않는다. 저희도 급하게 원료를 수급하려다 보니까 시간이 좀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국에서 소비자들이 살충제를 많이 찾는데, 저희도 가지고 있는 재고는 소진됐다"며 "(1L 넘는 대용량 살충제도) 재고가 다 빠져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빈대 포비아'에 휩싸이면서 우리나라도 곳곳에서 때 아닌 '빈대 잡기'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규모가 작은 방역업체와 살충제 제조업체들은 빈대용 살충제 품귀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도 지난 10일 살충제 제조업체에 네오니코티노이드(디노테퓨란) 계열 살충제를 조건부 승인했다. 하지만 '빈대 비상 시국'에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소규모 제조업체들은 생산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정부의 조건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환경부가 제품에 대한 독성 실험을 한 결과를 제출하라는데 (실험 비용이) 엄청나게 든다. 이것 때문에 포기한 업체들도 많다"며 "업자들이 쉽게 원료를 사지 못하고, 실험 결과를 제출하지 않으면 나중에 수거할 수 있다고 하니까 실제 업무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무척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빈대용 살충제가 원래 수급 수요가 있었던 제품이 아니지 않느냐"며 "정부 지원이 된다고 해도 지원 대상에 해당되는 제품 자체가 한두 개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정부는 빈대용 살충제 수급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지금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것은 (방역업체가 아닌) 소비자들이 주로 사는 살충제"라며 "감염병 예방용으로 긴급 승인한 살충제는 제조업체를 통해 물량 등을 파악하고 있다. 긴급 방제용 살충제 (수급에) 무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호소하는 비용 부담 문제에 대해서도 "업체 지원 등은 정부합동대책본부에서 산업계 지원단 등을 통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살충제 수급 문제를 다루면서 대형 업체의 상황만 고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질병관리청이 지난 6일 방역업체들과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당시에도 '참가 업체 중 대형 방역업체 이름만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주목받았다'며 중소 방역업체들이 항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굼뜨게 대응하는 와중에 빈대 발견 신고는 계속 늘고 있다. 지난 21일 '빈대 확산 방지 정부합동대응회의'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지자체 등 정부에 접수된 빈대 신고 건수는 189건으로 전주보다 34건 올랐다.
     
    이중 실제로 빈대가 발생한 건수도 16건 늘어난 55건에 달했다. 정부가 아닌 민간업체가 직접 신고한 13건까지 합치면 68건까지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빈대용 살충제 수급 문제가 코로나19 당시 '마스크 대란'처럼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해외에서 효과성이 검증된 신규 빈대용 살충제 도입을 겁토하는 등 정부가 선제적으로 빈대 방역에 나서라고 지적했다.
     
    을지대학교 양영철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코로나19는 비행기 등을 이용할 수 없어서 해외에서 물량이 충분히 확보가 돼도 가져올 수 없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틀리다"며 "피레스로이드 계열 살충제는 효력 증강제와 반드시 혼용해서 써야 살충력이 높아진다. 그런 제형이 허가를 받는다면 가정에서도 충분히 (안전하게) 살충제를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학교 이시혁 응용생물학과 교수는 "이번에 승인했던 디노테퓨란 계열 살충제는 많이 사용됐던 약제가 아니기 때문에 원료 수급에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했다"며 "효력이 강한 약제도 있는데 효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디노테퓨란 계열 살충제를 우선적으로 승인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